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이 닥터비랩 대표
항암 치료 효과 증진하고 부작용 줄이는 한약 처방 개발
약물 설계 효율성과 정밀성을 높이며 개발 분야를 확장
닥터비랩은 한약물을 이용해 항암제, 방사선 치료의 효과를 증진하는 병용 약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병리학교실 주임교수이자 암예방 소재개발학과 학과장인 김봉이 대표(42)가 2022년 7월에 설립했다.
김 대표는 경희대 한의대에서 학사 과정을 마치고 진료하면서 한의학의 효용성이 높고 연구할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닫고 전일제 대학원생으로 석박사를 마치고 미국 텍사스테크 대학 약대에서 포스트닥터(post doctor)로 일했다. 이후 한약물의 항암 효과에 대해 연구하던 중 가까운 지인들의 암투병과 사망 소식을 접하고 기초 연구에 그칠것이 아니라 연구 결과물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창업에 도전했다.
“항암 치료 방법은 화학 항암요법, 수술, 방사선, 호르몬 치료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 존재하며 고령화로 전 세계 암 환자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항암 치료법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약물의 경우 한의학적 원리와 실험적 결과를 이용하면 한방 의료기관에서 즉각적으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암에 대해서 기존 항암 치료 효과를 증진하고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병용 한약물 개발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다수의 한약물 및 천연물에는 다양한 항암 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그중에 상당수가 항암제로 승인받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약 추출물에는 서로 상승적으로 항암 효과를 증가시켜 주는 성분들이 배합돼 있어 하나의 성분보다 한약 추출물 전체가 오히려 항암 효과가 더 좋은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실험 기반으로 이런 한약물을 각 암종과 항암 치료에 맞게 병용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이 필요합니다.”
닥터비랩은 과학적 검증 기반의 한의학을 활용하고 있다. 오랜 임상 경험에 기반한 한약 처방을 현대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그 효능을 데이터와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김 대표는 “닥터비랩의 경쟁력은 AI 기반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 도입”이라며 “유효 성분 도출과 작용기전 예측에 AI 모델링을 적용함으로써, 약물 설계의 정밀도와 개발 속도를 크게 향상했다”고 말했다.
“여러 파이프라인 및 고도화된 포지셔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암 병용요법에서 시작하여 일반 소비자를 위한 기능성 식품까지 개발 범위를 확장해, 전문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또한 한의학과 글로벌 시장의 접점을 찾았습니다. 한국 제품과 전통의학에 대한 신뢰가 높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K-medicine 기반 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향후 수출 경쟁력이 높습니다.”
닥터비랩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 연구과제와 유럽 에라무스+ 국제협력 과제에 잇따라 선정돼 현지 의과대학, 약학대학 및 식품공학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의학적 항암처방의 과학적 가능성을 해외 연구자들이 먼저 주목하고 제안해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닥터비랩은 B2B 중심의 전략을 기반으로 기업, 약국, 온라인 플랫폼 등으로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된 전시회·박람회에 참가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시장 적합성을 검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닥터비랩은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 창업 지원 프로그램 및 산학협력단을 통해 국내외 판로 개척에 실질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며 “해외 진출을 위한 바이오 헬스케어 컨퍼런스, 무역상담회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초기 스타트업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닥터비랩은 2023년 10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선정을 위한 조건으로 고려대학교 기술지주사에서 시드 투자 2억 원을 유치했고, 이어서 5억원 상당의 TIPS R&D과제 수주했다. 해당 투자금은 연구개발 고도화와 인력 확충, 해외 공동연구 기반의 인허가 전략 수립 등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향후에는 TIPS 본사업(5억원 규모)과 연계된 후속 투자 유치, 그리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Pre-A 라운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항암 분야에서 임상적 근거를 확보한 K-medicine 기반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바이오·헬스케어 VC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닥터비랩은 한의학·식품영양학·바이오 전공의 연구원, 그리고 기획, 글로벌사업, 디자인 등 비즈니스 운영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연구개발팀은 한의학 기반 암 연구 및 기능성 소재 발굴에 10년 이상 경험을 가진 교수급 연구진과 네트워크 약리학 및 AI 기반 분석이 가능한 석·박사급 인력이 포함되어 있어 기초부터 응용까지 전주기적 개발이 가능하다.
또한 미국, 호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베트남, 인도 등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위한 다국적 협력 인력도 확보하고 있으며, 현지 대응을 위한 해외 담당 리서처 및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인력도 지속해서 충원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대표는 “닥터비랩은 한의학 기반 항암 보조요법의 과학적 근거 확보 및 임상 적용 확대를 1차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를 위해 암종별 병용 한약물 개발과 AI 기반 신약 후보군 스크리닝 고도화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능성 식품 분야에서는 효과적인 한약 성분을 누구나 일상적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한 여러 제품군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해외 인허가 및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구축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병원 및 교육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K-medicine 기반 정밀 통합의학 모델’을 구축하고 아시아·유럽 등 전통 의학 수요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닥터비랩은 아이템을 인정받아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 입주기업에 선정됐다.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 사업은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대학 인근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설립일 : 2022년 7월
주요사업 :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의학 및 약학 연구개발업, 식품
성과 : 2023년 10월 2억 원 시드 투자 유치, 고려대학교기술지주, 2024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 창업지원사업 수주, 2024년 9월 중소기업벤처부 500백만 원 규모 R&D 과제 수주(TIPS),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우타라대 약학대학과 정부 공동 과제 수행, 인도네시아 현지 제약회사 Dexa Medica, Ferron Pharmaceuticals과 NDA 체결 및 약물 공동개발, 베트남 약국 체인 Maxtrust와 수출 계약 진행 중,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 공대 식품공학과와 EU Erasmus+ 연구과제 수주, 국제 복수학위 프로그램 및 현지 한의학 교육과정 공동 개발 중, 저카페인 기능성 에너지 드링크 '스페셜 워리어' 개발, 경희대 한의대 공동연구 기반의 항노화 건강기능식품, 기침사탕·껌 제형 기능성 제품 개발, 2024 Singapore SWITCH 국제 전시회 참가 (SWITCH 2024) 부스 운영, 국제학술대회 Nutricon 2024 서울 개최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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