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전 세대 중 ‘노화 불안’ 가장 높아
-노화 두려워 운동·식단을 관리하는 청년들
28세 대학원생 김성주(가명) 씨는 1년 전부터 체력과 생활 습관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루틴을 시작했다. 그는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지금부터라도 건강을 제대로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최근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얘기를 듣게 됐어요.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건강을 지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헬스 등록을 결심했습니다.”
김 씨는 주변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듣는다며 “정말 늙기 싫다는 이야기나, 미리 준비해둔 것도 없는데 나이가 점점 드는 게 두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조금이라도 느리게 늙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찾아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외모가 중요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피로하지 않은 내면의 건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친구들과의 만남 방식도 달라졌다. 김 씨는 “예전에는 만나면 술자리부터 잡았는데, 요즘은 서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겨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하고, 간단하게 밥을 먹고 헤어지는 식의 만남이 더 자연스러워졌다”며, 건강을 중심으로 관계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화에 가장 예민한 세대인 청년층
특히 건강 악화와 경제력 상실에 대한 우려, 사회적 소외, 죽음과 상실 불안, 노인 낙인에 대한 민감성까지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노화가 삶의 핵심 영역을 제약할 수 있다는 존재 상실감이 청년층에게 강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건강 불안, 청년층 노화 공포의 핵심
청년층의 노화 불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건강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민 기대수명은 83.5세지만, 건강수명은 72~74세 수준으로, 평균 10년 이상을 질병과 함께 살아야 한다.
질병관리청 자료에서도 30세 미만 2형 당뇨병 환자는 지난 13년간 2.2배 증가했고, 유병률은 약 4배에 달한다. 20대 암 환자도 5년 사이 44.5% 늘었다. 의료 기술 발달로 수명은 연장됐지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이러한 현실은 청년층의 건강 불안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속노화, 오히려 청년층이 주목하고 있어
정 교수는 “젊은 세대에서도 당 대사 이상이나 심혈관 문제가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늘었다”며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청년들이 예방 차원에서 저속노화를 실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교수의 유튜브 채널 ‘정희원 저속노화’는 개설 1년 만에 구독자 60만 명에 육박하며, 건강 정보가 실천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저당 식단으로 만드는 저속노화 루틴
31세 직장인 이가영(가명) 씨는 저속노화 관련 정보를 찾아 식단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다이어트 기록을 위해 SNS에 식단을 올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건강이 더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며, “저속노화 트렌드가 확산되자 식단도 자연스럽게 저당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채소 위주의 식단과 잡곡밥을 꾸준히 먹으며, 혼자 사는 생활 속에서도 밥을 한 번에 지어 냉동해두거나 잡곡 즉석밥을 활용해 식습관을 관리하고 있다. 간식과 음료도 저당 제품을 선택하려고 노력하고, 외식 시에는 샐러드나 건강식 메뉴를 고른다.
이 씨는 저속노화 관련 정보를 꾸준히 찾아보고 주변에 공유하며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런 루틴이 오히려 마음을 안정시킨다”며, “지금부터의 습관이 앞으로의 건강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청년층 사이에서 건강관리를 일상 습관으로 이어가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청년층 소비, 건강 중심으로 변화
충남대 소비자학과 구혜경 교수는 청년층의 건강 중심 소비가 커지는 이유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들은 부모 세대 대비 취업난이나 경기 침체처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 커지면서 인생이 좌우되는 경험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장 확실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나의 몸’이기 때문에 건강 관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건강 관리가 단순한 외형 관리나 유행이 아니라,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청년층이 가치 있게 느끼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 자산 축적이 어려운 시대에, 이전 세대의 예방적 소비가 자산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청년층은 오늘 하루의 운동과 생활 습관 개선 등 ‘나를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소비가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소비 변화에 대해 구 교수는 “코로나 시기를 학창기에 경험한 청년층은 건강에 특히 민감하다”며, 이미 증가한 건강식품·건강 먹거리 소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트렌드는 언제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 자극적 음식이나 건강에 좋지 않은 활동이 일시적으로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건강 관심은 계속 유지돼 왔기 때문에, 청년층의 건강 중심 소비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오늘을 통제하는 삶, 새로운 생존 전략
청년층의 노화 불안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는 느낌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불안정, 건강수명의 단축, 사회적 관계 약화, 예측 불가능한 미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건강 불안’으로 구체화된다.
최근 20·3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저속노화’는 바로 이 같은 흐름의 결과다. 단순한 외형 관리나 다이어트를 넘어, 하루의 생활과 소비, 일상의 선택까지 건강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시도다. 청년들은 더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 ‘오늘을 관리하는 삶’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는 불확실한 시대를 버티기 위한 하나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진호 기자/이윤진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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