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청년들의 새로운 커리어 경로로 부상
거창한 자본이나 화려한 스펙 없이, 오직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기록한 것만으로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대학생들이 있다. 맛집 기록이 식당 협찬으로, 독서 기록이 문구 브랜드 광고로 이어진다. 단순히 취미를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취향이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가 청년들의 새로운 커리어 경로로 부상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정형화된 자격증 대신 '덕질의 기록'에 열광하는 청년들, 그들은 어떻게 무형의 취향을 자산으로 만들었을까.
'기록의 힘' 자본금 0원,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과거에는 사업을 하려면 거창한 자본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시작하는 무자본 브랜딩의 시대다. 인스타그램, X, 유튜브 등 플랫폼은 낮은 진입장벽과 알고리즘을 통해 누구에게나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천 명대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 중인 맛집 크리에이터 유니 씨 또한 "원래부터 맛집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대학 진학 후 릴스로 팔로워들과 소통하는 경험이 즐거울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첫발을 뗐다. 수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대형 인플루언서부터 작지만 알찬 소통을 이어가는 마이크로 크리에이터까지, 이들의 시작은 거창한 목표보다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남기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기록이 쌓여 '팬덤'이 형성되면 수익은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따라온다. 인터뷰에 참여한 세 명의 크리에이터 모두 수익이 창작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강력한 '연료'가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 씨는 기업의 제안을 "제 채널을 매력적으로 봐주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돈'이야말로 사람들이 만족감을 표현하는 가장 극적인 방식"이라는 그의 말처럼, 광고비는 자신의 콘텐츠가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확실한 증표였다.
김해린 씨 역시 "평소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 하던 브랜드에서 광고 제안이 올 때의 쾌감은 무엇보다 크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활동은 실감 나는 커리어로도 이어졌다. 그는 크리에이터로서 쌓은 역량을 발판 삼아 "21살의 나이에 대기업 프로젝트 제안과 정규직 합격"이라는 '초현실적인 스펙'을 일궈내기도 했다.
유니 씨는 "음식점에서 무료 식사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별도의 광고비까지 받으며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는 자신의 계정을 포트폴리오 삼아 가고 싶은 맛집에 먼저 협찬 기회를 제안할 정도로 능동적인 크리에이터로 성장했다.
정 씨는 크리에이터 활동의 가장 큰 매력으로 "무엇보다 가장 나다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학교나 직장에선 사회적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SNS에서는 나를 온전히 드러낼 때 오히려 매력이 커진다"며 "내 이름으로 사랑받는 기분은 사회생활과는 또 다른 차원의 기쁨"이라고 전했다.
나만의 기록이 곧 나의 '포트폴리오'이 되는 시대
심재웅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Z세대는 플랫폼의 기술적 가능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세대"라며,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제작자의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며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전과는 다른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AI 기술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장치가 되면서 청년들에게 새로운 커리어를 개척할 거대한 기회의 창이 열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이서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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