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가 사라지지 않는 대치동의 그늘
대치동을 경험한 이들의 고백, 그리고 위로의 공간이 된 영상들

영상 속 ‘제이미맘’ 이소담은 매일 같이 자녀를 학원에 데려주기 위해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 등장한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소개하며, 자녀의 선행 문제집을 직접 확인하는 캐릭터다.
해당 영상의 댓글에서는 해당 영상의 댓글에는 ‘대치동 학부모들과 너무 비슷하다’는 공감의 반응이 쏟아졌다. 또한 ‘제이미맘’이 착용한 이탈리아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르' 패딩이 당근마켓에 거래되는 현상을 놓고 "이 영상 하나로 사라질 유행이라면 얼마나 부질없고 무의미한 것인지"라며, 영상이 미친 소비 트렌드에 씁쓸해하는 반응도 존재했다.
이처럼 대치동은 더 이상 특정 지역과 교육 시스템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대중은 ‘대치동’을 하나의 밈(meme)처럼 소비하고, 때로는 희화화하며, 때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제이미맘’ 캐릭터가 인기를 끌고, 입시 문화가 콘텐츠로 소비되는 사이 정작 그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은 또 다른 기억을 꺼내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대치동과 우울증’, ‘대치키즈가 우울한 어른이 되어’와 같은 제목으로 대치동을 경험한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해당 영상들은 대치동을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공감의 공간이, 경험하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대치동의 이면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실패자도 생존한다

그는 특목고 입시를 위해 중학교 시절부터 대치동에 들어갔다. 특목고 입학에 성공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우울증이 심해졌고 목표로 하던 의대 입시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의 학창 시절 기억은 중학교 시절에 멈춰있다. 학업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한 영향이라고 그는 추측한다.
2018년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유행할 당시, 대치동과 입시를 과장된 드라마 서사로만 이해하고 즐기는 대중의 모습이 또 하나의 상처였다고 고백했다. 대치동 외부에서는 얼마나 그 속에서 경쟁이 과열됐는지 알 수 없기에 자신의 경험 공유로 진정성 있게 문제 제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영상 말미에 담은 ‘위로’는 그가 전달하고자 한 궁극적인 메시지다.
쉽지만 무겁고 진중한 위로를 건내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영상으로 공개하기 어렵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큰 사명감을 가지고 ‘대치동과 우울증’ 시리즈를 기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대치동의 현실을 다룰 때 주로 익명으로만 언급됐다. 그는 “누군가 이 문제를 직접 이야기해 주길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자신이 '대치키즈'를 대표할 수도, 해서도 안 되지만, 자신의 경험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 있는 학생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달하고 싶어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꼬레아나 징징’은 “이 같은 대치동에 관한 인식이 20대 청년들이 겪어온 문제로만 바라봤는데, 3040세대가 대치동에서 받은 상처를 공감해주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입 밖으로 내뱉고 살지는 못해도 다들 마음 속 한 켠에 망가진 유년기의 자신들을 붙잡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서효주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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