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불편 vs 공동체 안전, 온열의자의 장단점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스마트쉘터의 온열의자(서효주 대학생 기자)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스마트쉘터의 온열의자(서효주 대학생 기자)
올 겨울을 비롯해 삼한사온의 봄 날씨에도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온기를 보존해 주는 온열의자의 설치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버스정류소 온열의자 설치율은 2022년 51.9%에서 2023년 81.4%로, 1낸 새 29.5%가 증가했다.

이용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2023년 서울시 버스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온열의자 이용 경험이 있는 시민 중 만족도는 92%에 이르렀다.

열기가 전해지는 온열의자에 대해선 만족도가 높은 반면, 디자인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린다. 홍대역과 합정역 중앙차로 버스정류소에 설치돼 있는 온열의자를 본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용자 ㄱ씨는 해당 온열의자에 대해 “굳이 앉고 싶은 의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울어진 디자인 때문에 앉아도 발로 지탱하고 있어야 해서 앉기도 전에 불편할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중교통 이용자 ㄴ씨 역시 잠시 의자에 앉았으나 짐을 들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ㄴ씨는 “쉬려고 앉았지만, 동시에 발로 지탱하면서 짐을 들려니 더 힘들다”고 답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아이는 의자 디자인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의자를 보곤 앉았지만 아이는 발이 닿지 않아 이내 미끄러지기를 반복했다. 다른 아이들도 재미있어 보였는지 의자에 앉다가 이내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해당 온열의자 옆에 설치된 일반 디자인의 의자에는 이용자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디자인 온열의자는 이용자가 현저히 적은 모습을 보였다.
"홍대·합정역 버스중앙차로 의자, 앉고 싶으신가요?"
(위)합정역 스마트쉘터 온열의자 이용 모습 (아래)해당 온열의자에 앉지 않고 주변에 서 있는 이용자들의 모습
(위)합정역 스마트쉘터 온열의자 이용 모습 (아래)해당 온열의자에 앉지 않고 주변에 서 있는 이용자들의 모습
김민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해당 온열의자를 ‘방어적 디자인’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숙자의 사유화 공간이 되거나 잠재적인 위험 공간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적대적, 방어적 건축 디자인(Hostile·Defensive architecture)은 특정 장소나 건물에 범죄 예방을 위한 것으로, 공동체의 안전과 더불어 의도한 제한적 기능만을 수행하도록 적용된다. 김 교수는 노숙자를 위한 적의가 일반 이용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사용하기 불편한 경우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 50대 이용자 ㄷ씨는 노숙자의 장기간 이용을 막기 위함이고 짧은 시간 이용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적대적 디자인 사례는 해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영국의 캠든 벤치는 적대적 디자인의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틈새가 없어 숨겨놓고 가져가는 형식의 마약 거래가 불가능하고, 기울어진 경사는 누워서 잘 수 없도록 디자인이 되었다. 미국 보스턴에는 한 건물의 난간에 못을 설치하여 해당 공간에 머물거나 누울 수 없도록 의도했다.
"홍대·합정역 버스중앙차로 의자, 앉고 싶으신가요?"
영국의 캠든 벤치와 미국 보스턴의 한 난간에 설치된 못
영국의 캠든 벤치와 미국 보스턴의 한 난간에 설치된 못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해당 온열의자가 약자를 고려한 디자인도 아니지만 약자를 배제하려는 의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인과 아동의 이용이 어려워 보이나, 방어적 디자인이어도 모두 약자를 배제하지 않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 외국에서 적대적 디자인을 도입하는 경우, 주민 설문이나 공청회를 실시한다며, 문제가 있는 지역이었을 경우, 적대적 디자인 도입에 찬성하는 주민의 비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마포구청은 해당 온열의자에 대해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구분을 위해 구역을 나눠놓은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례 서울시 교통실 교통기획관 버스정책과 정류소관리팀장은 해당 온열의자가 스마트쉘터 설계될 당시부터 포함된 요소라고 설명했다. 노숙자의 장기 이용 방지뿐만 아니라, 공간 활용과 안전성을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온열의자가 설치된 스마트 쉘터는 스크린도어가 없다. 따라서 버스 운행이 끝난 후,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방지하기 위함이다.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해당 디자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해당 의자의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한 분석은 이뤄진 바 없다.

해당 온열의자는 시범 운영된 13개의 스마트쉘터에만 설치되어 있기에 현재는 이들을 운영, 관리할 뿐이라며, 더 이상 확대 설치할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서효주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