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 분양가에 현금만 19억 원 필요
2030세대 청약 당첨돼도 자력으로 입주 不
김갑성 교수 “해외 장기 대출제도 국내 반영돼야”

안유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안유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최근 인기 걸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안유진 씨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하이엔드 아파트 ‘디에이치 방배’ 청약에 당첨됐다는 소식이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시세차익만 14억원 이상이라는 안 씨의 청약 당첨 뉴스에는 팬들의 축하와 더불어 또래인 20대들의 묘한 박탈감이 공존했다.

실제로 2030 세대 사이에는 ‘청약통장 무용론’이 화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800만 명을 넘어섰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최근 수년간 200만 명 이상 급감하며 이탈세가 이어지고 있다. 높은 분양가와 낮은 당첨 확률, 깐깐한 대출 규제까지 삼중고로 작용하면서 청약 통장을 깨는 ‘청포족(청약포기족)’ 청년들이 속출하는 탓이다.

평범한 2030세대들이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다면 실제 입주까지 얼마의 자금이 필요할까. ‘디에이치 방배’ 전용면적 84㎡(약 34평형)를 기준으로 자금 스케줄을 분석해 봤다.
안유진이 당첨된 '20억 청약 로또'···또래가 입주하려면 '126년'
디에이치 방배(전용 84㎡)의 분양가는 약 22억 4,000만 원, 당첨 이후 수일 내에 납부해야 하는 계약금(20%)이 4억4,800만 원이다. 현행 금융 규제상 계약금은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금액은 당첨자의 순수 현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만약 현금으로 계약금을 해결하더라도, 중도금과 잔금에 해당하는 나머지 80%의 금액 부담이 더 큰 산이다. 현재 시행 중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와 투기과열지구 LTV 50%를 적용하면, 청약 당첨자가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한도는 약 3억~3.5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약 18억 9,000만 원의 순수 현금이 있어야 입주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일반 청년이 이 금액을 감당하는 게 가능할까.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및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청년 가구의 연간 평균 저축가능액은 약 1,500만 원(월 125만 원 저축 기준)이다. 이 저축액으로 당첨된 아파트의 입주금을 모으려면 무려 126년이 걸린다. 연간 저축액을 평균금액의 두배인 3,000만 원으로 늘려도 63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 서울 중심권 청약이 ‘현금 부자’나 ‘부모 찬스’가 가능한 이들만을 위한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경기 지역 청약에 당첨된 30대 임상준 씨는 “청약 당첨 문자를 받고 나니 기쁨보다도 ‘진짜 입주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덮쳤다”고 토로했다. 임 씨는 “특히 계약금 액수가 너무 부담됐고, 무순위로 당첨되다 보니 불과 며칠 뒤에 바로 큰돈을 입금해야 해서 다급하고 정신이 없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또 “모아둔 금액만으로는 계약금을 맞출 수 없어, 계약금의 절반 정도는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빌려서 충당했다”면서 “그나마 경기권이라 어떻게든 계약금 충당이 가능했지만, 서울권 청약은 자금 여력이 이미 갖춰진 분들에게만 유리한 구조 같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현 국내 주택금융정책을 두고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도시 분야를 연구하는 김갑성 연세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부모 또는 친지에게 빌리거나 단기 대출에 의존하는 후진적 주택금융 행태를 보인다”며, “DSR, LTV 제도 등으로 고가 아파트일 경우 2억 원만 대출 가능해 실제 은행 대출로 주택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모기지(Mortgage) 제도를 통해 주택 가격의 10-20%만 내고, 나머지 금액을 30~40년 장기간 나누어 내는 주택금융이 발달되어 있다”면서 “국내 역시 해외에서 실행하고 있는 장기 대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엄채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