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석 캐스터의 스포츠 캐스터에 관한 이야기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축구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멘트. 축구의 짜릿한 순간마다 흥분을 더하는 이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SPOTV 소속 스포츠 캐스터 양동석이다. 수많은 축구 경기 중계를 맡으며 팬들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해 온 그는, 어떻게 스포츠 캐스터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그리고 중계석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경기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드는 중계진의 목소리도 큰 즐거움이 된다. 그중에서도 양동석 캐스터는 특유의 몰입감 있는 중계 스타일과 명확한 해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스포츠 캐스터가 되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단순한 팬이 아닌, 경기를 직접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이후 꾸준한 노력과 연습을 거쳐 중계석에 앉게 되었고, 지금은 많은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목소리로 자리 잡았다.
경기장의 열기를 그대로 전하는 그의 중계에는 단순한 해설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생동감 넘치는 표현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능력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수많은 경기 속에서 그는 어떤 순간들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을까? 그리고 중계석에서 직접 경험한 축구의 열정은 그의 목소리를 통해 어떻게 전달되고 있을까. 양동석 캐스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걸어온 길과 중계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저는 ‘축구 중계’를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별다른 꿈이 없다가 군에 입대해서 미래에 대한 고민했을 때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는 확신이 생겼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가장 좋아했던 것은 바로 축구를 보는 일이었다. 아마 살면서 가장 흥미와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분야가 유일무이하게 그 분야였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축구와 관련된 직업을 알아보았고 축구 캐스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축구 캐스터는 스포츠 캐스터의 범주에 들어가고 스포츠 캐스터는 아나운서의 범주에 들어가다 보니 전역 후에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녔고 운 좋게도 2013년에 첫 중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첫 중계 경험은 어땠는지?
“아카데미를 수료했어도 실전 경험이 부족해서 굉장히 힘들었다. 특히 22명의 선수를 실시간으로 말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지만 제작진의 믿음 덕분에 점점 성장할 수 있었다.”
캐스터로 데뷔하기까지 어떤 준비 과정과 노력이 필요했나요?
“앞서 언급했듯 캐스터도 아나운서와 비슷한 직업이기 때문에 ‘아나운싱’에 대한 준비를 오래 했던 기억이 난다. 뉴스를 열심히 읽고 소리도 질러 보며 발음과 발성 등 기본기에 대한 연습을 매일 했다. 더불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서 스포츠를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에 더욱더 진지하게 많은 스포츠 경기들을 봤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현직 캐스터들이 하는 표현을 받아 적어보고 점차 나만의 표현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발전해 나갔던 기억이 있다.”
캐스터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기본기와 순발력이다. 정확한 발음과 시원한 발성은 팬들에게 신뢰를 주고, 스포츠의 다양한 변수 속에서 빠르게 상황을 캐치하고 전달하는 능력도 필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와 순간은?
“매번 이 질문을 받을 때 손흥민 선수의 득점왕이 확정됐던 토트넘의 노리치전을 이야기했었는데 오늘은 문득 챔피언스리그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시즌인 21-22시즌을 말하고 싶다. 그 당시에 워낙 경기들이 극적이기도 했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계속 나왔다. 한준희 위원과 함께 살면서 이 정도로 소리를 질러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전기의자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멘트는?
“‘우리는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멘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이 멘트 앞에 ‘오랫동안 참아왔던 말을 외쳐드립니다’라는 문장을 넣었는데, 그만큼 기다림과 감격이 담긴 순간이었다.”
중계하면서 감정적으로 가장 벅찼던 순간과 어려움을 느꼈던 순간은?
“최근 제9회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이 사상 첫 팀 스프린트 금메달을 땄을 때이다. 처음으로 생긴 종목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중국을 제치고 무려 팀 스포츠에서 금메달을 따냈다는 사실에 약간 울컥하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반면에 감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선수들이 경기 중에 부상을 당했을 때이다. 캐스터로서 상황을 정리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지만 순간 그 선수의 상황에 이입이 되면 말이 잘 떨어지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
특정 스포츠나 경기 스타일에 따라 중계 방식이 달라지는지?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중계 종목이 축구와 골프이다. 아무래도 축구를 중계할 때는 소위 말하는 샤우팅이 많고 경기를 긴박하게 하기 위해 말도 빠르게 했다가 천천히 하고 음의 고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골프는 전체적으로 루틴에 들어가면 멘트를 하지 않고 샷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박진감보다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차분한 음색으로 정리하는 게 주된 캐스터의 역할이다 보니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중계할 때와 스튜디오 중계할 때의 차이점은?
“현장은 화면 밖의 상황을 거시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테면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특정 선수가 교체 투입되기 위해 몸을 풀고 있다든가 하는 장면을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계 중에 이야기해 줄 수 있다. 반면 스튜디오 중계의 경우는 시청자가 보는 화면과 정확히 똑같은 화면을 보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해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차이점이자 단점이 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던 경험이 있는지?
“스포츠는 생방송이다 보니 경기 중에 정말 많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고 방송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화면 수신 장애로 인해 경기 중 화면이 멈췄을 때는 방송사별로 어느 정도의 가이드 멘트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말하면 되는데 문제는 화면 멈춤이 좀 길어질 때이다. 동남아시아 축구 경기를 중계했을 때인데 그 당시에 약 20분간 화면이 나오지 않아서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빈 시간을 채워나갔던 기억이 있다. 보통 중계 자료를 풍성하게 준비해 가도 중계 중에 절반도 이야기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그 준비의 보상이 따랐던 것 같다.”
가장 콤비가 잘 맞는 해설위원이 있다면?
“아무래도 장지현 위원과 수백 경기를 함께 중계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중계 전 루틴도 함께 맞춰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중계에 들어가는 편이다.”
“경기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준비한 자료를 초반에 활용하고, 이후에는 경기 자체의 흐름을 따라가며 중계한다.”
중계가 없는 날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보통은 휴식에 초점을 두는 것 같다. 워낙 캐스터 일이 에너지 소모도 많고 목을 많이 쓰기 때문에 최대한 목을 쓰지 않으면서 힐링한다. 요즘엔 읽고 싶은 책을 틈날 때마다 한 권씩 읽고 있다.”
스포츠 캐스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대본 없는 아나운서라는 점이다. 모든 것이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캐스터의 역량이 중요하다. 또한 적게는 2시간부터 많게는 6~7시간을 애드리브로 채워나가기 때문에 전문성이 길러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각 캐스터만의 음색과 멘트로 시청자들의 감동을 배가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나중에 AI가 세상을 지배해도 스포츠 캐스터는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라고 확신한다.”
스포츠 캐스터라는 직업의 가장 어려운 점은?
“불규칙한 생활 패턴이다. 다양한 국가의 스포츠를 중계하다 보니 시차 적응이 어렵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많다.”
한국 스포츠 중계 환경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해외 스포츠를 중계하면 보통 스튜디오 중계를 많이 한다. 스튜디오 중계보다 현장 중계를 늘렸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생생한 분위기가 팬들에게 더욱 큰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캐스터를 준비하는 방법은?
“가장 중요한 것은 스포츠에 대한 진정한 열정이다. 기본기를 다지면서도, 이 직업을 정말 평생 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전공이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가?
“도움은 되지만 필수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발성과 발음 등 아나운싱 능력을 먼저 갖추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에 대한 지식도 키우는 것이다.”
실무 경험을 쌓을 방법이 있는지?
“공채 인턴 기회가 적기 때문에 직관을 자주 하고, 다양한 방송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면?
“당시에는 캐스터를 준비하는 방법론적인 부분들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굉장히 막연했고 멘토가 필요했던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SNS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궁금하거나 막막하면 바로 메시지를 보내서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캐스터를 준비하는 기간을 딱 정해놓고 준비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 부여가 되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성장할 수 있다. 생각보다 캐스터를 준비하면서 할 것들이 많다. 종목도 여러 개고 중계 중에 써야 하는 표현들도 많다. 더불어 발성과 발음 등 기본기를 연마하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준비하기를 바란다.“
아직 꿈을 찾지 못한, 방황 중인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꿈이 명사가 아닌 동사가 되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내가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는 건 뭐지? 이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직업은 뭘까? 현실적으로 내가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것과의 타협점을 뭘까? 궁극적으로 나는 어떤 이상적인 순간을 바라는 걸까? 등등의 생각 연장을 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면 정말 사소한 것부터 한 발짝 나아가길 바란다. 세상 사람 모두가 통상적으로 가는 길이 꼭 내가 원하는 길과 다를 수 있다. 그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중계를 13년째 하다 보니 내가 잘할 수 있게 된 건 상황을 정리하고 뭔가를 표현하는 일이었다. 앞으로는 이런 후천적인 능력을 살려서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자 역할을 해보고 싶다. 다양한 방송 출연을 해보고 나니 패널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진행자의 역할이 나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계속해서 해외 축구를 중계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최대한 오래도록 축구 팬들의 새벽을 지키고 싶다.”
스포츠 중계 외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스포츠 지망생들을 위해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소통을 이어가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2년 넘게 업로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여유가 생기면 다시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자급자족해서 업로드하고 싶다.”
꿈꾸는 이상적인 스포츠 중계의 모습은?
“현장에 있지 않은 팬들이 현장에 있게끔 느끼게 하는 중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청자는 그 중계를 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중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는 캐스터가 될 것이다.”
스포츠 캐스터로서의 삶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짜릿하고 보람찬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양동석 캐스터의 이야기가 이 길을 꿈꾸는 이들에게 혹은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진호 기자/김준환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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