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빼몸 120 그리고 일단 굶고 보는 다이어트
다이어트는 매년 여름이 다가올 때쯤이면 주요 키워드로 급부상한다. 최근에는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키(cm)에서 몸무게(kg)를 빼면 120이 나와야 이상적인 몸매’라는 뜻의 ‘키빼몸 120’이라는 수치 기준이 유행하며 외모와 체중에 대한 압박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간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체중을 감량하려는 이들 사이에서 ‘굶는 다이어트’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다. 이 방식은 단순한 절식을 넘어 극단적인 금식 상태를 유지하는 다이어트 방법들을 포함한다. 대표적으로 ▲3일 동안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고 체내 자가포식과 해독 효과를 유도한다는 ‘72시간 금식’ ▲식사 시간과 공복 시간을 조절해 인슐린 반응을 끄는 ‘스위치 온 다이어트’ ▲일정 기간 물만 섭취하는 ‘물 단식’ 등이 있다.
이러한 다이어트는 유튜브나 틱톡 등에서 챌린지 콘텐츠 형식으로 빠르게 소비된다. ‘3일 동안 물만 마시기’나 ‘일주일 굶기 브이로그’ 같은 자극적인 영상들은 조회수를 끌어 올리며 또 다른 유행을 만들어낸다. 해당 콘텐츠는 체중 변화 과정을 전후 비교 이미지, 체중계 수치를 공개하며 굶는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 공유와 확산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정예정(익명, 25) 씨는 최근 SNS를 통해 유행한 스위치 온 다이어트 브이로그를 접하면서 “같은 식단을 따라 한 사람들이 살도 빠지고 몸 상태도 좋아졌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며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굶는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고 답했다. 정 씨는 이틀간 할리우드 48시간 클렌즈 주스를 물과 함께 나눠 마셨고 이 기간에 식사는 일절 하지 않았으며 운동도 피했다.
정 씨는 “똥배가 조금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며 굶는 다이어트를 통해 단기간의 체중 감량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씨는 “장기적으로 위장 불편, 수면 질 하락 등 삶의 질이 뚝 떨어졌다”며 단식을 중단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금방 에너지 저하를 겪기 시작했고 쉽게 피로해져 일상생활조차 버겁게 느껴졌다며 굶는 다이어트의 부작용에 대해 지적했다.
신체적인 변화 외에 정 씨는 “예민해져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잦았고 감정 기복도 심해졌다”며 “체중만 줄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몸이 무너지는 속도도 그만큼 빨랐다”고 덧붙였다.
단식 이후에도 여운은 남았다. 정 씨는 체중이 다시 늘어날까 봐 칼로리에 집착하게 됐고 외식 자리에서는 메뉴판의 숫자만 바라보게 됐다. 정 씨는 오히려 더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식습관으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정 씨는 이제 단기 감량보다 ‘지속 가능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몸을 돌보는 방식도 유행이 아닌 ‘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용 없이 단기간에 체중 감량할 수 있어 굶는 다이어트를 시작한 최수정(익명, 25) 씨는 약 2주간 단식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최 씨의 방법은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배고플 때 단백질 쉐이크 하나로 버티는 식이었다. 별도의 운동은 하지 않았으며 일상생활 중 걷는 정도가 전부였다.
단기간에 체중 변화에 대해 최 씨는 “얼굴이 갸름해졌고 몸이 가벼워졌다는 느낌도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 씨는 “한 번은 밖에서 어지러워 쓰러질 뻔한 적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더해 피부가 푸석해지고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졌으며 위장 불편도 지속됐다고 밝혔다.
이후 최 씨는 단식을 중단하며 “예전보다 외모에 대한 강박이 줄었고 굳이 굶지 않아도 건강하게 감량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현재는 샐러드나 닭가슴살 등으로 식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체중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주연(익명, 25) 씨는 단식 다이어트를 시도하면서 “아예 안 먹는 건 하루가 한계였다”며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하루에 한 끼를 과하게 먹고 대부분 잠만 자며 버텼다”고 밝혔다. 철저한 식사 제한보다는 하루 한 끼의 과식을 통해 공복을 이어가며 체중 감량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체 리듬은 무너졌다. 하 씨는 “밤낮이 완전히 바뀌었고 괜히 예민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체중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그에 따른 외형적 변화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하 씨는 “살이 빠지긴 했지만 다시 찔 때 군살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았다”며 “소화불량과 변비 증상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단식을 멈춘 이후에도 식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이어졌다. 김 씨는 “많이 먹어도 ‘내일 굶으면 되니까’라는 생각에 계속 먹게 되는 심리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다이어트는 천천히, 올바르게
단식은 단기간 체중 감소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일정 기간 이상 음식 섭취를 제한하면 신체는 기초대사량을 낮추며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이에 따라 체중 감소 폭은 점차 줄어들고 단식 종료 후 섭취량이 증가할 때 오히려 체중이 증가하는 요요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특히 운동 없이 단식을 병행할 때 근육량이 줄어들며 기초대사량이 더 낮아지고 이는 체지방 비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된다. 이와 함께 장기간 단식은 일시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케톤체를 생성한다. 해당 물질이 많아지면 몸에 필요한 수분과 영양 성분이 빠져나간다. 이에 따라 비타민과 무기질 등 미량영양소가 결핍될 가능성이 있으며 ▲담석 생성 ▲변비 ▲집중력 저하 ▲탈모 ▲피로 등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대한비만학회는 ‘건강한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하루 세 끼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면서 일일 에너지 섭취량을 500kcal 내외로 줄이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기초대사량 유지를 위한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허준희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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