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가 재테크시장의 총아로 떠올랐다. “아무리 둘러봐도 투자시장엔 펀드밖에 없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정책(부동산)에 울고 저금리(은행예금)에 속상한 투자자들이 흡사 ‘블루오션’을 찾은 듯이 펀드시장을 앞다퉈 노크하고 있다. 긴가민가하던 1년여 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방황하던 뭉칫돈까지 ‘Go, Fund’에 가세했다. 거침 없는 행보 뒤의 짭짤한 수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005년 하반기 재테크시장의 빅카드로 제시된 ‘펀드세상’의 이모저모를 들여다 본다. 재테크 기상도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부동산쪽에서 넘쳐나던 돈은 일제히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실제로 재테크 현장 곳곳엔 방황하는 돈이 가득하다. 방향감을 상실한 것이다. 그간 ‘못 먹어도 고’가 상식이던 부동산 쪽에선 경고음까지 들린다. 몇몇 지역에선 심각한 붕괴조짐까지 보인다. 전에 없던 급매물과 급전세 물건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부동산시장과 대립각을 세운 정부 정책은 배수진을 친 채 ‘투기몰이’에 나섰다. 간만에 표정관리에 나선 주식도 ‘오십보 백보’다. 시세야 사상 최고에 근접할 만큼 치솟았지만, 정작 개인투자자들의 주머니는 빈털터리다. 외국인과 기관이 차리고 먹은 ‘그들만의 잔치’인 까닭에서다. 여기에 몇 년 전 아픔을 반추시키는 ‘반토막·깡통’ 생채기도 여전하다. 방황할지언정 증권사 객장에 돈이 몰리지 않는 주된 이유다. 맛있는 펀드로 즐거운 수익을…이 와중에 ‘Something Special’을 외치는 곳이 있다. 휘파람의 진원지는 펀드로 지칭되는 간접투자 시장이다. 부동산과 주식이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펀드가 자산시장의 ‘No.1’ 자리를 움켜쥘 태세다. 아직은 에너지가 부족하지만, 이대로라면 올 최대 수익률은 펀드 쪽이 확실시된다. 분위기도 좋다. 부동산에 곡(哭)소리가 클수록 펀드엔 축하인사가 이어진다. 돈 냄새를 맡은 재테크 고수들은 일찌감치 펀드와 인연을 맺어왔다. “들썩이는 재테크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키는 펀드로 넘어갔다”는 평가까지 들린다. 더 좋은 건 앞으로다. 투자환경 자체가 향후 펀드 몸값을 더더욱 올릴 기세다. 주식과 부동산의 틈새가 아닌 재테크시장의 ‘블루오션’이란 기대감이 높다. 결국 펀드야말로 2005년 재테크시장의 ‘최대어’로 손색이 없다는 얘기다. 바야흐로 ‘펀드 전성시대’를 꿈꾸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펀드 주연의 2005년판 재테크 성공 스토리는 숫자에서 확인된다. 꾸준한 가속도를 내며 적잖은 뭉칫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미 작년 하반기 이후 흥행은 시작됐다.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최근까지 잠깐씩 굴곡은 있지만 전체 펀드 수탁액은 ‘우상향’ 기울기다. 은행의 저축성예금에서 빠져나간 돈 가운데 상당액이 펀드로 유입됐다는 분석까지 뒤따른다. 올해 초 180조원을 가볍게 넘긴 펀드시장의 금고(수탁액)는 7월 말 현재 207조366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6월보다도 무려 8조628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아직 바이코리아·박현주펀드 등이 이끌던 전성기(99년, 260조원) 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저점이던 2000년 말의 130조원보단 엄청나게 늘어난 규모다. 펀드계좌수 700만개 육박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7월 말 현재 펀드시장은 MMF(머니마켓펀드, 80조5924억원), 채권형(61조6820억원), 주식형(13조6810억원) 등의 순서로 구성된다. 최근 채권형은 줄고 주식형은 다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MMF가 전월(6월) 대비 10조원 이상 급증했다. 펀드 계좌 수도 수직상승세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펀드 계좌 수는 665만7332개로 직접투자 계좌 수인 674만9201개에 바짝 다가섰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그나마 이 숫자는 계좌숫자를 아직 보고하지 않은 15개사의 수치가 빠진 통계”라며 “이걸 감안하면 실제 간접계좌 숫자는 10만개가량 더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간접계좌 > 직접계좌’란 논리도 무리는 아닌 셈. 협회가 통계를 뽑기 시작한 작년 3월(380만9197개)보다는 1년 새 74.7%나 급증한 규모를 자랑한다. 펀드세상을 연 일등공신은 ‘적립식펀드’다. 간접시장의 신기원을 연 효자상품이란 호평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소액의 분할 투자로 매입단가를 낮춰주는 적립식펀드만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개인자금의 러브콜도 부쩍 잦아졌다. 성장세는 눈부시다. 작년 말 이후 업계의 최대·유력상품으로 떴다. 지금도 매월 수탁액이 5000억원가량 늘고 있다. 물론 자금유입은 적립식이란 특징처럼 단기 이벤트도 아니다. 최근 통계인 6월 말 현재 적립식펀드 잔액은 8조870억원 규모다. 계좌 수도 307만개를 기록해 사상 최초로 300만개를 돌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적립식펀드가 증시를 ‘쥐락펴락’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적립식 펀드가 증시안전판 역할적립식펀드는 기관투자가의 얼굴도 밝게 해줬다. 적립식펀드의 풍부한 유동성을 뒷심 삼아 오랜만에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적립식펀드의 자금 유입일인 매월 상·하순에 유독 기관의 매수세도 돋보인다. 수익률이 좋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적립식펀드를 비롯 적잖은 수의 펀드가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인 펀드도 수두룩하다. 금리상승 기조로 채권형펀드의 최근 수익률이 저조한 걸 빼면 대부분 수익률이 쏠쏠하다. 제로인 조사(8월8일 현재)에 따르면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A-1’은 12개월 수익률이 84.36%로 1위 자리에 올랐다. 그 뒤를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이 69.37%로 2위에 안착했다. 장기투자를 전제로 하는 적립식펀드의 경우 향후 수익률이 더 고무적이다. 수익률이 높은 건 일단 장세 덕을 톡톡히 본 결과가 크다. 종합주가지수 1100대까지 치솟은 황소장세가 펀드수익률을 일제히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몇 년간의 시황 전망도 낙관적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는 말처럼 사상 초유의 강세장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 그렇다면 왜 펀드일까. 펀드의 장점은 적잖다. 직접투자를 강조해야 할 증권사 전략가들조차 펀드에 후한 점수를 줄 만큼 매력적이다. 조홍래 동원증권 부사장은 “저금리 정착으로 저축보다는 투자활동이 더 중요해졌다”며 “개인 입장에서 펀드만큼 좋은 투자대상이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조 부사장은 현 상황에서 “여윳돈이 있다면 80%는 펀드에 넣고 20%는 직접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임춘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간접투자에 절반 이상 배분할 것을 조언했다. 펀드의 인기 비결은 역시 ‘가치투자’로 요약되는 장기·분산투자의 전형이라는 특징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분산·장기투자는 결국 ‘위험은 낮고 수익은 높다’는 게임이론에 충실하게 마련. 때문에 수수료를 지불해도 프로집단의 전문지식과 경험으로 고수익을 낸다면 그게 현명한 선택이다. 미국은 ‘펀드 천국’…7조달러 넘어해외에서는 이미 펀드가 중요한 투자자산으로 확산·정착됐다. 선진국치고 펀드규모(상대비교)가 작은 곳은 드물다. 가령 미국은 ‘펀드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펀드투자가 대중적이다. 설정된 펀드 숫자만 약 8000개에 달한다. 시장규모는 7조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서민 자산의 절반(2003년 말 현재 52%) 이상이 펀드에 들어온다. 노후를 앞둔 중·장년층은 물론 사회 초년생까지 통과의례처럼 월급의 일부를 펀드에 투자한다. 주식(직접투자)과 부동산 거래는 해보지 않았어도 펀드 투자 경험은 누구나 있을 정도다. 이젠 ‘재테크=펀드’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렸다는 평가까지 뒤따른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진 아픔도 컸다. 70~80년대 직접투자에 나섰다 혼쭐난 경험은 한국의 복사판이었다. 현재 미국의 경우 개인의 주식보유는 감소하는 반면 펀드규모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자산운용법 개정 계기로 투자확산펀드 사랑은 유행을 넘어 대세로 정착할 전망이다. 펀드를 둘러싼 인식변화가 전에 없이 우호적인 데다 투자환경 역시 투자 메리트를 높이는 방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최근엔 질적 변화까지 모색됐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계기로 작용했다. 그간 은행(신탁상품), 보험(변액보험), 자산운용사(뮤추얼펀드), 투신운용사(수익증권) 등으로 나눠졌던 법체계가 앞으론 이 법률 하나로부터 통제받는다. 이 결과 펀드의 투자대상이 훨씬 넓어졌다. 주식·채권·파생상품에서 벗어나 부동산·금·원유 등 실물자산에까지 폭넓은 투자가 가능해졌다. 부동산펀드와 펀드오브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조만간 기업연금시장까지 열리면 투자환경은 한층 업그레이드될 공산이 크다. 이에 발맞춰 운용업계도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푸르덴셜의 현대투신 인수 등 외국계의 약진 속에 미래에셋을 비롯한 토종의 반격 시나리오도 향후의 관전 포인트다. 이재순 제로인 팀장은 “과거엔 ‘밀어내기’식 마케팅이 관건이었다면 앞으론 상품 경쟁력이 최대 자산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의 다양한 욕구반영과 선진 투자철학을 가진 회사만 생존할 것”이라고 전했다.☞ 펀드 상품 구성비 : ☞ 직접투자와 펀드투자 비교 : ☞ 주식형펀드 수탁액 증가 추이 : ☞ 펀드 성과 분석(예) : ☞ 펀드 수익ㆍ위험 분석표(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