지난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모습. 임형택 기자
지난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모습. 임형택 기자
작년 한 해 한국 프로야구(KBO)는 천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흥행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한국 야구만의 ‘응원 문화’는 단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꼽힌다. 팀, 그리고 선수 개인의 것까지 경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 응원가는 때론 경기의 흐름마저 바꿔 놓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르는 이 응원가는 과연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관중이 많다면 응원은 자연스럽게 커지고, 이는 선수들에게 큰 심리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중 수와 응원의 크기는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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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최종 순위는 그동안 팀이 노력해 낸 결과물로 팀의 전반적인 경기력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응원은 관중수로, 경기력은 승률 또는 최종 순위로 수치화했다.

그 결과, 2024 시즌 최종 순위 5위권 내에 든 팀들(기아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KT 위즈)은 대부분 관중 수 또한 1~5위권에 포함됐는데, 이를 통해 응원이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출처=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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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팀과 어웨이팀에서의 응원은 큰 차이를 보인다. 경기장은 보통 홈팀의 팬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응원단이 항상 존재하지만, 어웨이 팀은 홈에 방문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비교적 팬의 수가 적다. 또 응원단이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응원 규모의 차이로 승패가 좌우될 수 있지 않을까. 홈&에웨이의 승률을 경기력으로 수치화해 최근 3년(2022~2024년) 동안의 홈-어웨이 승률을 비교했다. 데이터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홈팀의 승률이 어웨이팀보다 꾸준히 높았는데, 이 결과 역시 앞선 자료에 이어 응원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용현 동덕여대 체육학과 교수 역시 팬들의 응원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팬들의 응원은 사회적 지지 역할을 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경기 중 팬들의 응원은 선수들에게 ‘사회적 촉진 효과’를 일으키는데, 이는 타인이 존재할 때 이미 숙달된 과제 수행 능력이 더욱 향상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선수들은 대부분 응원 속에서 더욱 집중하고 실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응원의 효과는 홈팀과 어웨이팀에서 다르게 나타나는데, 홈팀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지속될 때 어웨이팀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축구 경기에서 원정팀 선수가 골을 넣고 홈팀 팬들에게 '쉿' 세리머니를 하는 것을 심리적 압박을 반영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예시다.

그러면서 이런 응원 차이로 인한 심리적 압박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최근 한 유명 축구 선수가 원정 경기에서 "상대 팀 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우리 팀을 향한 응원이라고 생각하며 주문을 걸었다"라고 말한 것처럼 어웨이 경기에서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전략이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다만 이는 멘탈이 강한 선수에게서 효과가 더 잘 나타난다.

이 교수는 “KBO 리그의 선수별 응원가는 선수들에게 유의미한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특정 선수의 응원가가 작을 경우 질투나 시기심을 느낄 수 있으며, 이 감정이 긍정적인 동기 부여로 이어지면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만 부정적인 감정으로 흐르면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쎄리라 홈런!” 목청 높이는 응원가···승패 도움될까?
이 교수는 응원가의 템포와 리듬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스포츠는 차분한 음악이, 폭발적인 힘과 순발력이 필요한 스포츠는 빠른 비트의 음악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팀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에서는 웅장하고 힘 있는 응원가가 선수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여진다.

프로선수들 역시 관중석의 응원 함성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익명을 밝힌 프로야구 선수 ㄱ씨는 “플레이 하나로 관중석에서 큰 함성이 터질 때 더 신이 나고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큰 함성이 섞인 응원을 받을 땐 경기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도 해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ㄱ씨는 “관중석이 거의 다른 팀 팬으로 꽉 차있던 경기에서 어웨이 팬들의 응원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서진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