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상암지구는 ‘천지개벽’이란 말을 실감케 할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겪은 곳이다.한강 범람원인 난지도는 원래 난초(蘭)와 영지(芝)가 자라고 철따라 온갖 꽃이 만발했던 아름다운 생태의 보고였다. 그러나 1978년부터 이곳에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매립되면서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됐다. 특히 새로운 수도권 매립지 조성이 늦어지면서 국제적인 매립장 기준(45m)을 훨씬 넘어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95m의 거대한 쓰레기 산 두 개가 만들어졌다. 난지도가 다시 태어난 것은 93년 서울시가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부터다. 침출수와 유독가스를 처리하고 매립장을 안정화하면서 자연은 놀라운 치유력을 보여줬고 결국 2002년 하늘공원 등이 문을 열어 시민의 휴식처가 됐다.당초 서울시는 후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서울의 마지막 미개발 지역 중 하나인 상암지구의 개발을 유보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20년 도시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남북 교류거점과 첨단 미디어산업 중심의 부도심으로 개발하면서 상암지구는 쓰레기 처리장이란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 최첨단 주거 단지로 급부상했다.상암지구 개발의 핵심 컨셉트는 ‘환경’과 ‘디지털’이다. 이미 환경 여건은 충분히 갖춰졌다. 거대한 쓰레기 섬이 노을공원 하늘공원으로 탈바꿈했고 평화의공원 난지천공원 한강시민공원이 모두 도보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여기에 상암지구 개발의 핵심인 디지털미디어시티(DMC)는 이전과 전혀 다른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DMC 프로젝트는 택지개발 수입만 1조원에 달하고 첨단 산업 유치에 의한 부가가치 유발액이 24조원, 연간 27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되는 대역사(大役事)다.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DMC는 지능형 열쇠 하나로 도시 내에서 모든 결제가 가능하고 저녁이 되면 보행자를 위해 인도가 자동으로 넓어지는가 하면 정보단말기를 통해 어디에서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능형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현재 40여 개 사업지구 가운데 20여 곳의 용지 분양이 이뤄진 가운데 한독산학기술연구원, 팬택&큐리텔 사옥, 벤처 오피스 빌딩 등이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각종 첨단 디지털 관련 업무 및 지원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특히 120층짜리 랜드마크 빌딩 건설 사업자를 찾는 작업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이처럼 환경 여건이 탁월한 데다 무공해 첨단 산업 및 업무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상암지구 아파트들은 분양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고 이후에도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월드컵파크 5단지 33평형의 경우 분양가가 2억3000만원 대였으나 현재 시세는 6억원에 육박한다. 월드컵파크 6단지 40평형도 평당 분양가가 125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 시세는 평당 2000만원을 넘어섰다. 특히 중대형 평형이 많고 단지 내에서도 입지 여건이 좋은 4~7단지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8·31대책이나 3·30대책 등 강도 높은 정부의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리지 않는 양상이다.현재 상암지구 아파트 평당 매매가는 30평형대가 1800만원, 40평형대가 2100만원 안팎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인근 성산동 아파트(평당 1100만원 안팎)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투자자로서 가장 큰 관심사는 이미 아파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지금 투자하는 게 너무 늦지 않느냐는 것이다.실제 상암지구는 몇 가지 약점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취약점은 기반 시설 미비다. 아직 DMC 개발이 절반 정도만 추진됐기 때문에 대형 쇼핑시설이나 주거 지원 설비 등이 미비하다. 또 단지 내 학교도 완공되지 않아 현재는 버스를 타고 인근 지역 학교로 다녀야 한다. 사교육 여건도 미비하다. 특히 상암지구 아파트 전체가 7000여 가구 수준이어서 단지 규모가 작고 인근에 대규모 택지개발 지구가 없기 때문에 ‘나홀로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포공항 및 인천국제공항과 불과 10~30분 거리에 있는 데다 경의선철도 완공(2009년 예정)과 인천국제공항철도 운행(2010년)이 예정돼 있고 앞으로 교통 허브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교통이 상당히 불편하다. 일례로 지하철 6호선(월드컵경기장)까지 거리가 멀어 걸어 다니기에는 힘이 들고 버스도 부족하다. 매매가가 8억원을 넘는 40평형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2억원 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기반시설 부족으로 전세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여건을 감안하면 현재 가격은 상암지구의 가치를 대부분 반영한 것으로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분석이 있다.하지만 낙관론도 강하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DMC에 속속 입주하고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이 들어서면 집값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실제 DMC가 완공되면 이 지역 유동인구가 1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목동에서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아파트 값이 한 단계 상승했던 것처럼 DMC 내에도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 단지 내 다른 아파트 값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현지 중개업자들은 DMC 개발이 구체화되고 주상복합 건설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향후 2~3년 안에 33평형이 7억원 이상, 40평형이 10억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이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직 입주하지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분양권 거래가 시작된 4단지와 상암산 조망이 가능한 6단지,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5, 7단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