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 지렁이를 안전하게 옮기는 홍익대 ‘지렁이 구하기 대작전’
-도심 옥상에서 꿀벌을 돌보는 서울대 '양봉부'
-작은 생명 돌봄에서 시작되는 MZ세대 친환경 실천
길 위의 작은 생명 지키는 홍익대생들, ‘지렁이 구하기 대작전’
“장마철이면 아스팔트 위에 나와 있다가 햇볕에 말라 죽는 지렁이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죠.”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4학년 학생 다섯 명이 올여름 ‘지렁이 구하기 대작전(이하 지구대)’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팀은 공식 동아리나 수업 과제가 아닌, 방학을 함께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서 꾸려졌다. 구성원은 서연, 은채, 정원, 지윤, 지한. ‘지렁이 구하기’는 평소 박지한 씨가 메모해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올여름 장마는 예상보다 짧았고, 강한 햇볕 때문에 보호소 흙이 쉽게 말랐다. ‘지구대’는 매일 물을 뿌려주며 관리하다가 결국 여름이 끝나기 전 지렁이를 화단에 방류했다. “혹시 안에 있던 지렁이가 죽었을까 걱정했는데, 네 마리 정도가 흙 속으로 잘 파고 들어가는 걸 보면서 뿌듯했어요.” 정원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키링은 밀랍천으로 만든 나뭇잎 모양 천과 손잡이 막대기로 구성됐다. 지렁이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가 부드럽게 들어 옮길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지구대’는 “사람 손에는 핸드크림이나 화장품 같은 화학 물질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지렁이는 체온도 낮고 피부가 민감해서 직접 만지기보다 도구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지렁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지구의 창자’라고 부를 만큼 지구에 유익한 생물이다. 지렁이의 분변토는 토양의 질을 높이고 생태계 환경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구대’ 활동의 배경에는 단순한 ‘환경 보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저희가 활동을 하는 이유는 단지 지렁이가 유익한 생물이어서만은 아니에요. 작은 생명이 약하다는 이유로 밟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거죠. 결국 아스팔트 같은 환경을 만든 건 인간의 책임이잖아요.”
‘지구대’의 활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렁이 구하기’는 더 이상 다섯 명만의 프로젝트가 아니게 되었다. 팀원들은 “누군가 보호소에 지렁이를 옮겨 넣고, 그 안에서 지렁이가 살아가는 것을 확인했을 때 느낀 보람은 특히 크다”고 전했다.
“지렁이를 구한다는 건 단순히 눈앞의 한 생명을 살리는 것 이상이에요. 작은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손을 내미는 행위는 지렁이를 넘어 길고양이, 나아가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까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팀원들은 모두 졸업을 앞두고 있어 학업에 집중해야 하지만, 내년 여름 다시 보호소와 도구 보관함을 설치하고, 키링 프로젝트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심 속 꿀벌과 생태계를 지키는 캠퍼스 프로젝트, 서울대 환경대학원 양봉부
활동은 이론 학습과 현장 실습, 기록·평가 과정을 거쳐 진행되고 있다. 신입 구성원은 먼저 양봉학과 생태학, 안전교육을 필수로 이수하게 된다. 이후부터는 월 1~2회 주말 오전에 정기 내검을 하며 벌들의 산란 상태와 꿀·화분 저장 상태, 질병과 해충 유무를 점검한다. 봄과 초여름에는 밀원기 채밀을 진행하고, 가을에는 말벌 방제와 월동 준비에 집중하며, 겨울에는 벌의 보온과 먹이 보충에 힘쓴다.
양봉부장은 “양봉은 위험할 수도 있는 활동이기에 보호구 착용, 알레르기 대응, 학내 안전 기준 준수는 기본”이라며, “개화기 기록을 축적해 군세와 환경 조건을 꾸준히 추적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도 뚜렷하다. 개화 시기와 벌 건강 데이터를 시민과학 형태로 축적해 도심 생물 다양성 관리에 기여하고, 학내·지역 공동체와 협력해 ‘친수분자(bee-friendly) 캠퍼스 가이드라인’을 제안할 계획이다. 나아가 환경관리학 전공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학술 논문으로 연구 성과를 확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양봉부는 “부원들이 생명을 돌보는 경험을 통해 환경 실천의 내실을 다지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 활동이 학문적·실천적 기여를 동시에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봉부의 일상적인 돌봄은 꿀벌 한 마리를 넘어 도시 전체의 생명 순환을 지켜내는 힘이 되고 있다.
작은 생명을 향한 손길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 시작됐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지렁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벌통 앞에서 땀을 흘리는 시간은 단순히 한 생명을 살리는 차원을 넘어 환경과 공존을 고민하게 만든다. 지렁이와 꿀벌을 지키려는 대학생들의 시도는 결국 우리가 함께 살아갈 도시와 지구를 지켜내는 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진호 기자/이윤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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