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4년제 대학교 재학생 1인당 대출 책 수 감소세 뚜렷

교내도서관 발길 끊은 대학생들 왜?
“도서관은 주로 시험공부하러 가고, 책 대출하러 간 적은 없어요.”
박은아 씨(가명)는 3년 동안 대학생활을 하면서 대학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출한 경험이 전무하다. 김태현 씨(가명) 역시 한 달 평균 1.5권의 책을 읽지만 교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도서관에 수많은 장서가 갖춰져 있음에도 학생들의 발길이 뜸한 이유는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이정민 대학생 기자
이정민 대학생 기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대학도서관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재학생 1인당 대출 책 수는 2016년 6.2권에서 2025년 3.4권으로 약 45%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은 2.5권까지 급락했다. 이후 소폭의 회복세를 보였으나, 이전 수준만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변화된 도서관 이용 행태를 가장 체감한 건 대학도서관이었다.

이같은 캠퍼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있다. 교내도서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재학생들의 발길을 끄는 대학들도 눈에 띄고 있다.

대출 권수라는 양적 지표를 넘어, 꼭 필요한 책을 적시에 연결하는 질 중심의 서비스로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은 대출 권수라는 양적 지표를 넘어, 학생 개개인의 학습 흐름에 맞춰 꼭 필요한 책을 적시에 연결하는 질 중심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 핵심 엔진은 도서관에서 직접 개발한 지식정보플랫폼 LikeSNU이다.

지식정보플랫폼 LikeSNU은 서울대 구성원의 지식 빅데이터(도서 대출, 논문, 학사, 강의·강의계획서 등)를 통합 분석해 학습과 연구를 지원하는 서울대 고유의 지식정보 플랫폼이다.

해당 플랫폼으로 운영 중인 적시 추천과 반납 후 안내는 책을 반납하면 카카오 알림톡, 이메일로 '다음에 읽을 최적의 도서'를 발송한다. 이는 독서의 흐름이 끊기는 순간을 시스템이 채워 학생들은 관련 책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탐색할 수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독서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도서관 이용 학생들 역시 "반납하자마자 내 취향과 전공에 맞는 다음 책을 추천하는 알림톡 서비스가 마치 개인 비서처럼 느껴진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신입생 집중 관리도 주목된다. 도서관 관계자는 “입학 전 인적 DB를 조기에 반영하고 LikeSNU 기반 맞춤 안내를 진행한 결과, 신입생 대출 책 수가 전년 대비 40% 성장(2022년 3월 1,212권 → 2023년 4월 1,678권)하는 뚜렷한 성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외에도 LikeSNU의 기능과 데이터 기반 콘텐츠인 ‘지식인의 서재’와 뉴스레터인 ‘루루레터’는 학생들이 일상에서도 도서관의 지식 생태계에 머물게 하는 연결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저자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온라인 테마도서전과 오프라인 연계 전시, 이용자 참여형 대출 이벤트 등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찾고 독서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전했다.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은 책 읽는 한양인을 육성하고자 2009년부터 매해 한양인 독서 대축제를 개최했다. 올해로 제18회를 맞은 해당 축제는 한문 독서, 하브루타 디베이트 대회, 독서 골든벨 등 크게 3개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그중 가장 인기를 끈 프로그램인 독서 골든벨은 지정 도서 5권을 읽고 2~3인이 1팀으로 참가하는 독서 퀴즈대회다. 특히 작년부터 인공지능과 독서를 연계한 ‘with AI 독서 골든벨’로 새로운 시도로 인기를 끌었다.

해당 대회는 매년 11월에 개최되지만, 학생들은 대회 참여를 위해 3월부터 도서관에서 지정 도서들을 대출해 완독을 이어갔다.

백남학술정보관 관계자는 "해당 대회에 학생들이 코로나 이전엔 400명 이상, 2025년엔 336명이 참여했다"며 "대출 수 증가의 수치는 알 수 없지만, 교내 대출 순위에서 프로그램 지정 도서들이 상위권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백남학술정보관은 한양인 권장 도서를 매년 한 권씩 추가해 개교 100주년에 100선을 구성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정민 대학생 기자)
(이정민 대학생 기자)
교내도서관, 다양한 프로그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 많아
두 대학의 사례는 도서관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독서를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좋은 프로그램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대학생 한지현 씨는 "도서관 행사 운영에 대한 소식 자체를 접한 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내 대학도서관 이용자 수요 분석' 연구에서도 단순히 도서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만으로 이용 활성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서는 대학도서관 서비스를 활용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대학생·대학원생 286명 중, 46.8%(134명)가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획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23.4%(67명)는 “시설적 측면”에 시설이 낡고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답했으며, 14.1%(40명)는 최신 자료가 미비하고 도서관 외에도 다른 정보원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이정민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