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최고의 시계를 꿈꿀 권리가 있다.
‘꿈이라도 꿀 수 있는’ 시계와 아예 ‘꿈조차 꿀 수 없는’ 시계 사이의 벽은 너무나도 높다. 천문학적인 가격대의 시계가 사치인지 가치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당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고급 시계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손목의 움직임에서 힘을 얻어 스스로 움직이는 오토매틱 와인딩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기계식 시계이며, 이는 동력장치인 기계식 무브먼트의 기술력에 따라 가치가 좌우된다. 기계식 시계의 특성상 부품들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오차를 최소화하는 ‘투르비옹’이나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미니트 리피터’ 등 고급 시계의 상징과도 같은 기능까지 더해지면 가격이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이른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수공 생산을 원칙으로 한다. 수익성보다 브랜드 가치에 더 무게를 둔 이들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이를 어떻게 이어 나가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에 세계 최고, 기능, 보석 세팅, 한정판, 온리 원(only one) 등의 수식어가 달린다면 당연히 ‘꿈조차 꿀 수 없는’ 시계일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어차피 그들은 모두의 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니까.
세계, 최고, 시계라는 단어에 대해 논하자면 파텍필립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로 기록된 파텍필립의 회중시계는 무려 264억 원대다. 국내 백화점 시계 매장에서 판매된 최고가 기록도 12억 원짜리 파텍필립이 갖고 있다.
최고가 경매 금액 264억 원
1999년 진행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1933년 제작된 24개의 컴플리케이션이 탑재된 18K 골드 회중시계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 컴플리케이션’이 1100만 달러(123억 원) 에 낙찰됐는데, 이는 파텍필립 경매 및 전 세계 시계 경매 역사상 최고가로 기록됐다. 그런데 이 최상급의 회중시계가 15년 만에 소더비 경매(2014년 11월 11일)에 다시 등장해 세계 시계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낙찰가는 232만3700스위스 프랑(264억 원대)으로 시계 경매 역사상 가장 높은 낙찰가다.
사실 국내에서 시계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파텍필립은 대중적이지 않다. 이는 너무나도 고가의 시계이기 때문. 176년의 역사를 이어온 파텍필립은 명실공히 하이엔드 시계의 대명사다.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연간 4만5000개 한정 생산의 원칙을 유지한다. 엔트리급이 3000만 원대이며, 고도의 복잡한 기능을 장착한 컴플리케이션 시계는 수억 원대를 호가한다. 창립 17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그랜드 마스터차임’의 가격은 250만 스위스 프랑으로 약 32억 원이라는 가격에 걸맞게 8년의 개발 기간, 2년의 제작 기간을 걸쳐 전 세계 7점만 선보였다. 산통 끝에 세상에 나온 시계들은 최고 수십억 원에 달하지만 돈만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파텍필립의 ‘미니트 리피터’는 가장 저렴한(?) 제품이 4억 원에 달한다. 이 시계를 소유하려면 그 이유와 보유 중인 파텍필립 시계 목록을 적어내고 제네바 본사의 심사를 통해 티에리 스턴 파텍필립 사장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한국 내 최고가 판매 기록은 12억 원
전 세계 오직 한 점,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트르 캐비노티에 아스트로노미카’는 무려 30억 원이란 위엄 있는 가격으로 등장했다. 시계의 뒷면마저 다이얼화한 이 시계는 단순히 시, 분, 초 외에 일출·일몰 시간, 사계절, 십이궁도 등에 이르기까지 총 15개에 달하는 기능을 시계 앞뒷면에 몰아넣었다. 가격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출시하자마자 팔렸다는 사실이다.
까르띠에 ‘유니크 피스 아텐 하이 주얼리 시크릿 워치’는 제품이 아닌 작품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푸른색과 녹색의 섬광이 돋보이는 51.13캐럿의 오팔이 주인공인 이 유니크 피스는 470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와 50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가 무려 1000시간에 걸쳐 세팅됐으며, 그 아래 숨어 있는 슬라이드는 시간을 공개한다.
올 3월 바젤월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빅뱅 유니코 오트 조아이에 풀 바게트 다이아몬드’는 화려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총 653개의 다이아몬드가 빼곡히 장식된 이 시계는 생각보다 저렴한 12억 원대로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하게 한국에 오직 한 점만 입고됐다.
앞서 언급한 제품들과 다른 의미로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단 하나의 시계도 있다. 남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비스포크 슈트처럼 주문에 의해 생산되는 비스포크 시계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아틀리에 캐비노티어에서 진행되는 주문제작은 의뢰인을 본사로 초청해 상담을 거쳐 백지 상태에서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결정할 수 있다. 비스포크 제품인 케드릴은 7개로 분리되는 케이스 구조 덕택에 세 가지의 금속(핑크 골드, 팔라듐, 티타늄)과 세 가지 다이얼 극비 보안 출력 기술로 탄생한 세가지 다이얼을 선택함으로써 총 400가지의 시계 조합이 가능하다.
온리 워치 자선 경매 행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계 경매 행사 중 하나인 온리 워치(Only Watch)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자선 경매 행사다. 올해 6회를 맞은 온리 워치는 희귀성 질환인 뒤시엔 근위축증의 연구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린다. 40여 개의 주요 시계 브랜드들이 참가한 온리 워치는 이 경매 행사를 위해 오직 한 점씩 제작해 기증하고 있다. 수익금은 뒤시엔 근위축증 모나코 협회에 기부되며, 전 세계적으로 이 병으로 고통 받는 25만여 명의 환자를 위해 쓰인다.
양정원 기자
‘꿈이라도 꿀 수 있는’ 시계와 아예 ‘꿈조차 꿀 수 없는’ 시계 사이의 벽은 너무나도 높다. 천문학적인 가격대의 시계가 사치인지 가치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당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고급 시계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손목의 움직임에서 힘을 얻어 스스로 움직이는 오토매틱 와인딩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기계식 시계이며, 이는 동력장치인 기계식 무브먼트의 기술력에 따라 가치가 좌우된다. 기계식 시계의 특성상 부품들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오차를 최소화하는 ‘투르비옹’이나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미니트 리피터’ 등 고급 시계의 상징과도 같은 기능까지 더해지면 가격이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이른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수공 생산을 원칙으로 한다. 수익성보다 브랜드 가치에 더 무게를 둔 이들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이를 어떻게 이어 나가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에 세계 최고, 기능, 보석 세팅, 한정판, 온리 원(only one) 등의 수식어가 달린다면 당연히 ‘꿈조차 꿀 수 없는’ 시계일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어차피 그들은 모두의 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니까.
세계, 최고, 시계라는 단어에 대해 논하자면 파텍필립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로 기록된 파텍필립의 회중시계는 무려 264억 원대다. 국내 백화점 시계 매장에서 판매된 최고가 기록도 12억 원짜리 파텍필립이 갖고 있다.
최고가 경매 금액 264억 원
1999년 진행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1933년 제작된 24개의 컴플리케이션이 탑재된 18K 골드 회중시계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 컴플리케이션’이 1100만 달러(123억 원) 에 낙찰됐는데, 이는 파텍필립 경매 및 전 세계 시계 경매 역사상 최고가로 기록됐다. 그런데 이 최상급의 회중시계가 15년 만에 소더비 경매(2014년 11월 11일)에 다시 등장해 세계 시계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낙찰가는 232만3700스위스 프랑(264억 원대)으로 시계 경매 역사상 가장 높은 낙찰가다.
사실 국내에서 시계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파텍필립은 대중적이지 않다. 이는 너무나도 고가의 시계이기 때문. 176년의 역사를 이어온 파텍필립은 명실공히 하이엔드 시계의 대명사다.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연간 4만5000개 한정 생산의 원칙을 유지한다. 엔트리급이 3000만 원대이며, 고도의 복잡한 기능을 장착한 컴플리케이션 시계는 수억 원대를 호가한다. 창립 17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그랜드 마스터차임’의 가격은 250만 스위스 프랑으로 약 32억 원이라는 가격에 걸맞게 8년의 개발 기간, 2년의 제작 기간을 걸쳐 전 세계 7점만 선보였다. 산통 끝에 세상에 나온 시계들은 최고 수십억 원에 달하지만 돈만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파텍필립의 ‘미니트 리피터’는 가장 저렴한(?) 제품이 4억 원에 달한다. 이 시계를 소유하려면 그 이유와 보유 중인 파텍필립 시계 목록을 적어내고 제네바 본사의 심사를 통해 티에리 스턴 파텍필립 사장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한국 내 최고가 판매 기록은 12억 원
전 세계 오직 한 점,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트르 캐비노티에 아스트로노미카’는 무려 30억 원이란 위엄 있는 가격으로 등장했다. 시계의 뒷면마저 다이얼화한 이 시계는 단순히 시, 분, 초 외에 일출·일몰 시간, 사계절, 십이궁도 등에 이르기까지 총 15개에 달하는 기능을 시계 앞뒷면에 몰아넣었다. 가격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출시하자마자 팔렸다는 사실이다.
까르띠에 ‘유니크 피스 아텐 하이 주얼리 시크릿 워치’는 제품이 아닌 작품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푸른색과 녹색의 섬광이 돋보이는 51.13캐럿의 오팔이 주인공인 이 유니크 피스는 470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와 50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가 무려 1000시간에 걸쳐 세팅됐으며, 그 아래 숨어 있는 슬라이드는 시간을 공개한다.
올 3월 바젤월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빅뱅 유니코 오트 조아이에 풀 바게트 다이아몬드’는 화려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총 653개의 다이아몬드가 빼곡히 장식된 이 시계는 생각보다 저렴한 12억 원대로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하게 한국에 오직 한 점만 입고됐다.
앞서 언급한 제품들과 다른 의미로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단 하나의 시계도 있다. 남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비스포크 슈트처럼 주문에 의해 생산되는 비스포크 시계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아틀리에 캐비노티어에서 진행되는 주문제작은 의뢰인을 본사로 초청해 상담을 거쳐 백지 상태에서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결정할 수 있다. 비스포크 제품인 케드릴은 7개로 분리되는 케이스 구조 덕택에 세 가지의 금속(핑크 골드, 팔라듐, 티타늄)과 세 가지 다이얼 극비 보안 출력 기술로 탄생한 세가지 다이얼을 선택함으로써 총 400가지의 시계 조합이 가능하다.
온리 워치 자선 경매 행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계 경매 행사 중 하나인 온리 워치(Only Watch)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자선 경매 행사다. 올해 6회를 맞은 온리 워치는 희귀성 질환인 뒤시엔 근위축증의 연구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린다. 40여 개의 주요 시계 브랜드들이 참가한 온리 워치는 이 경매 행사를 위해 오직 한 점씩 제작해 기증하고 있다. 수익금은 뒤시엔 근위축증 모나코 협회에 기부되며, 전 세계적으로 이 병으로 고통 받는 25만여 명의 환자를 위해 쓰인다.
양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