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작 문턱 낮아지며 무분별한 광고 양산...소비자 혼란
“오늘 알려드리는 방법만 따라하셔도 최소 10kg은 쉽게 빠지실 겁니다”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자신을 25년 베테랑 전문의라고 소개하는 한 남자. 영상 상단에는 TV 프로그램 로고처럼 보이는 ‘노후를 바꾸는 습관’이란 글자가 보인다. 이는 실존 인물이 아닌, AI(인공지능)로 만든 가상의 인물을 활용한 다이어트 보조제 광고다.
영상 어디에도 해당 광고가 AI로 제작된 것이라는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AI 광고 영상을 시청하는 SNS 이용자들은 이 영상이 실제인지, 가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50대 A 씨는 “요즘 유튜브에 비슷한 말투와 목소리를 가진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오는 광고가 많이 보인다”며 “AI로 만든 가상 인물인지는 몰랐다. 당연히 실제 전문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대 B 씨 역시 “요즘 AI 기술이 좋아져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 인물을 이용한 정보 전달은 소비자 입장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AI 광고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AI 광고를 생성하는 회사 측 입장을 듣고자 마이디데이에 소비자 오인 가능성에 대해 문의했다. 회사의 공식 메일과 고객 게시판에 인터뷰 요청을 남겼지만 답변은 받지 못했다.
AI 광고는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손쉽게 제작할 수 있기에 무차별적으로 생산된다.
대학생 기자가 AI 영상 제작 프로그램 ‘Pixverse’을 이용해 직접 영상을 제작해 보았다. 무료 체험으로 단 1분이 채 걸리지 않아 가상의 의사가 등장하는 영상이 완성됐다. 원하는 배경과 인물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그대로 구현되는 방식이다.
21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AI 가상 의료인 광고에 대한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AI 광고를 여전히 ‘식품 건기식 허위 과대 광고’로 분류해 기존처럼 대응하고 있다”며 이는 안일한 대응이라 비판했다.
이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최근 AI 광고가 소비자의 오인을 유발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존의 법으로 대응해 왔지만, 앞으로 더 명확한 제도적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도 AI 허위 과대 광고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최근 AI 기술을 악용한 허위·과장광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범람한다고 한다”며 "관계부처가 이런 시장 질서 일탈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강조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최예람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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