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우체국 집배원들이 만든 ‘나눔이 봉사단’
고려대지역아동센터와 MOU 협약 맺고 봉사 릴레이

(고려대지역아동센터 제공)
(고려대지역아동센터 제공)
“선생님이 ‘다음에 또 만나자’라고 말했을 때 아쉬웠어요.”

지난 3월 21일, 인천대공원에서 주황색 조끼를 착용한 자원봉사자와 쓰레기를 줍던 이서연 (11세, 가명)양의 소감이다.

이날 나눔이 봉사단은 고려대지역아동센터와 ‘마음 동행 봄 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나눔이 봉사단은 인천광역시 남동구 우체국 집배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 단체로, 20대부터 50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집배원 42명이 참여 중이다.

이들은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려대지역아동센터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자체적으로 회비를 모아 분기별 간식과 상담 교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봄 산책은 물품 지원을 넘어 두 기관이 처음으로 외부로 나선 자리였다. 당초 7명의 아이가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토요일 오전 일정으로 4명만이 참석했다. 그럼에도 참석한 봉사자 12명은 아이 한 명 한 명과 더 소통하며 마음을 나눴다. 이들은 인천대공원의 호수 주변을 걸으며 자연을 관찰했다. 대화로 마음을 열고 공원 내 흩어져 있던 쓰레기를 줍는 작은 실천도 이어갔다.

장경순 고려대지역아동센터장은 “평소 센터 외 외부 활동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주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강정일 나눔이 봉사단장도 “물품 지원을 넘어 아이들과 친해질 좋은 기회”라며 “아이들에게 즐겁고 도움이 되고픈 마음”을 전했다.
(고려대지역아동센터 제공)
(고려대지역아동센터 제공)
인천대공원에서 첫 만남은 다소 서먹했다. 이전에 센터 옥상의 텃밭 설치와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면서 몇 차례 얼굴을 비쳤지만, 아이들은 낯가림이 앞서 서로 숨기 바빴다. 이를 예측했던 고려대지역아동센터는 짧은 시간 내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도록 ‘심정 대화 매뉴얼’을 제작해 봉사자들에게 전했다.

제시된 대화 소재는 어렵지 않았다. ‘오늘 날씨가 참 좋은데, 기분이 어때?’, ‘토요일인데 여기 나오는 거 괜찮았어?’ 등 일상 질문부터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까지 어색한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를 제작한 이숙영 고려대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는 “짧지만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래 제작했다”며 “외부인 시각에서 아이들을 사회 복지 수혜 대상이라는 선입견이 아닌, 소중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바람”을 내포했다.

강정일 단장은 “처음에 아이들이 대답을 잘해주지 않아 어려웠다”면서 “전달받은 매뉴얼을 참고해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로 가까워지려고 했다”고 매뉴얼의 효능을 전했다.

봉사자 이채영 (50) 씨도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이 씨는 “아이들이 밝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대화에 참여해줬다”며 “편견이 사라지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활동에서 봉사단이 아이들에게 전달하고픈 모습은 ‘친근한 동네 아저씨, 이모’였다.
봉사자 김진수 (40, 가명) 씨는 “이번을 계기로 다음 만남에서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아저씨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밝게 웃고 뛰어노는 모습, 무엇보다 ‘고맙습니다’라는 그 말이 참 좋아 하루가 보람찼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따뜻했다. 하교 후 센터에서 늦은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는 김예지 (가명, 10세) 양은 “주말에는 휴대전화를 보면서 놀았는데, 그날은 인천대공원에서 새로운 선생님들과 얘기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간식을 먹었던 게 좋았다”라고 봉사활동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같은 날 참여했던 이서연 양은 “공원을 돌아다니다가 새로운 쓰레기를 발견했을 때가 재밌었다”라며 “선생님이 ‘다음에 또 만나자’라고 말했을 때 가장 아쉬웠고, 다음번엔 선생님들과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나눔이 봉사단은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초대형 물총을 선물하고 물총놀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서연 양의 소망처럼 또 한 번의 추억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이정민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