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모습. (AI 생성 이미지)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모습. (AI 생성 이미지)
“나 외모정병 왔나 봐”... 밈이 된 자기혐오
“어느 순간부터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는 게 나를 위해 하는 건지, 아니면 사회적 분위기에 맞추려고 하는 건지 헷갈리게 되면서 ‘외모정병’이 왔던 거 같아요.”

대학생 김하윤(22) 씨의 말이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외모정병’이라는 표현이 하나의 밈처럼 소비되고 있다. 외모정병은 자신의 외모를 과도하게 신경 쓰거나 작은 외모적 결점에도 집착하는 상태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인터넷 신조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초 ‘외모정병’ 관련 언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9% 증가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외모정병 관련 게시물과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안부·골격 유형까지”... 세분되는 외모 기준
청년층 사이에서는 외모를 바라보는 기준이 점점 더 세분되고 있다.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 외모를 넘어 △얼굴 여백 △골격 유형 △중안부 길이 등 세부적인 요소까지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SNS와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외모를 분석하고 유형화하는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과거에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외모 평가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장은솔(대학생·23) 씨는 SNS를 통해 ‘골격 진단’을 접한 뒤 외모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장 씨는 “예전에는 그냥 사고 싶은 옷이 있으면 적당히 리뷰를 보거나 직접 입어본 뒤 마음에 들면 구매했다”며 “최근에 SNS에서 ‘골격 진단’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는 내 골격에 맞지 않는다고 알려진 옷들은 처음부터 기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소영(대학생·24) 씨 역시 과거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외모 요소를 의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직각 어깨’라는 용어도 몰랐고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던 부분이었다”며 “관련 콘텐츠에서 해당 용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최근 외모를 평가하는 기준이 과거보다 훨씬 세분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신유경 상담사는 “과거에도 외모에 대한 관심은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얼굴 비율, 턱선, 중안부 길이, 체형 비율 등 비교 기준이 훨씬 세분됐다”며 “과거에는 크게 주목받지 않던 요소들까지 비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나만 관리 안 하는 건가”... 비교가 만든 외모 불안
SNS가 일상이 되면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도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외모 관련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청년들은 연예인뿐 아니라 또래 일반인, 인플루언서와도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고 말한다.

장 씨는 “예전에는 비교 대상이 연예인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대학생이나 직장인 일반인도 외모만 뛰어나면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며 “이제는 그들을 같은 비교선상에 두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루언서들은 본인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찍은 사진들만 올리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외모 고점만 보게 된다”며 “그 모습을 계속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와 비교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비교는 외모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민서(대학생·23) 씨는 “외모 관련 콘텐츠를 보고 나면 우울해지는 것 같다”며 “완벽한 외모 기준이 제시되는 콘텐츠를 보다 보면 내 외모가 한없이 부족해 보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저렇게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외모 관련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시술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 역시 낮아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NS에서는 ‘가성비 보톡스’, ‘첫 시술 추천’과 같은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시술 경험담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

김하윤 씨는 “예전에는 보톡스나 시술이 외모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요즘은 20대 초반에도 시술을 받았다는 영상이나 게시글을 쉽게 볼 수 있어 시술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보다 지금 당장 예뻐지고 싶다는 욕구를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며 “소위 ‘다운타임(회복 기간)’이 적은 시술들이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모보다 중요한 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전문가가 본 외모정병
전문가들은 SNS와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청년층의 외모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신유경 상담사는 “현대 사회에서 외모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으며, SNS와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사람들은 이전보다 자신의 모습을 더 자주 확인하고 타인과 비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온라인 공간에서 접하는 외모 기준이 필터와 보정 기술 등을 통해 현실보다 이상화돼 있다는 점”이라며 “외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외모가 자기 가치의 주요 기준이 되거나 지속적인 비교와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신 상담사는 건강한 자기 인식을 위해서는 외모를 자신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외모 기준 자체보다 그 기준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일 수 있다”며 “SNS 속 이미지가 연출과 보정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외모뿐 아니라 다양한 강점과 가치를 바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균형 잡힌 자기 인식이 청년들의 심리적 적응과 자존감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호 기자/한영빈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