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황금사과’ 억척 똑순이로 열연 박솔미

화장기 없고 검게 그을린 얼굴, 검은 고무줄로 대충 묶은 긴 생머리, 하늘색 코트에 꽃분홍색 목도리…. 박솔미가 철저히 변신했다. ‘겨울연가’ ‘올인’에서 보여준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은 오간데 없고 촌스럽고 투박한 시골 처녀로 다시 태어났다.박솔미는 ‘귀염둥이 스타일’의 미녀 탤런트다. 작은 일에도 까르르 웃는다. 재기 발랄하다. 지난해 11월 막을 올린 KBS 수목드라마 ‘황금사과’의 주인공(경숙)으로 전격 캐스팅되면서 방송가에 화제를 낳고 있다. 박솔미는 ‘황금사과’의 촬영지인 부천오픈세트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에 몸과 마음을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젠 더 이상 예쁜 척하는 박솔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드라마 ‘올인’ 이후 3년 간 공백 기간이 있었어요. ‘겨울연가’ ‘올인’ ‘바람의 전설(영화)’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했으나 왠지 제 마음은 항상 공허했죠. 제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을 겁니다. 매번 도도한 부잣집 외동딸 같은 연기만 반복했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고스란히 제 본래 이미지로 굳혀지는 느낌이 들어 답답했죠. 3년 간 쉬면서 제 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전북 익산 출신의 박솔미는 1남 1녀 중 막내.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많이 다녔고, 새로 이사 간 곳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면서 성격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하루 10시간씩 맹연습을 하기도 했으나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한 것이 인연이 돼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그녀는 1998년 MBC 신인탤런트 공채 27기 중 대상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활동은 화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몇 단막극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데 그쳤다.‘겨울연가’의 오채린 역을 따내면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당시 담당 PD는 ‘신인이고 연기력이 모자라 안되겠다’며 박솔미를 캐스팅하는 데 반대했으나 5번이나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 ‘겨울연가’ 팀에 합류하게 됐다는 것. 보기와 다른 당찬 모습이다. 드라마 ‘올인’에 출연하기 위해 SBS 제작국장을 직접 찾아가 조르기도 했다. 때문에 그녀는 방송가에서 ‘악바리’로 통한다. 그녀는 결국 이 두 드라마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겨울연가’와 ‘올인’이 모두 한류 열풍을 주도하는 대표 드라마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신인인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가 연이어 대박을 터뜨린 것이 행운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너무 급작스럽게 스타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드라마 인기에 덩달아 이름을 알리게 된 것 같아 항상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죠.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에서 제가 맡은 역할이 모두 화려하고 도도한 새침데기여서인지 이후로는 비슷한 배역밖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매번 같은 모습으로 연기하다가는 영영 발전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과감하게 공백기를 가지기로 한 거죠. 이번 드라마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박솔미는 ‘황금사과’에서 60년대 시골처녀를 연기한다. 기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녀에게서 솔직함과 강한 의지를 발견한 연출진이 전격 캐스팅을 결정한 것. 이 드라마를 위해 그녀는 얼굴에 화장보다는 검댕이 칠을 하고 걸쭉한 사투리까지 구사한다. 하지만 그녀는 즐겁기만 하다. 가식적이고 ‘예쁜 척’ 하는 박솔미가 아닌 솔직하고 열정적인 진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박솔미는 ‘공주’가 아니다. 자세히 보면 ‘억척녀’ 기질이 더 강하다. 그녀는 대학시절 두 달 만에 몸무게를 20kg이나 뺐다고 한다. 짝사랑하던 선배가 ‘뚱땡이’라고 놀려대자 그날부터 체중 감량에 나섰다는 것. “운동과 함께 처음 1주일 정도는 굶었어요. 미련하게 물도 안 먹고 단식을 했죠. 엄마는 그러면 안 된다며 제 방까지 밥상을 들고 와서 저와 함께 식사를 했을 정도였죠.” 그 여린 몸에서 어떻게 그런 깡이 나올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긍정적인 성격의 그녀도 가끔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과 질펀하게 수다를 떨거나 잠을 푹 자는 것으로 잊곤 한단다. 스트레스는 그 즉시 풀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웰빙 라이프 노하우.그녀의 다음 목표는 일본에서의 성공이다. 이미 한국 드라마를 통해 일본에서는 한류 스타가 된 그녀에게 일본은 더 이상 낯선 나라가 아니다. 그녀는 얼마 전 후지TV 스타 다큐 ‘D극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유년 시절부터 스타가 되기까지 과정을 일본 팬들에게 보여준 것. 이런 기세를 몰아 올 3월부터 아사히 방송의 트렌디 드라마에 주연으로 등장하게 된다. 진행 여부에 따라 한·일 합작 드라마가 될 수도 있어 양국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2003년 일본에 진출하게 됐어요. 현지 매니지먼트회사와 계약한 뒤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일본어 개인 레슨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다른 한류스타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일본에 정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박솔미는 최근 일본의 색소폰 밴드 ‘자자’의 2집 수록곡인 ‘아이 러브 유’의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어렸을 때 배운 실력이 전부지만 이번 연주를 위해 전문 트레이너에게 피아노를 배울 만큼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또 드라마 ‘올인’에 함께 출연했던 탤런트 지성과의 핑크빛 사랑도 당당히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보통 연예인과 달리 젊은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싸이월드’의 미니 홈페이지에 소박한 일상사를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화려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소박하고 솔직 담백한 그녀.“야외 촬영이 많다보니 자칫하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거든요. 내복은 꼭 챙겨 입어요. 지금도 입고 있고요(웃음).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엄마가 산삼 한 뿌리를 구해다 주셨는데 달인 물은 물론이고 잔뿌리까지 한 시간에 걸쳐 꼭꼭 씹어 먹어치웠죠. 그 덕분인지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끄떡없답니다. 오히려 땀이 날 정도예요.”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는 여느 여배우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60년대의 촌스러운 복장을 하고도 연신 싱글벙글하는 그녀의 코드는 욕심과 호기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