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페놀은 AI 서버·데이터센터 수요 폭발과 105억 달러 규모의 콤스코프 인수 효과로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글로벌 종목탐구]세계 최대 전자 커넥터 업체 암페놀이 2025년 2분기 실적 급증과 105억 달러 규모의 대형 인수 발표에 힘입어 최근 1년 내 최고 주가를 새로 썼다.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다, 광섬유 연결 솔루션을 겨냥한 대규모 인수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AI 시대의 숨은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1932년 라디오 소켓 제조업체로 출발한 암페놀은 지금은 전자 커넥트 솔루션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네티컷 월링포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자동차, 항공기, 의료기기, 군수 장비, 휴대전화,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케이블, 커넥터, 센서를 공급한다.
AI 필수 기업으로 ‘우뚝’
단순 부품 공급 업체의 이미지를 넘어, 현대 산업 전반의 ‘보이지 않는 핵심 인프라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포춘이 발표한 2024년 500대 기업 순위에서도 325위에 오르기도 했다.
암페놀의 2025년 2분기 매출은 57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8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88% 늘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25.6%까지 치솟았다. 특히 AI 서버 확장으로 초고속 전송을 위한 케이블과 커넥터 수요가 폭발하면서 매출의 절반 이상이 AI 관련 부문에서 발생했다. 회사는 올해 전체 매출을 216억 달러, EPS를 3.08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주가 역시 가파른 상승세다. 올해 들어서만 60% 넘게 뛰었고, 최근 4개월간은 89% 급등하며 109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과거 1년 내 가장 높은 가격인 52주 신고가를 새로 쓴 것이다.
암페놀은 최근 몇 년간 큼직한 인수로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칼라일 그룹 산하 항공우주·방위 부문과 의료기기 커넥터 업체 라이프싱크를 차례로 인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올해 2월에는 콤스코프의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를 10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지난 8월에는 방산 고품질 커넥터 업체 트렉슨을 10억 달러에 품었다.
공격적 M&A로 외연 확장
특히 콤스코프의 연결·케이블 솔루션(CCS) 부문 인수는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AI 및 통신 인프라용 광섬유 솔루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커서다. 이 거래가 발표된 직후 암페놀 주가는 4%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순한 커넥터 제조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통신 인프라의 필수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평가 역시 긍정적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9월 2일 기준 투자의견 매수 비율은 94.7%다. 트루이스트는 목표주가를 126달러, 에버코어는 120달러로 제시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2024년 22억 달러·2027년 예상 48억 달러)과 20개 분기 중 18번 시장 예상치를 웃돈 실적 달성 기록이 강점으로 꼽힌다. AI 수요 확대와 함께 공격적 인수합병(M&A)이 더해지면서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드문 종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부담 요인도 있다. 단기간 주가 급등으로 인한 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규모 인수에 따른 재무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기술 지출 사이클이 둔화할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내부자 매도 역시 시장의 경계심을 불러 일으킨다. 지난 8월에는 랜스 다미코 암페놀 수석 부사장이 약 1440만 달러 규모의 지분을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이혜인 한국경제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