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편을 앞둔 마지막 수능, ‘내년’을 계산하지 말고, ‘올해에 집중해야
이는 수험생의 선택지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기존에는 ‘이번에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면 내년에 한 번 더’라는 선택이 비교적 익숙한 대안이었지만, 올해는 그 선택의 조건이 다르다. 재도전하더라도 새로운 체제의 시험을 새로 준비해야 하고, 재학생과의 학습 기반 차이도 예년과 같지 않다. 결국 남은 100일은 ‘한 번 더’라는 여지를 계산에 넣기 어려운 100일이며, 그만큼 남은 기간의 학습이 갖는 가치가 크다.
문제는 이 시기 수험생의 관심이 정작 수능에서 멀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9월 초에는 모의평가와 수시 원서접수가 연달아 놓여 있고, 대학별고사 준비까지 겹친다. ‘D-100’은 수능을 기준으로 한 명칭이지만, 실제로 이 시기 많은 학생의 머릿속은 수시 지원 고민으로 채워진다. 이미 결정된 내신과 학생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략의 문제이지만, 수능 성적은 지금부터의 100일로 여전히 달라질 수 있는 유일한 변수이다.
‘몇 문제’를 더 맞힐지부터 정하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만으로는 학습의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영역별로 현재 성적에서 몇 문제를 더 맞힐 것인지, 그 문제를 어떤 단원과 개념에서 확보할 것인지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이때 기준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투자 대비 회수 가능성’이다. 최고난이도 문항 한 문제에 매달리기보다, 알고 있음에도 반복해서 틀리는 중간 난이도 문항을 고정 득점으로 바꾸는 편이 100일이라는 기간에는 훨씬 효율적이다.
9월 모의평가는 성적표가 아니라 설계도다
오는 9월 2일 시행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9월 모의평가(이하 9월 모평)는 남은 기간의 학습 방향을 정하는 마지막 공식 지표이다. 등급과 백분위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면 시험 한 번을 소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틀린 문항을 유형별로 분류해 ‘개념이 부족한 문제’, ‘시간이 부족했던 문제’, ‘알고도 실수한 문제’로 나누어 보면, 9월 모평이 끝난 후 수능까지 남은 70여 일 동안 무엇에 시간을 배분해야 하는지가 드러난다. 세 유형은 해결방법이 완전히 다르며,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문제풀이 양만 늘리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원서 쓰는 일주일이 남은 100일을 좌우한다
수시 원서접수는 9월 7일부터 11일 사이 대학별로 진행된다. 이 기간 학습 리듬이 무너지는 학생이 매년 반복해서 나타난다. 지원 대학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합격 이후를 상상하게 되고, 그 며칠이 2~3주라는 긴 기간으로 늘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원 전략은 여름방학 중에 큰 틀을 정해 두고, 원서접수 기간에는 결정된 내용을 실행하는 데 그쳐야 한다.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고사 준비 역시 수능 학습을 밀어내지 않는 선에서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탐구는 마지막까지 점수가 움직이는 영역이다
탐구 영역은 학습 분량 대비 성적 변화폭이 커 100일 동안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응시 집단의 변동은 변수이다. 특정 과목으로 응시자가 몰리거나 빠져나가면 같은 원점수라도 표준점수와 등급이 예년과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특히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탐구 영역으로 충족하려는 학생이라면, 한 과목의 결과에만 기대기보다 다른 영역까지 포함한 대안을 마련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새로운 문제는 점수가 아니라 적응력으로 해석해라
실전 모의고사와 낯선 문항은 이 시기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다. 그러나 맞고 틀림에만 집중하면 학습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실전 모의고사의 본래 기능은 약점을 찾는 것과 시험장에서의 운영 전략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다. 어려운 문항을 만났을 때 언제 넘어갈지, 시간 배분이 무너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미리 정해 두고 시험마다 점검해야 한다. 이 판단 기준이 없는 상태로 수능장에 들어가면, 실력과 관련 없는 실점을 할 수 있다.
수능은 상대평가이다. 모든 수험생이 100일이라는 기간을 보내지만, 이 기간의 성패는 절대적인 공부량이 아닌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는지로 갈린다. 바뀔 수 없는 조건을 계산하는 데 쓰는 시간을, 아직 바꿀 수 있는 변수들에 쏟는 것이 남은 100일 동안 수험생들이 해야 할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