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를 지도로 풀어내는 지리교육 전공생들…“이번엔 학사 지도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서연 이소원 허지현 이연재 씨(각자 제공)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서연 이소원 허지현 이연재 씨(각자 제공)
공익 지도를 제작하는 대학생들이 또 한 번 나섰다. 대학가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대학생 학사 정보 지도'를 선보였다. 지난해 영남 지역 대형 산불 당시 ‘산불 대피소 안내 지도’에 이어 두 번째 프로젝트다.

이번 지도는 안서연·이소원·이연재·허지현 이화여대 사범대 사회과교육과 지리교육전공 학생 4명이 제작했다. 지도는 학생들이 학사 정보를 직관적으로 비교하고, 자신에게 맞는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들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생들이 기숙사 탈락 후 겪는 막막함과 주거 정보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사는 자취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어 대학생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학사와 한 학사의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 화면
서울 지역 학사와 한 학사의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 화면
지도 제작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직접 겪은 불편함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을 사람들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했다.

허지현 씨는 “본가가 학교까지 왕복 6~7시간이 걸리는데, 기숙사에 떨어지면서 주거 문제를 피부로 체감했다. 급하게 학교 근처 방을 알아봤지만 비용이 너무 비쌌고, 환경은 열악해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정보 부족으로 인한 아쉬움도 컸다고 말했다. 학사에 입사한 뒤에야 비용과 거리 면에서 더 나은 조건의 학사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미 모집 시기는 지나 있었다.

허 씨는 “학사 정보를 찾으려면 위치와 입사 조건, 교통편을 일일이 따로 검색해야 해 불편했다”며, 전공 수업에서 배운 지리 정보 활용 기술로 같은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지도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팀원들은 지도 제작을 위해 각 지역의 학사 정보를 직접 수집했다. 그 결과, 서울 55곳을 비롯해 경기·인천 8곳, 전라권 5곳, 충청권 5곳, 강원도 4곳, 경상권 4곳, 제주도 1곳 등 전국 7개 권역의 총 82개 학사가 지도에 담겼다.

학사는 성격에 따라 색으로 구분돼, 지역 지자체·공공 운영 학사는 초록색, 일반 학사는 붉은색으로 표시되며, 사용자는 특정 학사를 클릭해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홍제동 행복기숙사를 선택하면 학사명, 도로명 주소, 작년 기준 지원 시기, 교통편, 공식 홈페이지 링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팀원들은 지도 사용 방법과 제작 계기, 피드백 창구를 포함한 별도 사이트도 제작해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완성된 지도는 학교 에브리타임 게시판과 인스타그램 등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채널을 통해 배포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리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지도 제작은 전공 선택 이유를 상기시키고, 지리학에 대한 애정을 한층 깊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안서연 씨는 “공간을 해석하는 방식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문제와 이야기가 드러난다. 이를 공간이라는 틀 안에서 다시 해석하는 과정 자체가 지리의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리는 호기심과 탐구심이 중요한 학문이다. 일부러 길을 돌아가 보기도 하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면서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소원 씨도 “AI 시대에 지리학 전공자로서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프로젝트를 확장해 지속 가능한 청년 주거 복지 솔루션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다음 프로젝트도 살짝 귀뜸했다. 이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지도 제작을 논의 중인 이들의 지도 프로젝트는 언제까지 지속될 지 궁금해진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고서영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