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친목으로 중장년 인기, 20대도 이색 체험에 관심
도심 속 맨발 걷기가 확산하고 있다. 공원과 산책로에 맨발로 흙을 밟을 수 있는 공간 잇따라 조성되면서 이를 찾는 시민이 늘고 있다. 호기심에 신발을 벗고 걷기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둘 늘면서 맨발 걷기는 도심 속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매일 아침저녁 맨발 산책을 즐기는 A 씨(70)는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발에 가시가 돋친다”고 말한다. 그에게 흙길 걷기는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습관이다. A 씨는 “맨발로 걷고 나면 발의 통증도 줄고 잠도 잘 온다”며 “이제는 걷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한 정도”라고 덧붙였다.
손쉽게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환경이 늘자 20대도 관심을 보였다. 지난 6월 말 성북구 석계역 인근에 ‘석계치유정원’이 조성됐다. 인근 주민 이은서 씨(25)는 집 앞 공원의 황톳길을 찾는 사람들을 자주 보며 호기심이 일었다. 걸어보니 특별한 준비 없이 흙을 밟는 것만으로도 새롭고 기분이 환기됐다. 그는 “평소 맨발 걷기를 중장년층의 건강 습관으로 여겼지만, 젊은 층에게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이색 체험”이라며 한 번쯤 체험해보기를 권했다.
지난 4월 27일 국회 위성곤 의원실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생긴 맨발길은 1,027곳에 달한다. 전주시의회의 2023년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8월 14일 기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 가운데 178곳이 맨발걷기 관련 조례를 갖췄다. 서울시(자치구 포함) 맨발길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3년 53개소에 이어 2024년에 126개소를 추가해 지난 1월 기준 맨발길은 총 199개소가 됐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맨발 걷기는 전자를 체내로 흡수하는 자연 치유 방식”이라며, “자율신경 안정, 면역력 강화, 수면 질 향상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9년간 유방암, 자가면역 질환 등의 개선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맨발 걷기 열풍에 효과를 검증하려는 학계의 시도도 있었다. 작년 8월 충북대학교 김재선 외 2인은 ‘도시 숲에서의 맨발 걷기가 스트레스, 기분상태, 삶의질, 수면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5주간 맨발로 도시 숲길을 걸은 참가자들은 운동화를 착용한 참가자들보다 스트레스 감소, 기분 개선, 삶의 질 향상, 수면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불규칙한 지면을 맨발로 걸을 때 지압 효과로 혈액순환이 개선되고, 자연과의 연결감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삶의 만족감이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 회장은 “향후 겨울철에도 걷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 비닐하우스형 방한 맨발길을 조성하고 있다”며, “WHO(세계보건기구)에도 맨발 걷기의 효과를 알리고 공동 연구를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맨발 걷기를 전 국민 건강 운동을 넘어 전 인류가 함께 실천하는 세계적 운동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회장은 맨발 걷기 운동 시 주의할 점으로 준비운동, 지면 응시, 곧은 발걸음, 사람들이 걷는 길 이용, 경사면 주의, 파상풍 예방접종 실시 등을 당부했다.
이진호 기자/박민욱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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