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취준생들은 SNS 계정을 ‘실전 마케팅 실험실’로 활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whatdoesydo_’를 운영 중인 마케터 취준생 ‘이지’는 “3초 후 조회율, 저장률 같은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면서 콘텐츠 개선 방향을 고민하게 됐다”며 “이 경험이 실제 면접에서도 중요한 질문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약 4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계정을 운영하는 ‘재영(@myaurory)’은 “계정을 하나의 살아있는 포트폴리오로 운영하고 있다”며 “콘텐츠 기획부터 성과 분석까지 일관되게 쌓아온 경험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계정은 협업 제안이나 면접 기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팔로워 2천 명 규모의 계정을 운영하는 취준생 ‘뇽뇽(@favthg)’은 “브랜드 협업을 통해 실제 마케팅 프로세스를 경험했고, 면접에서도 계정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채용 시장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잡코리아 운영사 웍스피어의 김준수 본부장은 “채용의 본질은 이 사람이 조직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그 기준이 정량 스펙에서 사고 과정과 실행 맥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과거에는 학력이나 자격증을 중심으로 탈락자를 가려냈다면 지금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그것을 어떤 맥락에서 증명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SNS 계정 운영은 문제 인식부터 실행, 학습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경험 기반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마케팅 직무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더욱 직접적인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김 본부장은 “단순히 ‘마케팅에 관심 있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 계정을 운영하며 어떤 콘텐츠가 왜 작동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팔로워 수나 좋아요 같은 외형적 지표는 큰 의미가 없다”며 “왜 이 주제를 선택했고, 실행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취업 준비의 구조적 변화’로 해석한다.
고동우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는 “취준 계정 현상은 노동시장 환경과 디지털 플랫폼 구조가 결합된 결과”라며 “취업 준비가 더 이상 개인 내부의 과정이 아니라 외부에 드러내고 관리하는 ‘가시화된 퍼포먼스’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시각 중심 SNS가 취업 준비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보여지는 경쟁’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타인의 행동이 하나의 기준처럼 작용하면서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암묵적 규범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냐 ‘자산’이냐… 결국은 사용 방식의 문제
이런 현상은 취준생에게는 동기부여와 기회의 통로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비교와 부담을 키우는 경쟁의 장이 되기도 한다. 김준수 본부장은 “더 많이 보여주려 하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더 깊이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채용에서 선택받는 사람은 화려한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학습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고동우 교수 역시 “SNS는 경쟁을 가시화하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경험을 구조화하고 설명하는 자산이 될 수도 있다”며 “결국 그 차이는 사용자의 전략과 인식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호 기자/이지윤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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