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속 입소문에 책 구매하는 청년들
- 지난달 서울국제도서전에 15만 명 몰려
- 동시에 종이책 판매 부수 약 380만 부 가량 감소

청년 세대 사이 '텍스트힙' 열풍이 불고 있다. '텍스트힙(Text Hip)'이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 '와 '힙(Hip)'을 합성한 신조어로, ‘독서 행위가 멋지고 세련된 활동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설명한다. 젊은층 사이 독서가 유행하며 이를 정의하기 위한 키워드가 새로이 떠오른 것이다.

틱톡의 “북톡(BookTok)', 인스타그램의 '#북스타그램', X(구 트위터)의 '왓츠 인 마이 책장' 등 글쓴이의 독서 생활을 나타내기 위한 키워드가 포함된 수 개의 게시물은 이러한 텍스트힙 유행을 반증한다.
인스타그램에 '#북스타그램' 키워드를 검색한 모습. 수백만 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북스타그램' 키워드를 검색한 모습. 수백만 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20대 초반인 대학생 기자도 이 열풍을 체감한다. SNS 속 입소문을 탄 정대건 작가의 소설 '급류'나 유명인이 추천한 양귀자 작가의 소설 '모순' 등은 주변에서도 빠르게 퍼져나갔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최근 몇달새 책 읽는 모습이 담긴 지인들의 게시물이 늘어난 것을 느낀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한지연(가명·22) 씨 또한 “최근 인플루언서의 추천으로 소설을 구매해 읽었다”며 “SNS 영향으로 책을 읽는 주변인들이 많다. 책 유행을 크게 실감한다”고 말했다.
여러 유튜버들의 책 추천 영상들. (사진=유튜브 캡처)
여러 유튜버들의 책 추천 영상들. (사진=유튜브 캡처)
텍스트힙은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달 성황리에 마무리된 '서울국제도서전'은 사전 예매에만 15만 여장의 티켓이 모두 판매되어 현장 입장이 불가했을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19일 도서전에 방문했다는 배유빈(가명·22) 씨는 “평일에 방문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정말 많았다”며 “유명한 출판사의 경우 부스 공간에 비해 사람이 너무 붐벼 들어가기 힘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믿을 구석'. (사진=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 캡처)
2025 서울국제도서전 '믿을 구석'. (사진=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젊은 세대의 텍스트힙은 '책' 그 자체보다는 '책을 읽는 경험' 전반을 사유하는 듯 보인다. 폭발적인 인기를 끈 도서전은 키링, 책갈피 등 '굿즈' 판매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배 씨 또한 “독서 '붐(boom)'이 오나 싶을정도로 도서전은 인산인해였지만 '패션독서'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언급했다.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모습. (사진=배 씨 제공)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모습. (사진=배 씨 제공)
또한 텍스트힙의 대상이 되는 도서가 한정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평소 독서를 즐긴다는 송윤형(가명·23) 씨는 “SNS상에서 유행하는 책들은 모두 표지가 예쁘거나 감성적인 현대 소설인 것 같다”라며 “물론 그 책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좋은 책들이 고루 알려지지 않는다면 그게 진정한 '책 유행'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텍스트힙이 책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주장은 여러 통계로 뒷받침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는 성인의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분석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23년도와 비교해 2024년도의 종이책 판매 부수는 약 380만 부 가량 감소했다.

종이책을 찾기 위해 오프라인 도서전에 15만 여명이 모였지만 성인의 절반 이상은 한 해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책' 보다는 '책을 읽는 나'를 드러내기 위한 유행이라는 텍스트힙을 향한 비판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이진호 기자/전서영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