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를 만든다지만, 노벨상 수상자가 한국 청년에게 건넨 말
이날 콘퍼런스는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성장추세 반전을 위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개최됐다. 주최 측은 피터 하윗 교수를 초청해 AI의 확산, 보호무역주의 강화, 인구구조 변화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도전과 30년간 5년에 1%p씩 추락해온 성장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혁신성장 방향을 논의하고, ‘창조적 파괴’에 기반한 생산성 제고와 혁신생태계 구축, 제도 개선 과제 등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날 피터 하윗이 던진 화두 중에는 AI와 청년 일자리도 있었다. 그는 인공지능을 “단순하게 생산성만 어떤 특정 분야 혹은 분야 몇 개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을 하는 방법, 또 경제적 활동을 하는 방법을 지대하게 광범위하게 모두 다 바꾸어서 파괴적·혁신적 영향을 주는” 범용 기술로 규정했다.
긍정적인 전망은 이어졌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AI가 노동을 보완할 것인가, 대체할 것인가”라고 운을 뗀 하윗은 “AI는 고숙련 층뿐만 아니라 저숙련 층의 생산성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하윗이 우려하는 지점은 신입 일자리의 대체 문제다. 그는 “엔트리 레벨, 즉 가장 신입 수준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업무가 AI에 대체되고 있다”며, 이는 “중소기업, 특히 소기업 같은 경우는 사람들을 고용해서 가장 초보 단계, 신입 단계에 있는 직원들을 교육시키기보다는, AI로 대체한다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 결과 “사람들은 회사에 막 입사하고 승진할 때 필요한, 밑바닥부터 배워야 할 것들을 못 배우고 올라가게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메시지가 한 발표에서 공존했다. '기술은 결국 일자리를 만든다'는 긍정론과, '지금 이 순간 엔트리 레벨이 대체되고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시됐다. 다만 AI가 장기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과, 실제 청년층이 체감하는 현재 노동시장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실제 청년층 고용 지표는 우려 쪽에 가깝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7%로, 전년 동월 대비 1.6%p 하락했다. 24개월 연속 하락으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실제 AI 확산과 청년 고용 감소 간 상관관계를 지적한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5년 10월에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3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1.1만 개 감소했다. 이 중 20.8만 개가 AI 노출도 상위 업종에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hatGPT 출시 이후를 기점으로 AI 노출도가 높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출판업, 전문 서비스업, 정보 서비스업에서 청년 고용이 각각 11.2%, 20.4%, 8.8%, 23.8% 감소했다.
하윗은 먼저 AI책임론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최근 스타트업·코딩 분야 채용이 줄어든 것을 업계에서는 AI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하이테크 기업들은 이전에 과잉투자를 했고, 지금의 채용 축소 책임을 AI에 돌리는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AI가 코딩을 자동화하더라도 전문성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코딩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AI가 루틴한 작업을 대신하더라도 창의성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하윗은 “세계는 불확실하고 청년들은 겁을 먹고 있다”면서도, “언젠가는 분명히 새로운 업무, 일자리, 직업이 생겨날 것이고, 궁극적으로 AI로 인해서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덴마크가 시행하고 있는 플렉시큐리티처럼 신기술 도입으로 해고된 사람들을 정부가 도와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진호 기자/오윤상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