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꼰대 경영진이 함께 성장하는 법
!["퇴사가 고민 돼? 그럼 이 말은 꼭 듣고 가세요" [고참의 스타트업 생존기]](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AD.40693046.1.jpg)
스타트업의 직함이 무슨 의미이겠는가. 다만, 변하지 않은 것은 내 위로는 대표 한 사람, 내 아래로는 수많은 MZ세대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다. 즉, 나는 (어쩌면 꼰대일지도 모르는) 경영진이고 MZ세대를 이끌며 함께 일하고 있다.
번아웃을 피하려면 마라톤 뛰는 것처럼 일해야
MZ세대는 쉽게 퇴사한다고들 한다. 예전 기준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게 나쁜 일일까? 이 질문의 답은 조금 복잡하다. 우선,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의 퇴사가 반갑지 않다. 직무 교육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손해이고, 새로운 사람을 뽑는 데도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떨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대했던 것과 현실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윗사람과 안 맞아서’일 수도 있고, 그 윗사람이 바로 나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떠나는 사람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번아웃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종종 해주는 말이 있다. 회사 생활은 마라톤과 같다. 100미터를 제일 빠르게 달렸다고 끝나는 경기가 아니다. 남이 빨리 달린다고 무작정 페이스를 따라가기보다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꾸준히 가는 게 중요하다. 무리하면 반드시 번아웃이 오고, 종종 퇴사로 이어진다. 한두 번의 실패가 완전한 실패를 의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을 간과하면 쉽게 번아웃에 빠진다. 직장인으로 산다는 게 장거리 레이스라는 사실을 잊으면 회사를 옮기더라도 ‘목표-과로-번아웃’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성과를 내는 것은 궁극적으로 리더의 책임이다. 팀원들은 상황에 맞게 호흡을 유지하면서 한 발 한 발 꾸준히 달리면 된다.
이 회사가 내 평생직장일까?
최근 몇 년 새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20대에 입사해서 30년 이상 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이제 보기 드물다. 직장보다는 커리어가 중요한 시대다. 나는 우리 구성원 중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편하게 자주 하는 편이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 낡은 신화일 뿐이다. 회사가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내가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하다.
다만 자기가 맡은 성과보다 처우나 환경 개선에 너무 집중하는 건 위험하다. 직원 수만 명의 대기업이라면 개인의 성과가 다소 부족해도 큰 영향이 없을지 모르지만, 많아야 100명이 일하는 스타트업에서는 개개인의 성과가 회사의 성장에 직결될 때가 많다. 따라서 회사의 성공과 개인의 처우 사이에 밸런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잘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내 몸값도 덩달아 높아진다.
업무에서 개인의 목표와 회사의 성과 목표가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개인 목표에 너무 무게를 두다 보면 이에 맞지 않는 업무는 아무래도 소홀히 하게 된다. MZ세대가 많은 부서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럴 때는 리더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잘 조정해야 한다. 업무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일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비어 있는 부분들을 함께 채워 나가야 한다. 이렇게 개인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를 잘 조율하는 경험을 쌓아야 진정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화내지 말고 백만 번 이야기하자
아무리 MZ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내가 MZ 이전 세대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사회 초년병이던 시절에는 실제 욕을 하고 재떨이를 던지는 상사들이 있었고, 버티나 못 버티나 지켜보자는 식으로 무리한 업무를 주는 문화도 있었다. 이런 조직 문화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시대다. 그래서 내게도 그런 모습이 남아 있지 않은 지 자주 되돌아본다. 20년 후에 후회할 짓이라면 지금도 하지 않는 게 맞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유명 육아 전문가인 오은영 박사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오 박사의 가르침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건 “화내지 말고 짜증 내지 말고 웃으면서 백만 번 이야기하라”는 말이다. 회사에서도 이와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고, 집에서 보다 회사에서 더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가정에서는 한두 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직장에선 순간의 화나 짜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직원들에게 업무는 적정치 100보다 더 많이 줄 때가 많다. 야근해야 하는 일도 잦다. 당연히 처우나 업무 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는데, 조직의 특성상 모두 다 수용할 순 없다. 이럴 땐 업무를 하면서, 면담을 하면서, 식사를 같이하면서 끊임없이, 웃으면서 얘기한다. 100만 번을 목표로 삼고 말이다. 그러다 보면 대개는 어느 정도 합의점에 이르게 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행히 지금까지는 잘해왔는지. 동료들 사이에 ‘회사에서 제일 짜증 안 내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참 님은 인문학과 광고를 전공했으나 IT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첫 직장부터 과감하게 IT 업계로 뛰어들었다. 네이버에서 14년간 쌓은 성공적인 경력을 뒤로 하고 ‘더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열정에 이끌려 스타트업 ‘마켓보로’에 합류했다. 식자재 유통의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는 마켓보로의 핵심 서비스 ‘식봄’을 이끌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