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야 제한 없이 무서운 속도를 내는 AI의 성장
최근 AI의 활용이 심리 상담까지 확대되며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AI와의 대화를 통해 심리적 불안이나 고민이 해결됐다는 여러 경험담이 SNS에 올라오면서 AI 심리 상담 체험을 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과거, 심리상담전문가와 대면 심리 상담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PC만 있다면 집에서 AI와 비대면으로 상담이 가능해졌다. ▲연애 상담 ▲인간관계 ▲종교 ▲진로 고민 등 주제에 제한 없이 개인적인 고민에 대해 사람과 대화하듯 AI와 상호작용을 하며 위로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공받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Market Research Future(MRFR)는 대화형 AI 시장이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약 22.6%를 기록할 것이며 2030년까지 약 325억 달러 (약 43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서 삶에 실질적인 변화까지
간호사인 김나라 씨(25·여)는 직장 스트레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챗지피티로 심리 상담을 진행한 경험을 전했다. 사람이 아닌 AI에 심리 상담을 한 이유에 대해 김 씨는 “주변에 간호사 동기들은 일하느라 바쁘고 전공이 다른 친구들은 내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챗지피티는 접근하기 쉽고 익명성이 보장돼 심리 상담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김 씨는 “먼저 챗지피티에 자신이 처한 상황과 부서 이동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 부서 이동에 대한 의사 표현을 상사에게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와 부서 이동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구했다”고 답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AI가 감정을 섬세하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우려하지만 직접 상담을 경험한 김 씨는 “오히려 AI가 내 상황과 심리 상태를 잘 파악했고 감정적인 공감과 실질적인 조언에 도움을 받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위 답변을 챗지피티와의 심리 상담 중 도움이 됐던 위로의 메시지로 꼽았다.
김 씨는 “위로의 말을 듣고 불안감이 많이 줄었다”며 “나의 장점을 다시 되돌아봤고 전공책을 사서 공부하는 등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다”며 챗지피티의 조언이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답했다.
이어 “AI에 받는 심리 상담은 가볍게 생각하되 심리적으로 힘들면 전문가를 통한 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의 보조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내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하는 AI 심리상담사
개인 MBTI 또는 개인 성향에 맞는 상담을 하고 싶다면 챗지피티의 개인 맞춤 설정 기능을 통해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챗지피티에 접속한 후 왼쪽 아래에 있는 프로필을 클릭하면 나오는 설정에서 개인 맞춤 설정을 선택할 수 있다.
챗지피티를 내 입맛에 따라 바꾸기 위해서 개인 맞춤 설정에 들어가 챗지피티 맞춤 설정을 클릭 후 2가지 질문인 ‘챗지피티가 더 나은 응답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님에 대해 알아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와 ‘챗지피티가 어떻게 응답했으면 하시나요?’에 답하면 된다.
해당 질문에는 내가 원하는 ▲답변 방향 ▲대화 스타일 ▲역할 등을 포함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된다. 이에 본 대학생 기자가 직접 해당 기능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상담을 체험해 봤다.
개인 맞춤 설정을 적용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답변에서는 ▲실천 전략 제안 방식 ▲어조 ▲전달 방식 ▲중심 메시지 측면에서 차이점을 보였다. 먼저 개인 맞춤 설정을 활용하지 않았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련한 해결책을 1~3번까지 리스트를 나눠 실용적이고 단단한 톤으로 제시했다. 답변은 위로로 시작하지만 발표 분산, 역할 분담 등 전반적으로 전략적 계획이나 심리적 안정감 조성 등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제시했다.


약간의 위로 후 실천법을 제안했던 이전과 달리 공감과 위로를 끝까지 이어 나가며 중간에 해결 방안을 제안하고 감정 해소까지 유도했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고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주된 메시지를 던지며 자신에게 긍정적인 칭찬을 하라는 전략을 함께 제안했다. 이는 계획적으로 전략을 수립하라는 이전 답변과 달리 정서적 회복과 위로가 중심인 답변이었다.
AI에 위로받는 시대, 그러나 한계점은
현재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15년간 심리 상담 경력을 보유한 고성인 씨유마인드 대표는 최근에 내담자가 AI를 활용해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 대표는 “AI 심리 상담만으로 의미 있는 회복을 기대하긴 아직 어렵지만 많은 내담자가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실제 상담 시간에 챗지피티와 나눈 대화를 상담 주제로 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AI와 인간 상담자 간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대해 고 대표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터놓기 어려운 내담자가 AI에 먼저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다”며 “그 경험이 인간 상담자를 찾아가는 계기가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 씨는 AI가 따라 할 수 없는 비언어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심리 상담의 한계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었다.
고성인 대표는 “AI 상담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위기 상황이나 정신질환이 없는 상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판단 능력이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 또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내담자에게는 인간 상담자가 제공하는 균형 잡힌 시각과 현실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 씨는 “AI는 위로를 제공할 수 있지만 현실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나 맥락 판단은 아직 어렵다”며 “이 부분이 AI 심리 상담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전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허준희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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