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휴수당 피하는 '쪼개기 채용' 성행
- 최저임금 10,000원대 시대, 고용주는 임금 부담
-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불편 초래해

대전에 사는 김예린 씨(가명·21)는 총 3곳의 편의점에서 근무 중이다. A 편의점에서는 주말 이틀 7시간씩 주 14시간을 근무한다. B 편의점에서는 주중 평균 12시간씩, C 편의점에서는 월요일마다 9시간을 근무한다. 평일 아침 2시간씩 유치원에서 등원 보조 아르바이트도 겸하는 중이다. 그가 총 4곳의 근무지를 옮겨 다니며 일을 하는 이유는 주 15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간표(사진=김 씨 제공)
김 씨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간표(사진=김 씨 제공)
일하세요, 주 15시간 이내로만··· 늘어가는 '쪼개기 채용'
'초단시간 근로자'는 주당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뜻한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취업 시간별 취업자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초단시간 근로자는 18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사례의 김 씨 또한 4곳의 근무지에서 초단시간 근로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초단시간 취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제작=전서영 대학생 기자)
초단시간 취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제작=전서영 대학생 기자)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은 초단시간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 있다. 주휴수당은 1주 1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하루 '유급휴가'를 주는 제도로, 1주 근로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주는 주휴수당이라는 추가적인 인건비 지출을 피하고자 시간을 쪼개 인력을 고용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실제 2025년 기준 최저임금은 10,030원에 그치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한다면 근로자는 12,000원 이상의 시급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앞선 사례의 김씨 또한 주 45시간을 한 근무지에서 근로했다면 21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총 4곳의 근무지에서 '쪼개기 채용'된 현재는 주휴수당 혜택을 받지 못해 약 180만 원 가량을 수령한다.

교환학생을 떠나기 위해 돈을 모으는 중이라는 김 씨는 “출퇴근에 낭비되는 시간도 상당하고, 여러 근무지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일정도 자주 헷갈린다”며 불편함을 토로하면서도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이렇게라도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무 사진(사진=김 씨 제공)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무 사진(사진=김 씨 제공)
서울 노원구의 한 학원에서 하루 4시간 근무했다는 정찬우 씨(가명·22) 또한 “고작 4시간 근무하기 위해 출퇴근에 거의 2시간을 허비한다”며 “더 오래 일하고 싶지만 그런 알바 자리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초단시간 근로 형태를 선호하는 고용주가 늘어나며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초단시간 노동자의 노동 실태에 대해 유상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는 “노동을 위한 대기시간, 작업준비 시간은 모두 노동시간”이라며 “단시간 노동은 불안정한 노동 형태로 노동권이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용하고 싶어도 못해··· 높아진 임금에 부담 느끼는 고용주들
서울 동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박종수 씨(가명·68)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매일 저녁 11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후 2시 퇴근한다. 쪼개기 채용을 통해 몇 명의 알바생을 고용했지만, 이들만으로는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의 근로 시간을 모두 채우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는 “알바생에게 오랜 시간 가게를 맡기고 싶어도 높아진 최저임금과 야간수당이 부담”이라 말한다. 박 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높지 않다”며 알바생을 고용해 주휴수당과 야간수당까지 다 주고 나면 총매출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처럼 초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하는 고용주들의 사정도 좋지 못하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사업주 1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7.8%가 2025년 진행된 최저임금 인상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환경의 주된 변화로 56.3%가 '쪼개기 알바 채용 확대'를 예상했다. 높아진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용주들이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쪼개기 채용'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의 채용 공고. 주 14시간 일할 초단시간 노동자를 채용 중이다. (사진 출처=알바천국)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의 채용 공고. 주 14시간 일할 초단시간 노동자를 채용 중이다. (사진 출처=알바천국)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부담을 안기는 현 노동시장에 대해 유상철 노무사는 “짧은 시간 일자리는 많은데 짧은 시간만 일을 해선 안 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노동자, 사용자 모두 악순환의 반복”이라며 “노동시간의 기준과 법 적용을 우선에 두고 노동정책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진호 기자/전서영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