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경매 낙찰률 60~80%까지 치솟아 거래 다소 활기

일반적으로 고서화 및 도자기, 그리고 민예품 등 고미술품은 그 동안 상대적으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근·현대 작가의 작품에 비해 거래가 뜸한 편이었다.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로는 소장가의 취향 변화에 따른 수요 부진과 이에 따라 이슈가 될 만한 고미술품의 공급 부족, 그리고 근·현대 미술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정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래가 이뤄진 면면을 경매를 통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황과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 우선 서울옥션에서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1,2위 작품이 모두 고미술품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작년 12월 10억9000만원에 낙찰된 고려청자상감매죽조문 매병이다.2001년 4월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는 치열한 경합 끝에 7억원에 낙찰됐다. 노송영지도는 지난해 청자매병에 최고가 기록을 넘겨주기까지 무려 4년 동안 최고 자리를 지켰다. 이 작품을 낙찰받은 이회림 동양화학 회장은 최근 미술관 부지와 더불어 이 작품을 포함한 소장품들을 인천시에 기증해 고미술품 애호가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했다. 낙찰률만 봐도 고미술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1999년 경매 초기에는 고미술품 낙찰률이 30~40%선에 머물렀으나 2005년에는 60~80%까지 치솟았다.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들이 고미술품이라는 점은 근·현대 미술품 시장이 상대적으로 경기 흐름에 민감한 반면 고미술품 시장은 전문가 수준의 안목을 갖고 있는 전문 소장가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간송’이나 ‘호암’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들은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줄 고마운 존재이다.고미술품 낙찰률이 최근 들어 급상승한 점은 반가운 일이다. 고미술품은 지금까지 일반 소장가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분야였다는 점과 주거환경의 변화와 소장자들의 미의식 변화는 더욱 고미술품 거래를 위축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미술품의 낙찰률이 근·현대 미술품보다 훨씬 높아진 점은 고미술품 소장가의 저변이 경매를 통해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그 이유의 첫째, 경매를 통해 고미술품 감정의 신뢰가 높아진 점에 있다. 즉 믿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도록을 통해 소장가들이 충분히 학습하고 전시 중 실물을 충분히 감상하고 검증할 수 있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고미술품 시장의 매력은 근·현대 미술품에 비해 가격이 작품에 따라 매우 차별적이라는 점이다.근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고서화류 시장부터 예를 들면 이번 7월 경매에서 추사 김정희의 간찰(편지)이 출품됐다. 일반적으로 추사의 간찰은 내용과 시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략 400만~6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추사의 오랜 지기이며 선승이고 차에도 조예가 깊었던 초의 선사에게 보낸 간찰이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호남 문인화의 태두 소치 허유의 이름까지 나온다는 점이었다. 이 작품의 낙찰가격은 2200만원으로 보통 간찰의 5배 정도의 가격으로 거래됐다. (사실 이 작품은 소장자가 추사의 친구인 이재 권돈인의 작품으로 오인했던 것으로 경매 감정 결과 추사의 작품으로 밝혀졌다.)고미술품 가격은 같은 작가의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라도 작품이 갖는 의미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소장자가 누구였는지, 누가 배관했는지에 따라서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또 하나의 예로 이번 경매에 나왔던 ‘허주 이징’의 작품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국내 유명한 고미술품 소장가가 소장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감식안을 가졌던 위창 오세창 선생이 배관한 작품으로 배관이 작품의 품격을 더욱 높여주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낮은 추정 가격의 3배가 넘는 4700만원에 낙찰됐다.주거환경의 변화가 오히려 목가구와 같은 민예품 시장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주거문화에 조선 가구는 주거공간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더불어 조선 목가구는 실용성과 군더더기 없고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담백한 아름다움이 아기자기하게 잘 어우러져 있는 현대 주거공간의 품위를 돋보이게 한다. 현대 수입가구와 비교할 때 가격 또한 경쟁력이 있고 나중에 되팔 때 상품가치까지 겸비하고 있어 더욱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미술품 시장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분야는 단연 도자기라 할 수 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분청사기, 그리고 청화백자류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고미술품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아 안타까움이 많다. 그러나 서울옥션 최고 낙찰가 기록이 청자매병임을 상기하고 중국 도자기 시장이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을 유념할 때 좋은 작품이 나오면 항상 고가에 거래될 가능성이 있는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도자기 시장에는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사이 시장이 활황일 때와 비교해 볼 때는 물론이고 거품이 빠진 지금 시점에도 저평가된 작품들이 너무 많다.지금 고미술품 시장은 오랜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근·현대 미술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미술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우리문화 유산을 지키는 일일 뿐만 아니라 뿌리를 찾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고미술품 소장가의 연령층이 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고미술품이 제대로 된 가격에 대접받는다는 것이 우리문화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