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지는 찜통더위 인공 물안개 ‘쿨링포그’로 도심 열기 식힌다
-시범 도입을 넘어 전국으로 설치 확대 중

지난 2일 최고기온 39.9도에 치달은 대구의 한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 벤치는 텅텅 비어 있었다. 대신 사람들은 근처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를 견디기엔 천장이 만든 그늘도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40도에 육박하는 대낮 거리의 사람들은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손으로 이마를 가려 그늘을 만들거나 양산을 쓰기도 했다. 공원 벤치에 앉아 그늘에서 쉬고 있던 한 남성 노인은 ‘평소 사람들 시선을 걱정해 양산을 쓰지 않지만, 최근에는 너무 더워 우산이라도 쓰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대구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에서 폭염 특보가 내려지지 않은 지역을 찾기 힘들 정도다. 올해 8월 5일, 경기도 23개 지역과 일부 서해안 지역은 폭염특보 중 가장 높은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고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는 각각 142개, 46개 지역에 발표됐다.
대구 시내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쿨링포그가 나오고 있다. 사진=남세은 대학생 기자
대구 시내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쿨링포그가 나오고 있다. 사진=남세은 대학생 기자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는 찜통더위. 에어컨, 선풍기 사용과 같은 실내 냉방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폭염에 대응해 도시 공간 자체가 변화하고 있었다. 쿨루프, 쿨링팬, 스마트 그늘막 등 다양한 폭염 저감시설이 도심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그중 쿨링포그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폭염 저감시설 중 하나다. 쿨링포그란 고압으로 안개 크기의 입자(20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물을 분사해 주변 온도를 저감시키는 장치다. 인공 안개가 기화되는 과정에서 주변 온도를 3~5도 낮춰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앞서 우산이라도 쓰고 싶다고 전한 노인은 쿨링포그에 대해 ‘쿨링포그 아래 벤치에 앉았을 때, 안개가 살갗에 닿으니 조금 시원해졌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하게 느껴진다.’고 전하기도 했다.
폭염을 식히는 도시의 안개, 쿨링포그
그늘막에서 설치된 쿨링포그와 볼라드 형식 쿨링포그의 활용 모습이다. 사진=안개핀조경 주식회사
그늘막에서 설치된 쿨링포그와 볼라드 형식 쿨링포그의 활용 모습이다. 사진=안개핀조경 주식회사
쿨링포그는 설치 장소와 시설물의 형태에 따라 분사되는 위치도 달라진다. 가로등이나 그늘막 상단 등에 노즐을 설치해 머리 위에서 안개를 분사하거나, 볼라드(차량이 인도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횡단보도 등에 세워둔 말뚝) 형태로 제작해 보행자 가까이에서 내뿜는 방식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범사업에서 도심 곳곳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이전부터 쿨링포그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여수엑스포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국립중앙극장 등에 설치된 이후 지자체와 정부의 폭염 대응 사업으로도 활용되었다. 대표적으로 2016년 대구시에서는 환경부 ‘기후변화 적응대책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국·시비 약 1억6000만 원을 투입해 국채보상공원에 쿨링포그를 시범 설치했다.

쿨링포그 도입 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시범을 넘어 도심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5년 기준 176개의 쿨링포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체 25개 행정구 중 송파구를 제외한 24개 구에 설치되어 있었으며 서초구가 19개로 가장 많이 관리하고 있었다. 올해 서울시는 235개까지 확대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지역보다 서늘한 기온의 강원도 태백시도 올해 6월 시내 주요 교차로, 횡단보도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쿨링포그를 확충할 계획을 밝혔다.

한편 쿨링포그의 폭염 대응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환경정책을 전공한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진상현 교수는 “시민 개개인에게는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도시 전체의 온도를 낮추는 것에는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세은 대학생 기자 nse6601@naver.com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