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뮷즈' 상반기 매출액 115억 기록
- 광복 80주년 맞아 한정상품 출시해

국립중앙박물관 뮷즈샵에 진열된 취객선비 변색 잔 (사진= 대학생 기자 이채원)
국립중앙박물관 뮷즈샵에 진열된 취객선비 변색 잔 (사진= 대학생 기자 이채원)
"잔에 그려진 김홍도 그림이 너무 멋져서 구매했어요.“

지난달 30일,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관람한 조은영 (51) 씨는 굿즈샵을 찾아 취객 선비 변색 잔을 집어 들었다. 구매 이유를 묻자 "잔에 그려진 김홍도 그림이 멋지고, 차가운 술을 따르면 그림 색이 변한다는 아이디어가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잔은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에 등장하는 취객 선비를 활용해 제작됐다. 잔에 차가운 음료를 따르면 그림 속 선비들의 얼굴 색이 붉게 변한다. 이렇게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전통 유물과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더한 굿즈 브랜드가 국립박물관의 '뮷즈'(뮤지엄+굿즈)다.

뮷즈가 시민들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발걸음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뮷즈의 전체 매출액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2022년 출범한 뮷즈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15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가 늘었다.

뮷즈 흥행 이끈 주역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박물관 입장 대기 줄 (사진=이채원 대학생 기자)
박물관 입장 대기 줄 (사진=이채원 대학생 기자)

품절된 인기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개장 시간 전부터 '오픈런'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른 아침에 박물관을 찾은 박수현 씨(23)는 "개장 시간에 맞춰 박물관에 도착했는데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30분 정도 기다려 입장했다"고 말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 서강원 대리는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많은 관심을 받으며 영화에 등장하는 상품들을 찾는 고객분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까치 호랑이 뱃지는 입고와 동시에 품절되는 인기 상품 중 하나이며, 갓과 관련된 상품인 갓 책갈피, 갓끈 볼펜도 인기 있다"고 덧붙였다.

까치호랑이 뱃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까치호랑이 뱃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까치호랑이 뱃지는 작호도에 등장하는 까치호랑이를 캐릭터화한 굿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했던 호랑이 캐릭터와 닮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재고가 들어오면 바로 품절돼 10차 예약 판매를 진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다. 지난 10일, 국립중앙박물관은 까치호랑이 뱃지가 7월에만 3만 8104개 판매됐다고 밝혔다.

20~30대가 뮷즈 구매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23년 기준 뮷즈 구매자의 36.6%가 30대, 17.4%가 20대로 주를 이뤘다. 상품기획팀은 박물관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브랜드 정체성이 가치 소비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와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 상품에는 소비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적 높은 가격대에도 구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전통 유물을 소재로 하는 만큼 제작 과정에서 신중함도 필요하다. 원본 유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더라도 역사적인 가치나 서사를 훼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상품기획팀 관계자는 굿즈의 실사용을 고려해 적합한 내구성과 완성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뮷즈를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국산 소재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복의 의미와 가치, 데니 태극기에 담다
반가미니어처 광복에디션 (사진=이채원 대학생 기자)
반가미니어처 광복에디션 (사진=이채원 대학생 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아 ‘데니 태극기’를 활용한 한정 상품도 출시됐다. 그중 가장 큰 인기 있는 상품은 금동 반가사유상을 토대로 만든 반가미니어처 광복 에디션이다. 작은 반가사유상이 데니 태극기와 무궁화 한 송이를 손에 쥔 모습을 하고 있다.

데니 태극기는 고종이 외교 고문이었던 미국인 오언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로, 우리나라 국기 제정의 초기 역사와 주권 국가로서의 희망을 담고 있다. 초창기 태극기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어 상징적인 유물로 평가받는다.
데니 태극기 키링과 스티커 (사진=이채원 대학생 기자)
데니 태극기 키링과 스티커 (사진=이채원 대학생 기자)
이처럼 광복 에디션 굿즈는 일상에서 광복의 의미를 기리고 대한독립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관계자는 "뮷즈는 박물관 관람 경험의 여운을 느끼게 하고, 유물에 대한 심리적, 일상적 친근감을 높인다“며 ”전시 만족도와 이해도를 높여서 박물관에 다시 방문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전시관과 뮷즈샵을오가는 20대 관람객, 여름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한 아이들, 여행 중인 외국인 관람객의 발길이 저녁 무렵까지 이어졌다.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준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이번 열풍에 힘을 보탰다.

뮷즈 열풍이 잠깐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우리 유물과 역사가 더 많은 시민의 일상에 스며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진호 기자/이채원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