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기업, 대학 성적만 보지 않아···정성적인 부분도 중요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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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단국대 양 캠퍼스 총학생회는 오는 2026년 1학기부터 학부 재학생의 성적 구간 비율이 조정된다고 발표했다.

단국대는 상대평가Ⅰ의 성적 구간 비율을 A등급 30% 이내, B등급 70% 이내에서 A등급 40% 이내, B등급 80% 이내로 상향 조정했다. 또 상대평가Ⅱ의 경우는 A등급을 40%에서 50% 이내로 변경했다.

단국대를 포함한 국내 여러 대학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서 성적 구간 비율을 조정하는 이유는 취업 어려움이 심화된 상황 속 학생들의 타 대학 대비 경쟁력을 키우고 대학 지표의 긍정적 변화 등이 여러 이유가 있다.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LOU:D 총학생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공지(인스타그램 캡처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LOU:D 총학생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공지(인스타그램 캡처
재학생 문서연(단국대 영미인문· 4) 씨는 성적 구간 비율 조정으로 재학생들의 대외 경쟁력이 강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원이 소수인 학과의 경우에는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이미 정해져 있는 등급 비율로 인해 어쩔 수 없이 B등급을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성적 구간 비율 조정으로 그런 부담이 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황재원(단국대 도시부동산· 5) 단국대 죽전캠퍼스 제 58대 LOU:D 총학생회장은 ”후보 때부터 학우들이 성적 평가와 관련해 어떤 불편과 요구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하게 논의된 성적 인플레이션 문제가 특정 제도나 비율 조정만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향후 제도 시행 이후에도 학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필요할 경우 학교 측과 추가적인 보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임준범(단국대 신소재공· 4) 단국대 천안캠퍼스 제 42대 명월 총학생회장은 이번 조정은 총학생회가 단순히 행사를 주관하는 조직이 아니라, 학우들의 학습 환경과 직결된 사안을 정책적으로 고민하고 학교와 협의할 수 있는 대표 기구임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이번 사례를 통해 “학생 사회의 문제의식이 충분한 근거와 과정으로 제시된다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단국대 학사팀 관계자는 성적 구간 비율 조정에 대해 성적 평가 비율 조정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있었으나, 학사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최근 학생사회에서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한 요구가 구체화되고 타 대학 사례 및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번에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4년 서울대, 작년엔 홍익대, 서강대 등의 국내 여러 대학에서 성적 구간 비율 조정이 이뤄져 왔다. 일각에선 이들 대학의 성적 구간 비율 조정과 취업률을 연관했으나 변경 이후에 취업률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대학알리미가 공개한 대학 취업률 통계에서 서울는 성적 구간 비율 변경이 이뤄진 2024년엔 71.3%였지만 2025년엔 65.6%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2022년 성적 구간 비율 조정이 이뤄진 숭실대 역시 2022년 68.7%에서 2023년 71%로 취업률이 소폭 상승했으나 2024년 70.9%, 2025년 67.7%로 다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대학 성적 구간 비율 변경이 이뤄진 숭실대의 취업률 그래프(출처:대학알리미)
2022년 대학 성적 구간 비율 변경이 이뤄진 숭실대의 취업률 그래프(출처:대학알리미)
단국대 학사팀 관계자는 성적 구간 비율 조정을 통해 학업 성취가 합리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결과적으로 졸업생들의 대외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그는 ”성적 평가 비율 조정은 경쟁력 강화의 하나의 요소일 뿐, 교육의 질과 학문적 성과가 함께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원에서는 대학 학부 성적 반영률을 줄이고 있다. 차의과학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은 2024년부터 일반전형의 학부 성적이 포함된 서류 비율을 30%에서 20%로 줄이고 MDEET(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를 추가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은 2023년에는 일반전형에서 대학 성적 실질반영률이 42.29%이었지만 2024년부터 실질반영률을 21.3%로 반영을 축소했다.

대학원 입시에서 대학 성적 비율 축소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로 코로나 이후로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며 선발 취지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을 선발 기준인 로스쿨에서 특정 대학들의 인플레이션 정도가 달라지다 보니 어떤 대학이냐에 따라 유불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졸업한 지 오래된 학생들의 경우, 학점에서 정량 지표가 불리한 부분이 있기에 대학원들의 대학 성적 반영 비율이 축소되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대학의 성적만 보는 것이 아닌 직무 적합성을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CJ 등 대기업에서는 직무에 적합한 지원자를 뽑기 위해 자체 직무 적합 검사를 해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과 실제 업무 능력을 확인하고 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사 과정에서 단순히 정량적인 대학 성적 결과만이 아닌 직무 적합성평가와 지원서에 기재된 전공과목 이수 내역, 직무 관련 활동 경험 등을 통해 지원자가 직무에 대한 역량을 쌓기 위해 노력한 정성적인 부분까지 살핀다"고 설명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유영훈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