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가 안내하는 '살 빠지는 성지', 숏폼에 갇힌 청년들
대학생 A 씨(24세)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키 168cm에 몸무게 50kg으로 이미 저체중 수준에 해당하지만, A 씨는 SNS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가 되기 위해 위고비 성지를 수소문 중이다. A씨는 “식단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주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더 마른 몸을 갖고 싶다”라고 말했다.
전문가가 말하는 '비만치료제'의 진짜 목적
정부는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지난 12월부터 비만치료제의 비대면 처방을 엄격히 제한했다. 하지만 현장의 벽은 여전히 낮다. 다이어트 애플리케이션에서 ‘기존 처방 경험 있음’ 항목만 체크하면, 대면 진료 시 형식적인 확인 절차를 거쳐 처방전이 손쉽게 발급된다. 이러한 ‘오프라벨(적응증 외 처방)’은 의사의 재량에 속해 불법은 아니지만, A씨처럼 미용 목적으로 변질될 경우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편법이 된다.
이준엽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치료제의 본래 목적을 명확히 짚었다.
이 교수는 “이 약물들은 단순한 체형 교정 목적이 아니라, BMI ≥30 kg/m² 또는 BMI ≥27 kg/m²이면서 당뇨병, 고혈압, 이상 지질혈증 등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처럼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만 환자에게는 치료적 효과가 있지만, 정상 체중에서 과도하게 체중을 줄일 경우 구토·설사 등 위장관 부작용, 근육량 감소, 미량영양소 불균형, 탈모 및 담석증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의학적 우려를 표했다.
규제 무력화하는 ‘해외 원정’과 존재하지 않는 ‘제네릭’의 유혹
실제로 관련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해외 직구라 주장하는 사이트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사이트들은 모두 해당 약품들을 ‘제네릭(복제약)’이라 칭하며 기존 특허약과 똑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허위 정보나 범죄 행위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은 위고비 국내 출시 직후인 지난 2024년 10월부터 온라인 불법 판매 및 해외 직구 행위에 대한 고강도 집중 단속을 시행 중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을 온라인으로 불법 판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준엽 교수는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아직 특허가 유효한 신약으로, 국내에서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제네릭이 유통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못 박았다.
또한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제네릭’ 제품은 특허를 무시한 불법 제조품이거나 성분 함량이 불분명한 위조 의약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경고하며, “비만치료제는 단순한 ‘다이어트 주사’가 아니라 의사의 진단과 추적 관찰이 전제된 처방약이므로 직구나 온라인 구매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체형 불안’을 완성하는 게슈탈트의 덫
청년들이 왜 이토록 숏폼 속 비만치료제 정보에 열광하는지에 대해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 구조적 결함을 지적했다.
유 교수는 “숏폼은 기승전결의 설명 없이 자극적인 궁금증만 심어주면 효과가 달성되는 구조”라며, 이를 심리학의 ‘게슈탈트(Gestalt) 원리’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디어 콘텐츠가 어느 정도 추상적인 정보만 던져주면, 나머지는 소비자가 스스로 의미를 채워 넣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즉, 숏폼에서 ‘살을 빼니 사회적 인정을 받았다’거나 ‘완벽한 다이어트법이다’라는 식의 단편적 이미지를 던지면, 청년들은 소비와 확신을 스스로 채워나간다는 것이다.
이준엽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 기이한 유행의 본질을 ‘체형 불안’으로 규정했다. 미디어와 SNS가 필터로 보정된 극도로 마른 체형만을 정답으로 제시하면서, 정상 체중의 청년들조차 자신의 몸을 부정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최근의 현상은 단순한 비만 공포라기보다 왜곡된 이상 체형 기준으로 인한 불안에 가깝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올바른 건강 체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비만치료제는 분명 의학적 진전이지만, 그 가치는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절히 쓰일 때만 빛을 발한다.
이준엽 교수는 청년들에게 "체중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체지방률, 근육량 등 체구성과 체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한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이서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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