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수입량 두 배… 디카페인, 선택 아닌 '기본'이 됐다
-원두 없는 커피, 기능성으로 틈새 공략

지난달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커피 엑스포 로스터리 클럽 부스. 30개 참가 매장 중 절반이 넘는 16곳이 디카페인 원두를 시음하고 판매하고 있었다. 반면 커피 원두 없이 보리·치커리 등 식물성 원료만으로 커피 맛을 구현한 ‘대체 커피’를 선보인 부스는 전체 729개 부스 중 단 한 곳뿐이었다. 같은 ‘카페인 없는 커피’를 표방하지만, 디카페인은 이미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반면 대체 커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26 서울 커피 엑스포 정문 사진
2026 서울 커피 엑스포 정문 사진
수입량 4년 새 두 배… 이제는 ‘주류’가 된 디카페인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디카페인 커피(생두·원두) 수입량은 약 1만 40톤으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1년 수입량(약 4,755톤)과 비교해 4년 만에 2.1배(약 111%) 규모로 몸집을 키운 것이다. 올해 3월 한 달 수입량 또한 전년 동기(약 674톤)를 압도하며 43.3% 치솟은 966톤을 기록했다. 이는 디카페인이 더 이상 ‘대체재’가 아니라 커피 소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엑스포 현장에서 로스터리 카페 ‘프로토콜’을 운영하는 김인기 대표도 디카페인 발주량이 확실히 늘었다고 한다. 그는 “매장 전체 커피 매출이 성장하면서 디카페인도 함께 올라오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전체 매출에서 디카페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수치로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디카페인에 대한 선호도만큼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로스터리 클럽 '킵댓' 부스에 비치된 디카페인 시향대
로스터리 클럽 '킵댓' 부스에 비치된 디카페인 시향대
“20년 전 독일에서 마셨던 그 맛”… 홀로 선 대체 커피 부스
엑스포에서 유일하게 대체 커피를 선보인 ‘말쯔커피’ 부스엔 호기심 어린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음대 앞에는 대체 커피를 맛보려는 관람객들이 몰렸다. 디카페인은 커피 원두에서 카페인만 제거한 방식이다. 반면 대체 커피는 아예 원두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말쯔커피는 커피 원두를 단 한 개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보리, 호밀, 맥아를 열풍으로 로스팅한다.

“처음엔 저희 카페에서만 팔려고 수입했어요. 그런데 손님들이 너무 찾으시는 거예요.” 독일에서 20년을 살다 귀국한 조내식 대표는 현지에서 일상처럼 마시던 보리 기반의 대체 커피를 한국 소비자에게 소개하고자 아시아 독점 유통 계약까지 체결했다. “2024년까지는 수원 본점 카페 ‘크로이츠’에서만 판매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2025년부터 유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한다.

“8명이 오면 8가지 음료를”… 다양화되는 커피 취향
조 대표는 디카페인·대체 커피의 부상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커피 소비문화의 구조적 변화로 읽었다. 그는 “예전엔 8분이 오시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통일됐으나, 지금은 8가지가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소비자에게 대체 커피를 찾는 이유를 물어보면 “‘나는 이런 이유로 대체 커피를 마신다’는 각자의 기준이 있다”고 덧붙였다. 수면 문제나 소화 부담부터 단순한 취향 표현까지, 카페인 없는 음료를 찾는 이유도 제각각이라고 한다.
그는 나이별 소비 패턴도 구분했다. “40·50대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같은 스타일을, 20·30대는 아이스 카페라떼나 크림라떼처럼 비주얼과 퍼포먼스가 있는 메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한다. 카페인 유무보다 ‘내가 커피를 어떻게 즐기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 1월~3월 월별 디카페인 커피(생두·원두) 수입증량 그래프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2025년 1월~3월 월별 디카페인 커피(생두·원두) 수입증량 그래프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대체 커피,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갈 길은 멀다
대체 커피 시장의 성장 전망은 밝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대체 커피 시장 규모는 2022년 27억 달러를 달성했다. 나아가 2030년까지 5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 8.9%의 성장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대체 커피가 주목받는 이유를 코트라는 건강·환경·가격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카페인 부담과 잔류 농약 논란 등으로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대체 커피는 탄소 배출과 물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 소비 흐름과도 맞물렸다. 여기에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로 인한 원두 가격 상승 및 공급 불안이 겹치며 대체재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맛과 향 구현 기술까지 발전하면서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말쯔커피' 상세 설명서 사진
'말쯔커피' 상세 설명서 사진
업계 전문가도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국커피협회 김득만 부회장은 “커피의 카페인이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를 배제하면서도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대체 커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대체 커피의 성장 방향으로 ‘기능성’을 꼽았다. “디카페인 소비자 가운데 헬스케어에 관심이 높은 이들을 중심으로 기능성 대체 커피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건강 기능성이 대체 커피가 틈새시장을 공략할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 안착까지는 소비자 인식 확대와 마케팅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김 부회장은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시장에서 대체 커피에 대한 마케팅 포인트 하나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 디카페인 시장과 대체 커피 시장이 일반 상업적 커피 시장과 대등한 위치까지 향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카페인이 이미 커피 시장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주류’라면, 대체 커피는 이제 막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도전자’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더욱 세분화된 지금, 그 문이 얼마나 빨리 열릴지가 관건이다.

이진호 기자/오윤상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