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 쓰레기 문제 해결 위해 발 벗고 나선 대학생들
- 쓰레기로 뒤덮힌 시험기간 도서관, 재미있는 문구가 만든 변화
- 무단 투기되는 대학 축제 쓰레기, '봉찌'로 해결
시험기간 대학교 도서관 쓰레기통(사진출처=한국외대 에브리타임)“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강 작가님 작품은 소년이 온다 vs 채식주의자” “하루에 시험 1개씩 보고 느리게 종강 vs 시험 3개씩 보고 빠르게 종강”
도서관에서 다 먹은 음료 컵을 버리려던 대학생 기자는 쓰레기통 앞에서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총학생회가 도입한 독특한 쓰레기통 때문이다. 사용한 빨대와 컵홀더 등으로 원하는 곳에 투표를 하다보니 어느새 음료 컵 분리수거가 끝났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재미있게 쓰레기 정리를 마쳤다.
“빨대로 투표해 주세요!”... 부드러운 개입으로 만든 도서관의 변화 대학 도서관은 음료 반입이 잦은 공간 특성상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이 많다. 특히 이용자 수가 증가하는 시험기간에는 쓰레기통이 넘치도록 쓰레기가 쌓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분리수거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도서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도서관 넛지' 프로젝트의 줄임말인 '도넛' 프로젝트는 넛지 효과를 활용한 캠페인을 통해 도서관 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총학생회가 게시한 도서관 넛지 프로젝트 홍보물(사진=한국외대 총학생회 제공)넛지(Nudge)는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으로,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을 통해 대상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총학생회 인권연대국장 신채연(한국외대 FATI전공·21학번) 씨는 “도서관 쓰레기는 학내 노동자 문제와 연관되어 자칫 무거운 의제가 될 수 있다”며 “개인의 변화가 절실한 문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자 노력했다”고 도넛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변화를 가져오고자 넛지 디자인을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밸런스게임을 이용한 넛지 쓰레기통(사진=한국외대 총학생회 제공)넛지 디자인을 이용하여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일회용 컵의 분리수거를 유도하기 위해 “빨대로 투표해 주세요”, “컵홀더로 투표해 주세요” 등의 문구를 부착한 밸런스게임 쓰레기통을 고안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강 작가의 작품' 투표를, 종강이 다가오는 기말고사 시험 기간에는 '선호하는 시험 일정' 투표를 기획해 학우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국외대 총학생회가 부착한 포스터재치있는 포스터를 부착하기도 했다. '쓰레기를 그냥 버리면 개미가 들어와 세상을 장악할 것'이라는 유쾌한 문구를 써붙이고, SNS에서 유행하는 요소를 활용했다. 신 국장은 “학우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었다”며 “쓰레기를 대하는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장 팔찌 속 개인 봉투... 대학 축제 쓰레기 해결한 획기적 아이디어 다양한 음식을 사먹는 대학 축제도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로 오랜 기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의 특성상 공연을 관람하며 손에 쥐고 있던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가는 인원이 많기 때문이다.
'봉찌' 프로젝트도 무분별하게 버려진 축제 쓰레기를 발견한 것에서 시작됐다. 공모전 응모를 위해 모인 ‘봉찌’ 팀원들은 축제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여기지 않았고, 이를 해결할 실질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봉찌' 사용방법 (출처=봉찌팀 인스타그램)봉찌 팀이 기획한 동명의 팔찌 ’봉찌‘는 ‘봉지’와 ‘팔찌’의 합성어로, 개인 쓰레기 봉투가 내장된 축제 입장 팔찌를 뜻한다. 팔찌에 표시된 절취선을 따라 뜯으면 생분해성 개인 쓰레기 봉투가 나오고 이를 퇴장 시 봉찌 수거함에 버리고 가는 방식이다.
인터뷰를 위해 봉찌 팀을 찾은 대학생 기자가 직접 착용해 본 '봉찌'.실제 지난해 서울대학교 축제에 도입된 봉찌는 무단 투기되는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줄였다. 부지가 넓고 쓰레기통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했던 서울대 노천극장은 공연을 관람한 후 쓰레기를 자리에 두고 가는 사람이 많았다.
봉찌 팀의 김민주 씨(숙명여대 홍보광고학·20학번)는 “봉찌 내의 개인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퇴장하는 모습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며 “기획단 분들께 무단 투기된 쓰레기가 크게 줄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봉찌의 실효성을 설명했다.
봉찌가 성공적으로 도입된 배경에는 그들의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처음 도입되는 봉찌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안한 것이다. 봉찌 팀의 김수현 씨(숙명여대 홍보광고학·20학번)는 “봉찌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봉투를 뽑고 난 후 생기는 팔찌의 빈 공간에 다양한 문구를 새겨넣었다”며 “봉찌를 사용할 학생들의 즐거움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봉찌. 봉투를 뽑고 나면 '인싸력 상승'이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등장한다.봉찌 팀 유원정 씨(건국대 문화콘텐츠학·19학번)는 “특허 출원을 마친 봉찌가 앞으로 더 많은 행사와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에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축제 또한 늘고있다. 축제 참여자 입장에서는 다회용기와 따로 버려야 하는 일반쓰레기 처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다회용기 사용 축제와 봉찌가 더욱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