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위한 ‘안전한 일터’ 포항바이오파크
“일반 시장 취업은 아직 높은 벽”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필요성

포항바이오파크 직원들의 모습. (포항바이오파크 제공)
포항바이오파크 직원들의 모습. (포항바이오파크 제공)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장애인 의무고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은 3.21%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장애인 고용인원은 298.654명으로 전년보다 7.331명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의 고용의 벽은 높다. 장애인이 일반 고용 시장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도록 돕는 곳이 있다. 바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다.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포항바이오파크는 2009년에 설립된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현재 70여 명의 장애인 근로자와 22명의 비장애인 지원 스텝이 근무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커피믹스, 녹차 같은 차류를 주력으로 판매한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중 유일하게 건강기능식품을 만들 수 있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 허가를 받고 운영 중이다.

곽영일 포항바이오파크 원장은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일하고 식사하고, 퇴근 후 동료들과 회식이나 취미 활동 등을 하는 회사 생활의 모든 것을 이곳에서 배워나간다. 상황에 따라 심리상담도 진행하며 어떻게든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포항바이오파크는 장애인의 취업 과정 훈련을 위해 일반 기업과 동일한 절차로 근로자를 채용한다. 채용된 직원은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을 통해 맞춤형 직무를 분석한다.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교육과 훈련을 반복한 후 현장에 투입된다. 교육 기간은 평균 3개월 정도로, 상황에 따라 더 연장하기도 한다. 장애인 근로자는 기계 조작, 단순 포장, 청소, 사무업무 등 다양한 직종에서 근무한다.

포항바이오파크에서 근무한 지 4개월이 된 이승규 씨는 완제품 포장 직무를 맡고 있다. 이 씨는 “일반 직장에서 근무할 때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어려웠다. 반면 이곳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 주고 이해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난도 업무에 어려움이 있는데 선생님들께서(지원 스텝) 많이 도와주신다.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능숙해지는 것을 느낀다”며 보람찬 감정을 전했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에 취미활동까지"…장애인들의 꿈의 직장 '포항바이오파크'
포항바이오파크에서 근무하는 이승규(위), 장유리(아래) 씨의 모습 (포항바이오파크 제공)
포항바이오파크에서 근무하는 이승규(위), 장유리(아래) 씨의 모습 (포항바이오파크 제공)
포항바이오파크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장유리 씨는 티백 포장과 검수 작업을 맡고 있다. 장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포장 실력도 늘고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 같아서 일할 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냐는 질문에 “첫 월급을 탔을 때 어머니께 빨간 내복을, 아버지께 흰색 줄무늬 넥타이를 선물해 드렸다. 처음으로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이었다. 부모님께서 너무 좋아하셔서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한편,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곽 원장은 “장애인 생산품에 대해 색안경을 낀 시선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아무리 설명해도 장애인 생산품이라는 이유로 외면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며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인식 개선을 위해 위생도 더 철저히 지키려 하고, 원자재 품질 검수 등에 더욱 신경 쓴다. 이런 점을 SNS를 통해 알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바이오파크는 퇴근 이후와 주말에 다양한 취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2년 만들어진 축구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현재 농구, 러닝크루, 수영, 메이크업, 연극 등 1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에 취미활동까지"…장애인들의 꿈의 직장 '포항바이오파크'
농구부 활동 모습 / 수영부 활동 모습 (포항바이오파크 제공)
농구부 활동 모습 / 수영부 활동 모습 (포항바이오파크 제공)
첫 시작은 장애인 직원들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곽 원장은 “직원들이 퇴근하고 집에 가면 심심하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무언가를 같이 해보자는 마음에 매주 토요일 오전에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1년 내내 한 번도 안 빠지고 열심히 참여했다. 비가 와도 하자고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고 전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유니폼, 축구공을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곽 원장은 더 전문적으로 축구를 가르치기 위해 장애인 축구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여러 대회와 전국 체전에 출전하고, 현재 포항 스틸러스 구단과 함께 장애인 팀을 4년째 운영하고 있다. 곽 원장은 “축구를 통해 직원들의 삶이 변화되는 걸 직접 느끼며 다른 프로그램들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에 취미활동까지"…장애인들의 꿈의 직장 '포항바이오파크'
포항바이오파크가 운영하는 축구, 러닝크루 취미클래스(포항바이오파크 제공)
포항바이오파크가 운영하는 축구, 러닝크루 취미클래스(포항바이오파크 제공)
입사 한 달 후부터 러닝크루에 들어간 이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퇴근하고 간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정신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소감을 전했다.

장 씨는 여자 축구팀 주장으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메이크업과 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메이크업을 처음 했을 때는 어색했는데 몇 번 해보니까 재밌었다. 화장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지난 7월에는 특수학교인 포항 명도학교에서 인형극 공연을 했다. 인형극에 참여한 장 씨는 “사람들 앞에서 인형 탈을 쓰고 대사와 액션을 취할 때 재미있다. 처음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는데, 내가 이렇게 잘할 수 있는지를 느끼게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곽 원장은 “작년에 저희 축구팀이 대회를 나갔다가 끝나고 치킨집에서 맥주 한 잔씩 마시며 회식을 했다. 근데 선수 중 한 명이 그게 꿈이었다고 한다. 그날이 너무 행복했는지 선수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전화까지 왔다. 일상이라 생각한 일이 우리 직원들한테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바이오파크에서 근무하다 외부 취업을 도전한 근로자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다시 돌아오거나 일을 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곽 원장은 “지적 자폐성 장애 직원들에게 일반 시장 취업은 아직 높은 벽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개인의 능력에 맞는 직무를 찾고 기다려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하고 싶은 장애인이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최예람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