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AI 시대, “자소서보다 중요한 건 AI를 활용하는 능력”
“요즘은 자기소개서를 처음부터 혼자 쓰기보다 AI로 초안을 만든 뒤 수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제는 AI를 쓰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기본이 된 것 같습니다.”

스포츠 데이터 분석 직무를 준비 중인 명지대학교 컴퓨터공학전공 배성현 씨(이하 배 씨)는 생성형 AI가 취업 준비 방식 자체를 바꿨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면접 예상 질문 정리, 코딩 오류 검토까지 AI를 활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됐다는 설명이다.

생성형 AI가 일상 속으로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취업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우려를 넘어, 취업 준비 과정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가 발표한 고용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30세 미만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만5000명(2.8%) 감소했다. 반면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는 증가해 청년층의 고용 여건은 상대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취업준비생들은 새로운 경쟁력으로 AI 활용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배 씨 역시 AI를 거의 매일 활용한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의 흐름을 점검하거나 면접 예상 질문을 정리하고, 전공 공부에서는 코드를 검토하거나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는 데 AI를 사용한다. 다만 AI가 제시한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배 씨는 "예전에는 정보를 빠르게 찾고 문서를 잘 작성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생성형 AI를 활용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며 "결국 기업은 결과물보다 그 안에 담긴 경험과 문제 해결 과정, 사고방식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취업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원자에게 더 분명한 자기 생각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활용도 이제는 하나의 경쟁력

기업들도 AI 활용 능력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AI가 취업 준비 과정 전반에 확산되면서 생성형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도 하나의 역량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취업 플랫폼들도 AI를 활용한 취업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인크루트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이명지 팀장은 "AI 사용이 보편화된 시대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스펙이 되고 있다"며 "인크루트는 채용·커리어 특화 AI '나비'와 신입 구직자 전용 AI 취업지원 서비스 '신입 나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력서 분석 도구를 통해 지원하려는 채용공고를 기준으로 이력서를 평가받을 수 있고, 자소서 코치 기능으로 합격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피드백도 제공받을 수 있다"며 "이처럼 AI 취업지원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취업 준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I를 활용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단순히 답을 얻기보다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배 씨는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질문을 던지고 AI가 제시한 답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는지가 결과를 좌우한다"며 "예전에는 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바꾼 것은 채용 규모보다 '채용 기준'

AI의 확산이 곧바로 채용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크루트의 이 팀장은 "단순히 채용 규모가 줄었다기보다 직무 간 수요 격차가 확대되면서 채용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며 "반복적인 업무의 채용은 감소하는 반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직무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기업들은 AI 역량을 갖춘 인재를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취업준비생들도 체감하고 있다. 배 씨는 "처음에는 AI 때문에 취업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도 했지만 지금은 경쟁력을 갖춘 사람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AI를 경쟁자로만 보는 사람보다 AI를 활용해 자신의 역량을 확장하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AI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보다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중요"

전문가들은 앞으로 AI 활용 능력이 취업 시장의 핵심 역량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크루트의 이 팀장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업기초능력체계에 AI 활용능력이 공식 평가 항목으로 포함된 만큼 채용에서도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며 "대학생들도 AI 활용 능력을 꾸준히 키우고 스스로 AI 리터러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I는 더 이상 취업 시장의 변수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제 취업준비생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이진호 기자/정승원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