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위로 수단으로 확산…과도한 몰입 경계 필요
앱 시대에 왜 전화를 거는가
스타트업 성장 분석 플랫폼 ‘혁신의 숲’에서 2024년 5월에 발간한 ‘운세 플랫폼 성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점술 시장 규모는 약 1조 4,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운세·사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점신의 지난해 12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9만 4,849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 흐름과 나란히 또 다른 소비 패턴도 포착된다. 앱과 AI 기반 운세 서비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2030 세대가 상담사와 직접 통화하는 전화 운세 상담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전화 상담 이용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런데도 텍스트·AI 기반 서비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음성 기반 상담’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업계에서는 해당 방식이 주요 이용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별 사용자 지표에서 점술 서비스 플랫폼 ‘점신’은 전체 이용자 중 2030 세대 비중이 약 60~70% 수준이라고 밝혔으며, 운세 상담 서비스 플랫폼 ‘운톡닷컴’ 역시 2030 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이용층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플랫폼은 이용자 구성이나 상담 비중과 관련한 세부 데이터 공개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직장인 김모 씨(27)는 “따로 시간을 내서 사주나 타로를 보기 어렵고 번거롭다”며 “전화 상담은 언제든 편한 시간에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 씨(30)는 접근 편의보다 깊이를 꼽았다. 그는 “AI와는 질문과 답변에 한계가 있지만 사람과 전화하면 세부적으로 물어보고 답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언급했다. 직장인 윤모 씨(29)는 “전화 상담을 하면 더 솔직해지는 것 같다”며 “1년의 삶에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히 사주를 챙겨 본다고 한다.
‘콜포비아’의 역설
전화를 꺼리는 세대가 운세 상담에 전화를 건다는 건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2030이 기피하는 건 업무상 전화다. 전화 운세 상담은 구조가 다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주체성’의 차이로 설명한다. 임 교수는 “젊은 세대가 느끼는 콜포비아는 주로 ‘받는 전화’에 대한 두려움, 즉 선택권이 없는 객체로서의 두려움”이라며 “반면 전화 운세 상담은 내가 필요할 때 전화를 거는 주체로서 자율성을 부여받기 때문에, 같은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정서적으로는 ‘갑’과 ‘을’의 차이만큼이나 큰 간극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점집에 대한 불신도 작용한다. 상담 중 고가의 굿이나 부적을 강요받는 경험이 2030의 발길을 비대면 플랫폼으로 돌리는 요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화 운세 상담 플랫폼 운톡닷컴 대표이사는 전화 운세 상담이 “명확하게 정해진 비용 안에서 자신의 고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합리적인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2030에게 통한다”고 전했다.
MZ 무속인의 등장
청년들의 전화 운세 상담 수요 증가와 맞물려, 관련 직군 수요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타로 관련 민간 자격증은 2018년 76개에서 2025년 8월 기준 470개로 6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타로 관련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총 2,660명에 달했다.
이와 함께 해당 직군에서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디즈니+의 오리지널 예능 〈운명전쟁49〉가 공개 직후, 디즈니+는 OTT 앱 신규 설치자 수 1위(66만 명)를 기록했다. 출연 운명술사 49명 중 31명(약 63%)이 2030 세대였으며, 이 중 16명은 사회에서 경력을 쌓다 무속의 길로 들어선 인물들이다. 의류 브랜드 CEO, 공대 출신, 댄서 등 전직도 다양하다. 방송에 출연한 운명술사들 중 일부는 2029년 예약까지 마감됐다고 한다.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운톡닷컴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신규 입점 상담사 중 2030 세대 비율이 과거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점신 또한 최근 1~2년 사이 플랫폼에 등록하는 상담사 연령대가 3040 세대 상담사뿐 아니라 2030 세대 젊은 상담사들의 유입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특히 젊은 상담사들은 기존 무속·사주 방식뿐 아니라 타로, 심리 상담형 운세, 콘텐츠형 상담 등 새로운 상담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플랫폼 이용자층인 2030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 측면에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점술에서 ‘멘탈 케어’로
상담 내용 자체가 달라졌다는 증언이 나온다. 운톡닷컴 소속 상담사 자영법사(50대)는 “열에 일고여덟 분은 2030 고객”이라며 “수화기 너머 목소리만 들어도 이 세대가 얼마나 치열하게 버텨내고 있는지 뼈저리게 체감한다”고 했다. 또한 “예전엔 ‘언제 취업이 됩니까’, ‘진급 운이 있습니까’처럼 결과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면, 요즘은 ‘지금 하는 일이 제 영혼을 갉아먹는 것 같다’, ‘사람에게 크게 상처받아 일상생활이 안 된다’며 내면의 고통을 털어놓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운톡닷컴 대표이사는 “최근 운톡닷컴의 리뷰 게시판을 보면 ‘요즘 너무 우울하고 자존감이 바닥이었는데, 선생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펑펑 울고 나니 살 것 같다’, ‘내 성향에 맞는 진로와 마음 다스리는 법을 심리 상담처럼 풀어주셔서 큰 위안을 얻었다’와 같이 과정과 정서적 치유에 중점을 둔 장문의 후기들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서적 해소가 자칫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교수는 “운세 상담은 과학적인 검사가 아니며, 바넘 효과(누구에게나 해당하는 특성을 자신의 성격이라 믿는 현상)나 자기충족적 예언과 같은 심리적 기제가 작용하는 일종의 놀이”라고 짚었다.
특히 임 교수는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틈타 운세 상담이 만연하고 있지만, 결과에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일반화의 오류’나 ‘맹목적 고착화’에 빠질 위험이 크다”며 “운세 상담이 결코 정신과적 치료나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30 세대가 스마트폰을 붙들고 낯선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이 시대 청년들이 겪는 불안의 무게가 그만큼 무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진호 기자/오윤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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