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구 디캠프 정책자금 전문위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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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금 지원이 결정된 한 스타트업에서 상담 전화가 왔다. 요건이 맞는 정책자금이 있는데, 추가신청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였다.

문의를 준 스타트업은 2025년 기준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에서 2억 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에 1억 원, 올해 중진공에서 추가 1억 원 대출로 정책 자금만 총 4억 원을 장기부채로 가져가는 상황이었다. 반면, 2025년 결산 매출은 약 7천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요건만 보면 추가신청이 가능했지만, 상환 부담을 고려해 어려울 것으로 안내하고 대표도 이에 동의하며 상담을 마무리했다.

대부분의 국내 스타트업들은 두 곳 이상의 기관에서 정책자금을 받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물론 3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조달은 가장 중요한 수단이고, 기업의 존폐와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과도한 정책자금 활용은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이 상환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연초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간하는 ‘중소벤처기업 지원사업’ 책자에는 금융지원에 해당하는 정책자금을 중진공,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 기보, 지역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총 5개 기관에서 진행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여기에 각 부처에서 특수 목적(국민체육진흥기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으로 조성하는 기금을 포함하면 총 6가지다.

그럼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정책자금은 얼마로 봐야 할까.

유동비율과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 등 몇 가지 재무비율은 보편적인 적정 비율을 알 수 있지만, 아쉽게도 정책자금 즉, 장기차입금에 대한 적정 비율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참고할 만한 통계자료는 따로 있다.

한국은행에서는 1960년부터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의 경영성과와 재무상태를 조사·분석한 ‘기업경영분석’을 발간하고 있으며, 업종별과 기업규모별로 구분하여 창업 중소기업도 참고할 만한 수치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참고할 만한 비율은 매출액 대비 장기차입금 비율과 금융비용대 매출액 비율(매출액에 대한 이자비용의 비율)이다. ‘202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전체 업종에서 중소기업은 매출액 대비 장기차입금 비율을 약 28%, 금융비용 대 매출액 비율을 2.27% 로 분석하고 있다. 즉, 1억원 매출에서 2,800만원이 장기차입금이고, 230만원 정도가 이자비용이라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미래의 계획을 ‘추정’이라는 용어가 붙은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이런 수치를 감안하여 유동적으로 정책자금 조달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지원 사업을 활용한 적정 정책자금 사용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기술창업이나 생계형 창업 또 업종 및 업력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계획이 ‘pre seed -> seed-> pre Series A -> Series A/B/C 등의 순으로 체계화 된 것처럼 시제품 개발 후 상업적 양산단계 전인 ‘pre Series A’까지 R&D를 포함한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진행하고, Series A 단계에서 정책자금 금융지원을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필자가 접한 B사의 경우 2021년에 ‘탄소중립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탄소회계 SaaS개발’ 창업 아이템으로 설립된 스타트업이었다. 이곳은 전형적인 시제품 개발 단계에서의 창업지원, 사업의 고도화를 위한 R&D지원사업, 이후 양산 단계에서의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융자 지원을 받아 성공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안착시켰다. 기업의 성장 주기에 맞는 적정한 정책자금 선택으로 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을 받은 사례다.

물론, 스타트업의 특성상 모든 기업이 위와 같이 이상적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아이디어부터 시제품 개발까지는 창업지원사업, 양산단계에서는 정책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적정한 금융조달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급변하는 창업 환경에서 안정성을 바라기는 힘들지만, 정책자금 의존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폐업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창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자금을 조달했는가’가 아니라, ‘언제 어떤 자금을 선택했는가’에 달려 있다. 창업지원사업과 정책자금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전략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강용구 디캠프 정책자금 전문위원(본인제공)
강용구 디캠프 정책자금 전문위원(본인제공)
강용구 전문위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창업기업 정책자금 상담을 담당하고 있으며, 2025년 7월부터 디캠프에 주재 근무하고 있다. 연간 250여 건 이상의 스타트업 자금조달 관련 상담을 관리하며,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등 다양한 기관과 협업하여 스타트업에게 최적의 자금조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