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배송 시대, 진짜 일자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1900년 미국 뉴욕 5번가를 찍은 유명한 사진이 있다. 사진 속 거리는 마차로 가득하다. 자동차는 단 한 대뿐이다. 그런데 13년 뒤인 1913년 같은 장소의 사진은 완전히 다르다. 이번에는 자동차가 거리를 메우고, 마차는 단 한 대만 남아 있다.

불과 13년 만에 도시의 이동수단이 뒤바뀐 셈이다.

이 사진은 흔히 기술 혁신이 산업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소개된다. 하지만 사진 속 변화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마차가 사라지면서 마부, 마구간 관리인, 말발굽 장수, 마차 수리공 같은 직업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신 운전기사, 자동차 정비공, 주유소 직원, 자동차 영업사원, 도로 건설 노동자 같은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한 시대의 일자리가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시대의 일자리가 들어선 것이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걱정은 늘 존재했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하다. 기술은 일부 업무를 줄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업무를 만든다. 다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처음부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마차가 사라지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정비소, 주유소, 운전 교육, 보험, 도로 행정이 만들어낼 거대한 산업 생태계는 미처 보지 못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드론 산업 역시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다.

배송 드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택배 기사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물류·배송 산업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수십만~수백만 명이 종사하는 거대한 고용 시장이다.

'무인 배송'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사람 없는 배송'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1900년 뉴욕의 사진을 다시 떠올려보면 기술 변화가 만드는 일자리는 늘 보이는 곳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됐다. 정비소와 주유소, 자동차 학원과 보험회사, 도로 행정처럼 말이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하늘을 나는 기체는 눈에 보이지만, 그 기체를 띄우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드론 한 대가 실제로 운용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면 새로운 일자리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가장 먼저 출고 단계가 있다.

공장에서 조립된 드론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전 누군가는 기체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모터 진동은 정상인지, 배터리는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통신 모듈에는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자동차 산업에 출고 검사 라인이 있듯 드론 산업에도 품질 검증 단계가 존재한다.

흥미로운 점은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사람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뀐다는 사실이다. 검사 장비를 운영하고, 데이터를 해석하고, 품질 기준을 관리하는 역할이 오히려 중요해진다.
운용 단계에서는 또 다른 직무가 등장한다.

도심 배송 드론과 산업 점검 드론, 농업 드론, 군용 드론이 매일 수많은 비행을 반복한다고 가정해보자. 비행 전 기체 상태를 확인하고, 비행 경로를 관리하며,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운항을 중단시키는 사람이 필요하다.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한 명이 한 대를 직접 조종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한 명이 여러 대의 드론을 동시에 관리하고, 시스템이 감지한 위험 신호를 판단하며, 전체 운용을 감독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 산업에 관제사가 있다면 드론 산업에는 새로운 형태의 무인기 운용·관제 인력이 필요해지는 셈이다.

정비와 진단 분야도 빠질 수 없다. 드론 역시 결국 기계다. 모터는 마모되고 배터리는 성능이 떨어진다. 프로펠러에는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센서와 통신 장비도 시간이 지나면 이상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적절한 시점에 부품을 교체하며 기체 수명을 관리하는 업무는 산업이 성장할수록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미래의 드론 정비는 단순히 공구를 다루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진단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며 이상 패턴을 파악하는 역량이 함께 요구되는 새로운 기술 직군으로 발전할 수 있다.

데이터 역시 새로운 일자리의 핵심 자원이다. 드론 한 대가 비행을 마칠 때마다 위치, 고도, 배터리 상태, 모터 출력, 진동 정보, 통신 품질 등 수많은 데이터가 생성된다. 이 데이터는 단순 기록이 아니다. 다음 비행의 안전을 판단하고 정비 시점을 예측하는 근거가 된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며 위험 패턴을 찾아내는 업무는 드론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자동차 산업과 항공 산업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역할이 커졌듯 드론 산업에서도 데이터 기반 운용 인력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이 직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직업이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산업의 역할이 드론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편되는 과정에 가깝다.

자동차 정비공은 드론 정비 전문가로, 항공관제사는 무인기 관제 분야로, 물류 종사자는 무인 배송 시스템 운영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새 산업이 등장한다고 해서 기존 인력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경험과 노하우가 새로운 산업에서 더 큰 가치를 갖는 경우가 많다. 1913년 뉴욕의 자동차 정비공 상당수가 마차 수리공 출신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택배 기사가 드론을 띄우는 미래는 정말 올까. 아마도 우리가 상상하는 방식 그대로는 아닐 수 있다.

택배 기사가 리모컨을 들고 드론 한 대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미래가 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늘의 택배 기사가 내일은 여러 대의 배송 드론을 관리하는 운용자가 될 수는 있다. 배송 차량 운전자가 무인 배송 구역의 안전을 책임지는 현장 관리자가 될 수도 있다.
물류 관리자가 드론 배송 데이터와 운항 스케줄을 조율하는 시스템 운영자가 될 수도 있다.

직업의 이름은 바뀔 수 있지만 사람의 역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준비하느냐다.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던 시기에도 운전사 양성 학교와 자동차 정비 교육 기관이 빠르게 등장했다. 새로운 산업을 위한 교육 체계가 함께 만들어진 것이다. 반대로 변화에 늦게 대응한 지역은 자동차 산업 경쟁에서 뒤처졌다. 산업이 성장하려면 기술과 자본뿐 아니라 사람과 교육 인프라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위플로 제공
위플로 제공
드론 산업 역시 같은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에는 이미 드론 관련 학과와 교육 과정이 생겨나고 있으며 드론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다만 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직무는 단순 조종에만 머물지 않는다.

드론 데이터 분석가, 무인기 관제사, 자동 진단 시스템 운영자, 비행 안전 매니저, 드론 정비·진단 전문가처럼 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산업의 성장은 기체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

1900년 뉴욕 5번가에 단 한 대뿐이던 자동차가 13년 만에 거리를 가득 채울 수 있었던 이유도 자동차라는 기술만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자동차를 만들고, 고치고, 운전하고, 판매하고, 관리하며 안전하게 움직이게 만든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론 산업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드론이 하늘을 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드론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정비하며 데이터를 관리하고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인 배송 시대의 핵심 질문은 "어떤 일자리가 사라질까"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어떤 새로운 일이 생겨나고, 누가 그 일을 준비할 것인가"다. 하늘을 나는 드론은 눈에 보인다. 하지만 무인 배송 시대의 진짜 일자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김의정 위플로 대표이사는 유도비행시스템과 자율주행 센서 설계를 연구해온 미래 모빌리티 기술 전문가다. KAIST에서 정보통신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LG전자 CTO 스마트카 연구소와 한화시스템 미래기술랩 UAM Part에서 자율주행·미래항공모빌리티 기술을 연구했다. 2022년 한화시스템 사내벤처로 위플로를 창업해, 드론과 AAM이 안전하게 운용될 수 있는 예지정비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