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앤트로픽 CEO들 "통제 못 벗어나게 속도 늦추자" 공감대
"장기 성장성은 그대로"… 오히려 한국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핵심은 안전성이다. AI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서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이를 막기 위해 독립적인 안전평가자를 두거나 업계 공통 기준을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부 검증과 안전성 확인이 다음 단계 개발의 조건이 된다면 모델 개발은 물론 투자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런 기준이 도입되면 투자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논의를 꺼낸 당사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조차 AI 기술이나 모델 훈련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공통 기준을 만들거나 국제 협력을 이루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이 같은 AI의 속도 조절론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 3월 GPT-4가 나왔을 때도 전 세계 AI 전문가들이 "6개월만 개발을 멈추자"고 촉구한 적이 있다. 이번에 동참한 일론 머스크 CEO도 당시 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때도 AI 산업은 멈추지 않았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원장은 "실제 개발 속도를 줄인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없다. 개발을 가속하면 했지, 감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델 출시 등의 관점에서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논의가 미·중 AI 패권 경쟁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업계 스스로 안전 기준을 세우는 것이 정부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고, 아모데이 CEO는 이참에 미국 정부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제한적 면책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속도 조절론이 결국 중국의 AI 추격을 견제하는 카드로 쓰일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는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고, 이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며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지만 필요 없는 것들을 제기하는 부정적 세력이 많다"고 언급했다.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려면 반도체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아모데이 CEO의 요구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흐름이 미국과 AI 밸류체인을 공유하는 국내 메모리 업계에는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논쟁이 데이터센터 투자나 반도체 주문의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고, 한국 반도체 수출과 글로벌 AI 공급망 매출도 확장 중"이라며 "신규 주문 축소와 메모리 가격 하락이 나타나면 경계해야 하지만 아직 징후가 없다"고 분석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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