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삽니다(2)-대치동 사교육 이용자가 보는 ‘경쟁’

교육에서의 경쟁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나와 남편의 상이한 학창시절 경험이었다. 일반고를 나온 나와 특목고를 나온 남편 사이의 경쟁 밀도차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경쟁이 적었던 내 고등학교 시절은 행복했다. 또래 집단에서 쉽게 1등을 차지하며 안일해졌고, 지금 생각해보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유년시절이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더 경쟁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면 나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다.
반면 과학고를 나온 남편은 경쟁 강도가 너무 높아 이를 견딜 수 있는 성향이 관건이라고 느꼈다.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졌더라도 과도한 경쟁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아이를 키운 친언니에 따르면, 그곳은 한국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다. 특히 아시아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학군은 한국보다 더한 교육열과 사교육 열기가 있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은 미국에서는 여전히 성실함만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공립학교와 주립대학을 졸업해도 괜찮은 일자리가 많고, 한국인 수준의 성실함과 끈기로 자영업에서도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할 수 있다.
결국 어느 나라든 상위권으로 갈수록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1등이 아니면 낙오자'라는 시선과 좁은 기회의 사다리가 기형적인 사교육 시장을 만들고 있다고 느낀다. 줄세우기를 하지 않으려는 취지에서 시험이 사라져버린 초등학교의 교과과정에 대치동은 이미 아이들의 레벨을 나누고, 우열을 가린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다른 사교육에도 도입된다.
경쟁 없이 개성을 살리는 교육만으로 생계 걱정과 빈부격차가 없는 유토피아가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은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어렵지만 어느시점에 우리 모두는 경쟁속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사교육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는 아이의 성향, 가정의 경제력,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경쟁에 대한 경험이 다른 나와 남편, 그리고 미국에서 아이를 키운 언니에게도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아이가 스며들듯 서서히 경쟁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의 작은 실패와 성공경험을 통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좌절을 완충하는 스펀지 역할은 결국 부모의 몫이다.
학기 초 반장선거에서 두 표 차이로 떨어진 아들이 아쉬워했다. 이미 인기가 많은 아이가 반장이 되었고, 부반장 선거에서 아들이 아깝게 졌다. 떨어질지도 모르는 도전이었고고 비록 떨어졌지만 좌절하기보다 긍정적인 면을 찾는 아들의 마음가짐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들도 머지않아 자신보다 더 똑똑한 친구를 만나 좌절을 겪을 것이다. 그 좌절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도록 독려하며 경쟁에서 도피하지 않고 건강한 경쟁을 가르칠 것이다. 그렇게 인생의 수많은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가진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란다면, 대치동 교육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박소현 님은 올해 8살 아이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기자, 아나운서를 거쳐 현재 브랜드 빌딩 비즈니스 스타트업 블랭크코퍼레이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프로로 제 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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