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보호센터 봉사자가 지켜야 할 '애티튜드'

문단속을 소홀히 해 강아지가 탈출할 뻔한 사례부터, 봉사자의 부주의로 강아지가 구토하는 경우까지, 초보 봉사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와 꼭 알아야 할 주의 사항들을 전문가에게 물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명칭이 변한 만큼 한국의 동물에 대한 인식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동물 보호 관련 법령과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2020년 57.1%에서 2024년 75.4%로 증가했다.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도 높아지고 있다. 응답자 대부분은 ‘물리적 학대 행위(91.0%)’뿐만 아니라, 좁거나 어두운 공간(89.1%), 뜬 장(76.5%)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의 사육도 학대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유기견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깨끗한 보호소 환경을 유지하고, 유기견들이 사람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보호소 운영진만의 몫이 아니다. 유기견 봉사자들의 도움 또한 존재한다.
“이곳은 애견 카페가 아닙니다”
하지만 1365 자원봉사 포털에 들어가 ‘유기견 봉사’를 검색해 보면 다양한 모집 공고 중 비슷한 내용의 안내 사항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공고에서 단골 멘트처럼 유기견에 대한 인식 공고와 ‘책임감’을 강조한다.
“이곳은 애견 카페가 아닌 유기견 입양센터임을 숙지하시고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활동 부탁드립니다.”
“자원봉사에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참여해 주실 분만 신청 부탁드립니다.”

대부분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만나면서 ‘즐겁게’ 노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한다며, 중대형견의 경우, 넘치는 체력과 덩치로 인해 산책이나 견사 청소 등 예상보다 힘든 경우가 많다. 또한 유기견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람을 좋아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겁 많거나 상처 입은 아이들도 많아 예상과 다른 유기견 봉사에 흥미를 잃는 부원들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기견 보호소에게 듣는 초보 봉사자들의 실수
초보 봉사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사전에 안내 사항을 잘 숙지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들이 많았다.
서울시립동물복지센터(동대문)은 산책 시, 이물 섭취 등의 행동을 보이는 강아지를 제어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센터에서 봉사자와 함께하는 산책 활동에서 나뭇가지를 섭취해 혈변을 보거나 몇 차례 구토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사단법인 일산 브링미홈 중대형견 입양센터는 “견사 출입 시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강아지가 탈출할 뻔한 사례가 있었다”라며 합사가 되지 않은 강아지들이 만나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물구조119입양센터 또한 센터 출입 시 문단속 미숙으로 보호동물이 탈출할 뻔한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봉사활동 시간에 핸드폰 등 개인적인 용무에 집중하거나 지인끼리 수다를 떨 때가 가장 곤란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봉사 시간만 채우고자 유기견 봉사활동을 신청하는 경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라며, 봉사 오기 전, 센터의 규칙을 숙지하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호소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모두 내외적으로 상처를 받고 들어온다. 그중 대부분은 사람에 의해서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제한된 환경에서 방치된 아이들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사전에 이러한 부분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힐링’이 아닌 ‘책임’임을 깨달았을 때
하지만 유기견 봉사를 경험하고 시각이 변화하는 봉사자도 존재한다. 이수연(덕성여대, 스페인어전공·3) 씨는 첫 유기견 봉사 후, 단순히 예뻐해 주는 것을 떠나 한 마리 한 마리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과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다리가 불편한 유기견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실수로 아픈 부위를 건드려 겁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활동 내내 긴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대형견 유기견 봉사활동을 경험했던 이현서(가천대, 시각디자인과·2) 씨는 사람을 보자마자 자신의 키만큼 뛰는 유기견들을 보고 이들도 생명임을 자각했다고 전했다. 산책과 청소가 다라고 생각했지만 이를 떠나 생명의 무게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봉사 후기를 말했다.
유기견보호소 봉사 시 주의사항은?
유기견 보호소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책임감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봉사자의 작은 실수는 동물들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유기견 보호소에는 합사가 불가능한 강아지들도 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고 해서 모든 강아지가 친한 것은 아니다. 봉사자는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 때 반드시 담당 간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보호소 관계자는 “합사가 어려운 강아지들이 잘못 만나게 되면 싸움이 날 수 있고, 심한 경우 크게 다칠 수도 있다”라며 강아지 간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보호소의 규칙을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강아지는 언제든 물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유기견들은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갑작스러운 접촉에 반응할 수 있다. 보호소 관계자는 “강아지를 만질 때는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며 특히 갑자기 손을 뻗거나 뒤에서 다가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간식을 함부로 주는 것도 금물. 유기견들은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 음식이 해를 끼칠 수 있다. 또한 봉사자는 보호소 환경에 맞는 복장을 갖춰야 한다. 운동화와 더러워져도 되는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산책 시 넘어질 위험이 있는 슬리퍼나 샌들은 피해야 한다.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장신구도 강아지의 발톱에 걸려 부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유기견 봉사가 ‘힐링’이 아닌 ‘책임’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보호소들 모두 봉사자의 행동이 개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책임감 필수라고 답했다. 유기견 봉사를 하는 동안 봉사자는 한 동물의 보호자가 되기에 성실함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서울시립동물복지센터(동대문) 관계자는 “봉사 신청을 한 후, 나오지 않으면 한 강아지는 그날산책 기회를 잃게 된다”며, 보호소의 동물들은 봉사자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견 봉사를 통해 유기견에게 더 안전하고 따뜻한 하루를 만들어주고 싶다면, 보호소의 규칙을 숙지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브링미홈은 “활동가들의 책임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봉사자분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봉사를 하실 때 더 많은 보람과 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서효주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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