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창설된 단국대학교 점자동아리 ‘점자리’
직접 제작한 점자 교재로 한 학기 동안 점자 배워…
점자가 필요한 교내 곳곳 조사해 점자 부착 활동 진행

매년 11월 4일은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 점자를 창안한 날을 기념하는 ‘점자의 날’이다. 올해로 99주년을 맞았다.

사회 곳곳에서 점자 접근성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점자가 닿지 못한 공간과 제품이 많다. 세제, 화장품, 음료수 등 일상 가까이 있는 제품에는 여전히 점자가 부재한 현실이다.
우리에게 멀게 느껴지는 문자인 점자. 그런 점자를 세상과 더 가깝게 만들려는 대학생들이 있다.

'수놓인 별자리가 하늘을 꾸미듯 점자리를 수놓아 세상을 빛내자'
단국대학교 점자동아리 '점자리'는 점자가 우리 사회 속 주류 문자와 동등하게 알려지고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아리 ‘점자리’ (한지희 점자리 회장 제공)
동아리 ‘점자리’ (한지희 점자리 회장 제공)
2022년 동아리를 만든 이의진(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22) 씨는 "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수어동아리는 있는데 점자동아리는 없더라. 비시각장애인들이 취미 수준으로 점자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잘 없다. 중앙 동아리를 만들어 모든 학생이 자유롭게 참여하길 원했다"며 점자리 창설 배경을 설명했다.

인권 동아리에서 점자를 활용한 활동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학 내 '점자' 자체를 목표로 만들어진 점자 동아리는 찾기 어렵다. 이 씨는 "점자리는 인권 동아리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점자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 동아리"라고 소개했다.

선천적 시각장애가 있는 이 씨는 7살 때 어린이집에서 처음으로 점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소리로 들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점자를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점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직접 제작한 맞춤형 교재로 진행되는 점자 교육
점자리에 가입하면 1학기에 점자를 배운 후 2학기에 다양한 점자 관련 활동을 진행한다.

이 씨는 부원들에게 점자를 알려주기 위해 직접 교재를 만들었다. 시중에는 단기간에 취미 정도의 난이도로 점자를 배울 수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해마다 교육을 진행하며 수정을 거쳐 8차시 교육으로 점자를 배울 수 있게 자료를 완성했다. 부원들 시간이 안 맞아서 하루에 두세 번씩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의진 씨가 제작한 점자 교재
이의진 씨가 제작한 점자 교재
점자를 배우며 점자리 부원들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전 회장인 엄정아(단국대학교 행정학과 22) 씨는 "마트, 약국 같은 데에서 점자가 표시된 물품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라면에는 점자가 다 적혀 있어서 일상에서 계속 보고 읽어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교육부장인 박준성(단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23) 씨는 “공항이나 학교 같은 큰 건물에는 촉지도(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도)가 있다. 큰 건물이 보이면 바로 달려가서 촉지도를 찾아 사진 찍는다. 점자를 찾아다니는 습관이 생겼다”고 전했다.

올해 점자리에 가입한 최준형(단국대학교 경영학과 24) 씨는 "지식이 늘어난다는 즐거움이 있다"며 "엘리베이터에 있는 점자를 보며 '여기 점자로 1이라 쓰여 있다. 너희 이거 아냐'면서 친구들한테 자랑하기도 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점자리 부원들이 점자 스티커를 만들고 있다
점자리 부원들이 점자 스티커를 만들고 있다
점자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점자 스티커 부착 활동'은 점자리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교내의 강의실, 자판기, 화장실 등 다양한 장소를 조사하고 필요한 곳에 직접 점자 스티커를 만들어 부착한다.
'점자' 배우고·만들고·붙이는 대학생들···단국대 동아리 '점자리'
동아리생들이 강의실 표지판과 문에 점자를 부착하고 있다.
동아리생들이 강의실 표지판과 문에 점자를 부착하고 있다.
이 씨는 "건물 하나를 정하고 한두 명 정도가 한 층씩 맡아서 조사를 진행한다. 한 층 조사할 때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의실 문이 다 똑같이 생기지 않았고, 문 개수도 달라서 점자를 어떻게 붙일지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해 시간이 꽤 걸린다"며 조사부터 점자 부착까지 한 달 반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점자리 활동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점자 부착이 필요한 강의실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식이다. 박 씨는 “앞으로는 출력할 강의실 이름을 묵자(비시각장애인들의 문자)로 입력하면 점자로 바로 바꿔주는 웹 서버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점자리는 교내뿐만 아니라 교외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공공기관을 찾아가 표지판,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점자가 필요한 곳곳을 조사하고 점자 스티커를 부착한다.

간혹 '어차피 아무도 안 보는데 왜 하는거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 씨는 "우리가 점자를 붙이는 이유는 점자가 없으니까 붙이는 거다. 누군가가 이용한다면 좋은 거고, 아무도 안 보더라도 점자가 붙어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엄 씨는 "사후대처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며 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회장을 맡고 있는 한지희(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24) 씨는 “사람들이 점자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점자리의 최종적인 목표”라며 “앞으로 점자 출판업 견학, 어둠 속의 대화 등 외부 견학을 통해 더 다양한 점자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최예람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