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늘 아라크네 대표
-사용자는 자신의 옷장을 디지털화하여 앱에 등록하고, 친구나 커뮤니티 멤버들과 서로의 옷장 데이터를 공유
-커뮤니티 멤버들은 자신의 아이템과 아웃핏을 올리고, 서로의 옷장을 구경하고, 코디를 추천하고, 직접 P2P로 거래할 수 있어
홍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철학과 컴퓨터과학을 복수전공 했고, 현재는 KAIST 디지털 인문 사회과학부 석사과정에서 동네·취향 단위의 패션 데이터를 계산 사회과학의 방법론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
“사명인 ‘아라크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일하게 기술로 신과 대결해서 이겼지만 분노를 이기지 못한 신이 저주를 내려 거미로 바꿔버린 베 짜는 여인의 이름입니다. 거미가 정교한 거미줄을 짓듯, 파편화된 패션 데이터를 유의미한 정보로 직조해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신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그걸로도 모자라 끝내는 이겨버리는 아라크네처럼 예리하고 대담한 도전정신 역시 많은 영감이 됩니다.”
대표 아이템은 먼지(munzi)로, 소셜 옷장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신뢰 중심의 커머스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옷장을 디지털화하여 앱에 등록하고, 친구나 커뮤니티 멤버들과 서로의 옷장 데이터를 공유한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자신의 아이템과 아웃핏을 올리고, 서로의 옷장을 구경하고, 코디를 추천하고, 직접 P2P로 거래할 수 있다.
“옷장 기반 인스타그램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합쳐진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친구가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해 주는 태깅(Tagging) 시스템입니다. 인공지능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친구가 특정 아이템을 태그해 주면, 그 추천을 받은 사용자는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때 추천을 해준 친구에게는 실제 구매 발생 시 보상(Curation Point)을 지급하여 자발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유도합니다. 이렇게 커뮤니티를 통해 확보되는 사용자들의 옷장 데이터와 추천 기록은 곧 ‘사용자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설명하는 고품질의 데이터로서, 먼지에서 제공하게 될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 및 알고리즘의 기반이 됩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개인 간(P2P) 중고 거래 시 거래 이력과 소유권을 투명하게 기록해 사기 없는 안전한 거래 환경을 제공합니다.”
아라크네의 경쟁력은 첫째, ’해석의 깊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패션 AI는 카테고리·색·가격 등 2~3차원의 기초적인 정보만을 분석하는데, 우리의 경우 사용자가 옷장을 등록하면 아라크네가 자체 개발하여 특허 출원 중인 ‘5차원 패션 온톨로지(Fashion Ontology)’ 기술로 해당 의류의 물리적·미학적·맥락적·시대적·기호적 특징을 구조화된 데이터로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검은색 자켓’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다크웨어 성향과 80% 일치하며, 현재 소장한 바지와 레이어드하기 좋은 고딕 무드의 자켓’과 같은 의미론적 추천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둘째, 일반적인 디지털 옷장이나 패션 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소셜과 커머스, 데이터가 한 번에 연결된 버티컬 파이프라인 구조를 가진다는 점이다. 여러 플랫폼에 파편화되어 존재하던 거래, 활용 내역, 커뮤니티 반응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코디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 실제 거래, 다시 스타일링되는 과정까지도 한 개의 그래프로 추적할 수 있다. 또한 커뮤니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들은 다시, 패션 온톨로지를 고도화하는 선순환 피드백으로 활용되며 다시 플랫폼의 경쟁력으로 돌아온다. 커뮤니티와 알고리즘을 먼저 안정화한 후 이를 초개인화 타겟마케팅 및 니치 트렌드 분석 등의 B2B 프로덕트로 확장할 계획이며, 궁극적으로는 ‘패션의 스포티파이’와 같은 추천·분석 서비스로 포지셔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라크네는 ‘기능’을 광고하기보다 ‘문화’를 만든다. 타겟 유저인 잘파(Zalpha)세대는 광고를 소비하지 않고,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소비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커뮤니티 기반 확산과 레퍼런스 아웃핏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서울의 특정 지역(성수, 홍대, 강남 등)별로 강한 개성을 가진 사용자들의 아웃핏을 온톨로지 상에서 태그하고, 그 지역별 ‘스타일 그래프’를 보여준다. 사용자는 자신이 올린 아웃핏이 어느 ‘지역 바이브’와 연결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이게 곧 자기 브랜딩이 된다.
“동시에, 중고 거래·렌탈·커뮤니티 이벤트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앱을 알리고, 다시 온라인 데이터로 회수하는 O2O 루프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라크네는 ‘먼지’라는 앱 자체가 하나의 힙한 놀이터가 되도록 브랜딩하고 있습니다. 거점 구역들의 힙한 로컬 빈티지 샵들과 제휴하여 팝업스토어를 열고, 앱 내에서는 서로의 스타일링을 자랑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디깅(Digging)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기보다 패션 고관여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앰버서더가 되어 친구를 초대하는 바이럴 루프(Viral Loop)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에서의 테스트베드 이후 북미·아시아의 패션 관심층을 타겟으로 커뮤니티를 글로벌 확장 예정입니다.”
아라크네는 현재 프리-시드 단계에서 기술 개발과 커뮤니티 빌딩에 집중하고 있다. KAIST의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하반기 중으로 미국 VC 대상의 시드 라운드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아라크네의 강점은 이미 온톨로지와 그래프 데이터 구조가 구현된 상태이고, 실제 유저의 아이템·아웃핏 데이터가 붙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단지 아이디어 수준에서가 아니라, ‘작동하는 프로토타입, 실제 그래프 화면'이 있는 상태에서 투자자와 대화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아라크네가 그리는 ‘패션 데이터의 표준화’라는 비전에 공감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미국, 아시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 버티컬 플랫폼이나 데이터 기술 기업과의 시너지 역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 대표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을까.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패션, 기호학, 기술을 함께 공부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맞닥뜨린, ‘왜 우리는 매일 입을 옷이 없다고 느낄까?’라는 존재론적 질문이 시작이었습니다. 옷장은 꽉 차 있는데 입을 옷이 없는 건, 내 옷에 대한 정보와 내 취향에 대한 이해가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문학적 통찰과 공학적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아라크네의 시작이었습니다. 패션을 진짜로 ‘언어’와 ‘데이터’로 다루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정했고, 많은 피벗과 구체화 끝에 지금과 같은 방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라크네는 홍 대표 외에 한동희 부대표(COO)가 함께 기업을 이끌고 있다. 한 부대표는 인하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대학 시절부터 영상 제작 프로덕션, 글로벌 광고 회사, 취미 플랫폼 등 다양한 창업을 경험해 왔다.
한 부대표는 “그동안의 창업 경험과 비즈니스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팀과 조직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뛰어난 기술력과 비전, 그리고 이를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CEO-COO 코어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후 홍 대표는 “사용자의 인식이 ‘입을 옷이 없다’에서 ‘내 취향이 보인다’로 전환되는 순간을 데이터를 통해 직접 만들어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파편화된 패션 데이터를 의미론적 차원에서 엮어내어 실제 추천과 커뮤니티 연결의 시너지 루프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우리가 선택한 길이 맞았다는 단단한 확신과 함께 팀의 사기도 덩달아 오르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홍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먼지(munzi)의 론칭 이벤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하고, 서울 몇 개 거점을 중심으로 코어 유저 1만 명 규모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중기적으로는 아라크네의 5차원 패션 온톨로지를 기반으로 한 추천·인사이트 API를 열어, 브랜드, 크리에이터, 커머스 플랫폼들이 ‘스타일 그래프’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장기적으로는, ‘패션의 스포티파이’, 그리고 '자기 정체성을 데이터로 이해하는 인프라’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누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다’를 옷장 데이터로 설명받고, 그 데이터 위에서 커리어·관계·소비 전략까지 설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라크네는 아이템을 인정받아 2025년 한국여성벤처협회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 선정됐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참신한 아이디어,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창업자의 성공적인 창업 사업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발된 예비창업자에게는 사업화 자금과 창업 준비와 실행 과정에서 필요한 교육 및 멘토링을 제공한다.
설립일 : 2025년 7월
주요사업 : 소셜 옷장 커뮤니티 기반의 패션 커머스 플랫폼 운영
성과 : 2025년 3월 KAIST 창업원 투자촉진 프로그램 4기 선정, 2025년 6월 예비창업패키지 선정, 2025년 7월 KAIST 창업지원센터 입주기업 선정, 2025년 9월 환경창업대전 입선, 2025년 9월 서울여성창업아이디어공모전 창의상, 2025년 11월 KITTEE Startup Pitch Competition 3위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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