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서는 졸업을 미루는 ‘졸업유예’가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졸업유예(학사학위취득유예)란 고등교육법에 근거한 제도로, 학사학위 취득 요건을 모두 충족한 학생이 본인의 신청에 따라 일정 기간 졸업을 미루고 학적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의 학사학위취득유예생 수는 2만 769명으로 전년 대비 2,832명(1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졸업유예가 더 이상 일부 학생의 선택이 아닌, 점차 보편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본 기사는 한 명의 졸업유예생을 밀착 취재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하루와 선택의 배경,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현실적인 고민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졸업을 앞두고도 이를 미루는 선택은 왜 이루어지는 걸까. 실제로 졸업유예를 선택한 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졸업과 학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학생 (AI 제작)
졸업과 학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학생 (AI 제작)
오전 6시.
알람이 울리면 김준형(가명·26) 씨는 곧바로 일어난다. 도시락을 챙겨 7시 전 도서관에 도착한다. 오후 1시쯤 짧게 점심을 먹고 다시 책상에 앉는다. 공부는 밤 10시까지 이어진다. 집에 돌아오면 공모전 사이트를 한 번 훑고, 밤 12시쯤 잠자리에 든다.

수업은 없다. 시간표도 없다.
하지만 그는 “학교 다닐 때보다 더 규칙적으로 산다”고 말한다.

2001년생인 그는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고,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군 휴학 1년 반과 일반 휴학 반년을 거쳤고, 졸업요건은 모두 충족한 상태다.

그리고 지금, 그는 졸업을 미뤘다.
졸업유예생이다.

“공백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캠퍼스를 걷는 대학생들의 모습 (AI 제작)
캠퍼스를 걷는 대학생들의 모습 (AI 제작)
그가 졸업을 미루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취업 공백기에 대한 부담이었다.
“선배들한테 취업할 때 공백기를 만들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졸업을 해버리면 바로 사회로 나가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조금 무섭기도 했고요”

사회에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채 ‘졸업생’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타이틀만 먼저 바뀌는 상황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물론 졸업에 대한 흔들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졸업할까 고민한 적도 있어요. 동기들이랑 같이 졸업하면 축하도 받고, 후배가 먼저 졸업하는 걸 보면 괜히 신경 쓰이기도 했고요” “졸업유예를 하면 어쨌든 동기들보다 졸업이 늦어지잖아요. 군대를 다녀오기도 했고, 여자 후배들이 먼저 졸업하는 경우도 있고요. 가끔은 내가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묘한 감정이 있죠”

하지만 그는 결국 졸업을 미루는 쪽을 택했다.
“그래도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엔 흔한 선택이잖아요”
그가 졸업유예 소식을 부모님께 말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부모님께서 반대하기보다는 오히려 대학생 신분을 조금 더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메리트를 활용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하셨어요.”

그는 요즘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재수·삼수생이 늘고, 남학생의 경우 군 복무까지 더해지면서 졸업 시기가 자연스럽게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는 심리적으로도 조금은 편해졌다고 했다.
“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동질감도 느꼈고요”

부모님 역시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를 자주 봤다고 한다.
“부모님도 주변에서 자녀들이 졸업을 늦게 하거나 졸업유예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다 그렇다’는 분위기였어요”

대학생이라는 이름이 남겨둔 것들
그가 졸업을 미루며 지키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학생’이라는 신분이 아니었다. 그 신분이 열어두는 기회였다.

대학생 신분으로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도 적지 않다.
“학교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DBpia나 KISS 같은 학술 데이터베이스도 열람할 수 있어요. 저희 학교 같은 경우에는 MS Office 프로그램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요”

또한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공모전이나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대학생 공모전 및 대외활동 모집 게시글 화면.
대학생 공모전 및 대외활동 모집 게시글 화면.
그는 대학생 신분일 때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일 때만 지원할 수 있는 공모전이 꽤 많아요.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는 하루 한 시간 정도 공모전 사이트를 찾아본다.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면 한 번 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공모전 사이트를 보는 편이에요”

그는 졸업 이후 달라질 시선과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학생일 때는 뭔가를 시도하다가 실수를 해도 ‘그래도 아직 학생이니까’라고 용인해 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졸업을 하면 그런 시선이 좀 달라지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학생 vs 졸업유예, 무엇이 더 힘든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모습 (AI 제작)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모습 (AI 제작)
대학생 시절의 시험 기간과 지금의 하루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말했다. “졸업유예를 하기 전에는 시험 기간이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기간에 몰아서 공부하니까 피로도가 크잖아요”

하지만 막상 졸업유예를 시작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든 것 같아요.” 그 이유도 덧붙였다. “시험은 중간고사를 못 보더라도 기말고사가 있고, 과제로 점수를 보완할 여지도 있잖아요” 또 “시험은 범위가 정해져 있는데, 취업은 범위가 없어요”

경쟁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생각, 쉬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이 계속 따라붙는다. “경쟁 상대가 보이진 않는데, 계속 어딘가에는 있다고 생각하게 돼요. 그러니까 압박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재학생 시절에는 최소한 하루의 구조가 정해져 있었다. 시간표와 과제 마감, 학생회 일정이 주로 그의 일상을 채웠다. “저는 오히려 시간표가 짜여 있는 게 안정감이 있었어요. 정해진 시간에 수업에 가고, 그 일정만 맞추면 된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하루를 설계해야 했다. 자유가 생겼지만 동시에 책임도 온전히 본인의 몫이 됐다. “이제는 마감도 제가 정해야 해요. 어기면 평가하는 사람도 저고요”

그래서 그는 전날 다음 날의 계획을 세워둔다. “그 계획을 다 지켰을 때 ‘오늘 하루 잘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제 몸 상태나 패턴을 고려해서 세운 계획이니까요.”

흥미로운 점은 이 습관이 재학생 시절이 아니라 졸업유예 이후에 생겼다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는 따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었어요. 졸업유예를 하고 나니까 오히려 그 빈 시간을 제가 채워야 하더라고요”

1년, 그리고 가능하다면 2년
그는 졸업유예 기간을 우선 1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일단은 1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준비가 부족하다면 2년까지 늘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졸업유예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졸업유예는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졸업유예를 하게 되더라도 최소한의 준비를 해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대한 졸업유예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부득이하게 졸업유예를 하게 되더라도 심리적인 부담이 조금 덜할 것 같아요”

실제 취업과 연결될 수 있는 경험이나 이른바 ‘스펙’을 재학 중에 쌓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토익이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같은 자격증과 각종 직무 관련 교육은 학교 다닐 때 미리 준비해 두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졸업유예 기간에 그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현재 졸업유예생인 자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대학생도, 완전한 사회인도 아닌 어딘가 사이에 서 있는 시간. 그는 이 시간을 단순히 뒤로 물러난 시간이라기보다 다음을 위한 준비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대학생도, 완전한 사회인도 아니다 보니, 결과적으로 보면 사회인보다 한 발 물러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죠. 그래도 더 열심히 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의 한 걸음은 잠시 물러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이진호 기자/한영빈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