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가 인접한 대선·지선 간 격차를 분석하면 청년층의 이탈이 다른 어느 세대보다 가파르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확인된다. 2022년 선거가 그 정점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연령대별 투표율 데이터를 보면 대선에서 71.6%를 기록했던 20대 전반(20~24세)의 투표율은 3개월 뒤 치러진 지선에서 37.0%로 34.6%p나 폭락했다. 20대 후반(25~29세) 역시 70.4%에서 35.6%로 34.8%p 급감했다. 30대 전반은 70.9%에서 36.9%로 34.0%p, 30대 후반은 70.6%에서 38.6%로 32.0%p 하락했다. 갓 선거권을 얻은 19세의 하락폭(36.8%p)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대선에 참여한 청년층의 절반이 지방선거를 외면한 셈이다. 무엇보다 4050 세대는 지선에서도 40~55%대 투표율을 유지한 반면, 2030은 30%대라는 바닥을 찍으며 투표소에서 자취를 감췄다.
고령층과의 대조는 더욱 극명하다. 70대 유권자는 대선 86.2%, 지선 75.3%로 단 10.9%p의 차이만을 보였다. 80세 이상 초고령층의 격차 역시 10.6%p에 불과했다. 60대는 17.1%p 하락에 그쳤다. 고령층에게 선거란 종류를 불문하고 참여해야 하는 확고한 일과임을 방증한다.
청년층의 이탈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12년 대선과 2014년 지선 사이에서 20대 전반의 투표율 격차가 19.7%p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22년의 34.6%p는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벌어진 수치다. 청년층의 선택적 투표 경향은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르게 심화되고 있다. 국가적 의제가 걸린 대선에만 반응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선에는 무관심한 2030의 현주소, 그 이면엔 무엇이 있는가.
정보가 넘치는데 부족해요
전문가들은 20대의 지선 이탈이 선거 구조 자체가 청년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데 주목한다.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 등 한 번에 여러 명의 후보를 동시에 선택해야 하는 '고정보·고복잡성' 선거다. 김성수 교수(한양대 정치외교학과)는 "정보의 양은 많지만 후보들을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며 "대선은 후보 수가 제한적이고 언론 보도와 토론도 집중되지만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까지 한꺼번에 치러지기 때문에 유권자가 확인해야 할 정보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자 간 토론도 제한적이라 정보가 없는 것이 아니라 후보별 차이점과 정책의 차별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선이 국가의 방향을 선택하는 의제로서 의미가 분명한 반면, 지방선거는 선출 대상이 많고 공약도 분산되어 있어 선거 자체의 효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선거 운동 방식의 시대착오도 문제로 거론된다. 오프라인 동원형 선거 문화가 디지털 기반으로 소통하는 20대에게는 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거리감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정회옥 교수(명지대 정치외교학과)는 "20대 유권자들은 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숏폼 영상,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치 정보를 소비한다"며 "현행 지방선거 운동은 ▲거리 현수막 ▲유세차 ▲스피커 ▲로고송 중심의 일방향 전달 방식에 머물러 있어, 유권자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환경과 정치권이 물리적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노출하는 방식 사이에 적지 않은 괴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생활권은 대학에, 투표권은 고향에
20대의 지선 이탈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생활권과 투표권의 분리다. 진학이나 취업으로 실거주지가 바뀌어도 주민등록은 본가에 그대로인 경우가 많은 20대에게 지방선거는 '내 삶과 연결되지 않는 선거'가 되어버린다. 대학가 원룸에 살면서 버스 노선을 이용하고 심야 골목길의 안전을 걱정하는 청년이 정작 투표소에서 찍어야 하는 후보는 자신과 무관한 고향 지역의 인물이다. 사전투표 제도가 있어 물리적 참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내 생활을 바꿀 수 없는 투표'라는 심리적 거리감은 참여 의지 자체를 꺾는다. 한강욱 교수(고려대 정치외교학과)는 이 문제를 민주주의의 기본 메커니즘 차원에서 진단했다. "실생활 공간의 행정이나 인프라에 불만이 있어도 이를 바꿀 투표권은 다른 지역에 있어 '투표를 통한 환경 개선'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지방 정치를 내 삶을 바꾸는 도구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치적 무력감과 외면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성세대와의 간극은 지역사회와 맺는 이해관계의 깊이에서도 비롯된다. 김성수 교수는 "기성세대는 ▲자녀 교육 ▲재개발 ▲세금 문제 등 지방정부의 결정이 자신의 생활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며 "지방정치가 기성세대에게 일상의 이해관계라면 20대에게는 일시적 공간의 정치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우 교수(전북대 정치외교학과)는 이 문제를 국가적 차원의 불균형과 연결했다. 이선우 교수는 “청년 일자리는 대부분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자라고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그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이 거주지 격차를 낳고 그것이 투표율에 일부 반영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청년은 주변부 유권자?
지방선거 공약이 20대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재개발 ▲부동산 가격 방어 ▲지역 개발 ▲상권 활성화처럼 중장년 자산 보유층에 맞닿은 공약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반면 ▲대학가 주변 치안 ▲월세 부담 완화 ▲청년 1인 가구 인프라 등 20대 실생활에 밀착된 의제는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김성수 교수는 "선거 공약이 개발 이익이나 자산 가치 중심으로 짜이면 20대는 자신이 지역의 미래가 아니라 주변부 유권자로 취급된다고 느낀다"며 "청년 소외감은 관심 부족이 아니라 정치가 자신을 주요 정책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감각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주택을 소유하고 오래 거주한 유권자는 지역 개발이나 세금에 강한 이해관계를 갖는 반면, 세입자·대학생·취준생·초기 직장인인 경우가 많은 20대는 지역정치의 이해당사자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의 근저에는 정치권의 구조적 계산이 있다. 정회옥 교수는 "청년층은 투표율이 낮고 조직화 수준도 약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선거 시기에만 청년수당이나 주거지원 등 단기적 공약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구조적인 청년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선우 교수는 이를 악순환의 구조로 설명했다. 이선우 교수는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민주당은 40~50대, 국민의힘은 60~70대를 고정 지지 기반으로 삼아 표를 얻으려는 쪽으로 전략을 잡는다"며 "청년층에 에너지를 많이 쏟지 않다 보니 공약이 나오지 않고 그러다 보니 청년층의 투표율은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청년 공천이나 청년위원회 같은 제도적 장치도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 원인으로 공천 구조 자체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주요 정당들이 청년 후보 가산점 부여나 추천 비율 확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당원 조직 관리 ▲지역위원회 활동 경력 ▲당내 인맥 ▲후원 네트워크 등 경선 진입 자체를 위한 조건들은 정치 참여 기간이 짧은 청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정회옥 교수는 "가산점은 경쟁 구도에 들어온 이후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청년이 경선 단계까지 올라가지 못하면 큰 효과가 없다"며 "실제 지역구 공천에서 청년 후보 비율이 낮고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지역에 배치되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의 청년 공천 제도가 실질적 대표성 확대보다는 상징적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참여 열기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지방 정치에 대한 청년의 효능감을 회복하기 위해 정보 접근 방식과 청년 공약 발굴 및 제도적 대표성 등 여러 영역의 동시다발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정보 제공 방식의 혁신이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청년 유권자가 자신의 생활권을 기준으로 후보별 주거·교통·일자리·안전 공약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김성수 교수는 "선거 정보는 더 이상 공보물 중심이 아니라 검색·비교가 가능하며 공유 가능한 데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회옥 교수도 "'우리 학교 주변 교통 공약'이나 '자취 지역 월세 정책' 등 생활 단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후보가 일방적으로 알리는 방식이 아닌 유권자가 자신의 생활 문제와 연결해 탐색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한강욱 교수는 "채널의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집으로 배달된 공보물을 정독하고 공약을 비교하는 절대적인 시간 투자가 선행되어야 플랫폼의 혁신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청년 유권자 스스로의 주체적 관심도 함께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생활권과 투표권의 괴리를 완화하는 제도적 보완도 요청된다. 사전투표·전입신고 안내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한편 ▲청년 참여예산제 ▲온라인 공론장 ▲생활권 단위 주민 참여 플랫폼 등을 통해 실거주지 기반의 정치 참여 경로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한강욱 교수는 "대학가에서 청년 주거 복지 요구가 번번이 노년층 원룸 임대업자들의 목소리에 묻히는 이유는 청년들이 그 지역의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학 학생회 등을 중심으로 주소지를 실제 거주하는 대학가로 이전하여 정당한 유권자로서의 지분과 권리를 행사하는 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보다 직접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청년 의제를 선거 평가 기준으로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수 교수는 "언론·시민단체·대학·청년단체가 함께 후보자별 청년정책 평가표를 공개하면 정당과 후보도 청년 의제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강욱 교수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유인책은 청년 세대의 높은 투표율"이라며 "청년층이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역 권력에 집단적인 정책 압박을 가할 때 비로소 의제가 바뀐다"고 제언했다.
청년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도 핵심 과제다. 기탁금·선거비용 등 경제적 부담과 당내 경력·네트워크 부족이 청년의 정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과 선거공영제 개선 및 당내 청년당 구성 등을 통한 기회 구조 확대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강욱 교수는 "정치권이 인구 비례에 걸맞은 수준으로 청년 공천 비율을 할당하고 이를 강제하는 정당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며 "청년의 삶을 대변할 진짜 청년 정치인들이 제도권에 진입해 효능감 있는 정책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20대 유권자들도 지방 정치를 신뢰하고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근본적 처방 또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선우 교수는 "자치 입법권이나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예산 규모가 너무 작아서 지방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며 "균형 발전이 돼야 지방 정치로부터 청년층이 효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호 기자/이수민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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