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바이트 대표이사(디캠프 배치 멘토)

“스타트업이 선택과 집중을 못하는 이유는 바로 현실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이 한 문장으로 본 컬럼을 끝내도 괜찮을 만큼 중요한 이유다.

제한된 리소스, 멀티태스킹을 감당할 만큼 충분치 않은 경험, 인적·물적 자원을 고려하면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하는 일이 단순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장의 많은 초기 기업은 일론 머스크와 같은 비범함, 워런 버핏과 같은 통찰력을 본받겠다며 사업을 벌여 나간다. 성공의 경험이 없고, 사업과 경영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말이다.

자신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위 '위대한 롤모델'에 많은 영감을 받지만, 애석하게도 이들은 대부분 수십 년의 시간과 고통을 통과해 압도적으로 성공한 극소수의 사람들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가, 어른들을 동경하며 달리기도 배우고 수영도 배우겠다고 나서는 격이다.

한 스타트업이 핵심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 매우 단순 명료하고 적용 범위가 넓다. 창업자가 이 가능성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선택한 길은 일단 하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빠른 실행력과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토대로 제품을 완성시키고, 시제품도 몇 개 팔린다. 그런데 후속 계약이 영 시원치 않다. '아, 시장이 작나?’ 혹은 ‘내 기술이 너무 이른가?' 라고 생각하며 다음 시장을 두드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핵심 기술에서 파생된 제품 수가 늘어난다. 카탈로그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 제품의 파이프라인'이라 부르며, 각 제품 간의 연결성이 필연적인 것처럼 설명하려 애쓴다. 마치 처음부터 로드맵에 있었던 것처럼 설파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제품들의 모음집이라는 것을, 그리고 창업자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물론,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꽤 괜찮은 매출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제품이라도 집중해서 시장을 완전히 공략해 보지 못했다면, 그 다음 제품에서도 큰 성과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창업자가 스스로를 그렇게 학습시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학습된' 사업 방식은 다시 제3, 제4의 시장과 제품으로 손을 뻗게 한다. 이제 창업자는 나름의 성공 방정식을 찾았다고 믿게 된다.

훌륭한 기업가들과 투자자들이 '선택과 집중'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기회와 잠재적인 가능성을 충분히 탐색하고 도달해 봤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질 청중은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이다. 자원은 한정적이고 런웨이의 공포에 떠는 창업자에게 '선택하고 집중하라'는 말은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언이 아니다. 그래서 어렵다는 것이지만, 거꾸로 그렇기 때문에 더 큰 기회를 놓치거나, 성장성이 떨어지는 회사가 망하지도 않고 버티기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이 또한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창업자는 이미 선택했다. 망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면,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다만, 세상을 바꾸거나 위대한 회사를 만들기로 선택했다면, 그 길을 위해 집중하다가 기꺼이 망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감내해야 한다. 선택하고 집중하는 길에 더 크고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생태계는 이미 경험해 왔고, 그간 많은 이들이 증언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고 있는지.
스타트업이 선택과 집중을 못하는 이유 [텍스트 브이로그]
김현준 바이트 대표이사는 엔지니어의 삶을 살다가 스타트업을 경험한 이후 지금은 연쇄창업가이자 투자자 그리고 멘토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미리 경험한 선배이자 창업 전문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