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계좌이체도? "편리해"vs"모든 이들이 만족하는 정책 아냐"
현금 없는 버스 확산 속 승객·기사 혼선 이어져

기존 현금함 자리에 부착된 현금 결제 불가 안내문 (사진=고서영 대학생 기자)
기존 현금함 자리에 부착된 현금 결제 불가 안내문 (사진=고서영 대학생 기자)
"동전통이 없으니 저한테 직접 동전을 주는 경우도 있어요.“

서울에서 13년째 시내버스를 운행해 온 버스기사 박모(51)씨는 지난 9일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금 없는 버스’ 도입 이후 버스 안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승객이 기사에게 직접 돈을 건네는가 하면, 돈을 가지고도 버스에 승차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 속에서 현금은 대중교통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현금 없는 버스는 시내버스의 현금 이용 비중이 줄어들면서 2021년 도입됐다. 현금 관리에 따른 비용 부담과 안전사고 위험, 탑승 지연 문제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도입 5년이 지난 현재 인천·대구·대전·세종·광주·제주 등은 전면 시행 단계에 들어섰고, 경기·충남·전남 등은 부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버스 이용객이 가장 많은 서울의 경우 전체 394개 노선 중 180개 노선이 현금 없이 운영 중이다. 사실상 절반 가까이가 현금 승차가 불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운영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일부터 기존 시범 운영하던 5개 노선을 성남·용인 등 80개 노선으로 확대했으며, 과천시는 지난달 16일부터 시내버스 뿐 아니라 마을버스까지 전 노선으로 시행 범위를 넓혔다.

현금 없는 버스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강모(21)씨는 “버스 요금이 계좌이체까지 된다는 게 신기했다. 요즘은 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혜택도 많고 편리하다”며 “현금 없는 시대가 점점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신모(54)씨는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는 정책은 아닌 것 같다”며 “버스는 누구나 탈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불편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대학생 손서현(24) 씨는 “교통카드 잔액이 없었는데 휴대전화까지 방전돼 계좌이체도 못 하는 상황이 있었다”며 “결국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타고 현금으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특수한 상황까지 고려해 결제 방식을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내버스 요금 납부 안내서 (사진=고서영 대학생 기자)
시내버스 요금 납부 안내서 (사진=고서영 대학생 기자)
특히 현금을 주로 사용하고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는 모바일 교통카드 앱과 계좌이체 등 대체 수단을 도입했지만, 이러한 디지털 중심의 대안이 오히려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스기사 박 씨는 “계좌이체가 현금 결제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승객들은 비교적 빠르게 처리하지만, 어르신들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승객이 모바일 결제를 하지 못해 그냥 태워드린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자리에 앉아 계좌이체를 하시라고 안내해도 서서 결제를 시도하는 승객들이 적지 않다”며 “승객들이 휘청거릴 때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보완 대책의 실효성에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과천시는 지난 3월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전면 시행하며 외국인 승객을 위한 외국어 안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확인 결과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과천시 버스는 외국인 이용객이 많지 않아 관련 계획은 아직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고서영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