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상장사 올해 100조 원 이익, 하반기 코스피 2500 예상”

유 본부장은 조정을 받은 지금이 투자 적기라며 2050선부터 분할매수하는 전략을 권했다.

“국내 증시가 2000을 넘었지만 기업이익이 증가한 것을 따지면 오히려 옛날 1000포인트였을 때보다도 주가가 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2분기 기업 실적이 가시화되는 6월 말에서 7월 중순께 다시 증시는 상승해 하반기에 25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유병옥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대외 불확실성과 상승 모멘텀 부재로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당분간 조정은 계속될 테지만, 연말로 갈수록 증시가 상승 여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에서의 2차 양적완화(QE2) 종료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이고 미국의 성장률도 하반기에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유 본부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출신으로 미래에셋의 펀드가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던 시기에 펀드를 운용했다. 지난 4월 하나UBS자산운용으로 옮긴 후 하나UBS의 성장주 펀드인 블루칩바스켓 펀드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수탁고도 늘어나는 등의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운용 방식은 시가총액 규모와 상관없이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스타일로, 중소형주라도 성장과 함께 짧은 기간에 중대형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현재 주식시장의 조정에 대해 유 본부장은 “원래 1분기 중반부터 세계 경기의 회복이 느려지는 기미가 있었지만 일본 대지진 탓에 5월까지 산업생산이 떨어지면서 지표가 나쁘게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하반기 산업생산이 회복되면 지표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의 비중을 6 대 4로 해서 일정 부분은 꼭 해외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5%를 넘는 중국의 인플레이션도 2분기를 정점으로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 상승세가 둔화된다고 바로 긴축정책을 완화하지는 않겠지만 3분기 말부터는 완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남유럽 재정위기도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 없지만 유럽 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그리스 지원 방안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된다면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올해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조에서 1조5000억 원가량을 매도했지만 추가적인 매도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다 다시 국내 증시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싱가포르에 있는 UBS아시아태평양 본부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외국인들의 판단은 한국에 대해 아직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상으로 보면 외국인 외에도 그동안 투자신탁권에서의 매도가 컸기 때문에 추가적인 매도 물량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재작년과 작년에 투신에서 22조 원과 19조 원을 매도해 전체적으로 40조 원 정도가 환매된 상태”라며 “최근 경제 여건을 보면 은행에서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이 낮고 대출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 자금이 증시로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화학 등이 하반기에도 주도주로서 증시를 이끌 전망이다. 유 본부장은 “올해 기업이익은 아무리 나쁘게 봐도 100조~110조 원 이익이 날 것”이라며 “기존의 주도주가 크게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순히 기업이익이 늘어난 것만이 아니라 과거에 비해 환율에 대한 이익의 변동성이 굉장히 낮아졌고 해외 생산 기반이 확대됐기 때문에 경쟁력이 한 단계 레벨업 됐다는 평가다.

그 외에 유망업종으로는 원화 강세로 내수 쪽에서 마진이 개선될 수 있는 유통, 음료 등 일부 내수 업종과 태양광이나 LNG프로젝트 관련 에너지 업종을 꼽았다.

그는 “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은 원자력 비중을 낮추고 대체에너지로 선회하는 중”이라며 “OCI와 같은 태양광, 2차전지 및 LNG 관련 선박 기업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정보기술(IT)과 은행주들은 아직 좀 더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IT는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기와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구조조정의 변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소니의 몰락 속에 삼성이 반사이익을 거두었고, 마찬가지로 노키아 대신 애플이 떠올랐다”며 “전통적인 IT산업군의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만 수혜를 받고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은행주의 경우 싸긴 하지만 정부의 규제 리스크나 대출 성장의 한계,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의 어려움 등으로 주도적으로 시장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식이 싸다고만 해서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결국 시장이 오를 때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낼 수 있어야 좋은 주식”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지수가 높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거 지수가 1000일 때 상장사들의 이익이 20조~30조 원인 반면 지금은 100조~110조 원”이라며 “옛날보다 부채비율과 금리도 낮기 때문에 2000이 높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조정을 받은 지금이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며 2050선부터는 조금씩 분할해서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평균적으로 한국 시장의 PER은 8~12배 사이에서 움직였다며 지금 8배를 적용하면 1900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2000이 깨지는 선에서 바닥이 형성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방법에 있어선 적립식으로 장기간 꾸준히 투자할 것을 권했다.

그는 “시장이 2000까지 올랐지만 즐거워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주가가 오르는 동안 계속 주식을 팔고 나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본부장은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국내 시장이 아무리 좋더라도 투자 이론의 관점에서 한 바구니에 모든 것을 담아선 안 된다”며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의 비중을 6 대 4로 해서 일정 부분은 꼭 해외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투자 성과가 좋지 않지만 역으로 증시가 안 좋을 때 투자해야 나중에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병옥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
대신증권 운용역
흥국생명 투자운용팀


임근호 증권부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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